2016년 7월 2일, 프랑스 니스에서.
02.07.2016~04.07.2016 Nice, France
꼬박 이틀을 머물고서도 하루 더 늘리고 싶었으나, 그날따라 싼 호스텔들은 빈 방이 없어 아쉬움을 뒤로한 채 떠나야 했다. 먼 이국의 여행지에서 '다시 올 것이라'는 기약을 하기는 쉽지 않지만, 니스는 아쉬움이 있어야 다시 방문하기도 쉽다며 온갖 아쉬움을 덕지덕지 발라놓고 떠났다.
내게 니스는 '이상적인 유럽'이었다. 프랑스면서도 이탈리아와 가까워서 그런지 이탈리아 같기도 하고(이 당시에는 아직 이탈리아에 간 적이 없었지만 이탈리아는 이럴 것이다라는 막연한 상상). 내가 생각해 온 유럽은 이렇게 햇볕이 쨍쨍하고 노란 분위기에 어디든 꽃이 있는 양기 가득한 곳이었다. 나라를 잘못 선택한 것인지, 지역을 잘못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근거 없는 상상을 해왔던 것인지 나 스스로도 의문이 들기 시작할 무렵- 이렇게 여행길에 만난 니스를 보고 내가 생각한 유럽은 남프랑스, 이탈리아, 그리고 아마도 이베리아 반도 지역의 '남부 유럽'이었구나-라고 납득, 그리고 반성하게 되었다.
이른 아침에 호텔을 나서 해변으로 향했다. 니스의 해변가는 모래가 아닌 자갈이었다. 파도가 자갈을 머금고 맡을 때마다 만들어내는 소리는 살아생전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다. 꽤 오랫동안 해변가에 서 파도와 자갈이 부딪히는 소리를 들었다. 평생 바다가 있는 곳에서 사는 걸 동경해온 내가 니스 바다에 홀딱 반하는 것은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너무 좋아 동영상으로도 찍어놨는데 브런치에는 안 올라가네.
걸으며 보아도,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보아도 아름다운 니스 해변. 아름답다기보다는 '예쁘고 귀엽다'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 모른다.
프랑스 여행으로 유럽에 계속 거주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는데 가장 큰 계기는 바로 니스 해변이었다. 나도 유럽인들처럼 매년 여름을 니스의 해변가에서 보내고 싶어 졌으니까. 여름이 아니더라도 가끔 주말이나 휴일을 이용해 1박 2일이라도 이곳에 올 수 있는 거리에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여행이 좋은 이유는 나 스스로 설정해 온 '나는 이게 싫어' '나는 이거 못해'라는 마음의 장벽이 꽤나 낮아져 무엇이든 '흥'에 취해 도전하곤 한다는 점. 호주 호바트 여행에서 참가한 투어에 굴 양식장에 방문하는 스케줄이 있었다. 평소에 조개류는 전혀 먹지 않고, 굴은 먹어 본 적도 없다고 할 정도로 거부감이 심한데, 이 투어에서 처음으로 굴을 먹었다. 살면서 한 번으로 족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굴- 프랑스 니스에서 굴이 먹고 싶어 질 줄이야! 길을 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해산물 레스토랑. 너무 먹고 싶어 져 그 다음날 나도 들러 굴을 주문해서 먹었다. 여러 가지 합치고 와인도 주문해 혼자 33유로나 되는 하루살이에겐 다소 사치스러운 식사를 했다. 아마 호바트에서 참가한 투어에 굴 양식장에 가는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나는 니스에서 굴을 보고도 '으윽...'이라며 인상을 찌푸렸을지도 모른다. 좀 더 내 마음의 장벽을, 나 자신을 내려놓고 싶다. 계기가 여행이 되든 무엇이 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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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2016 Nice Attack으로 희생된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과 직, 간접적으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