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4일부터 3월 6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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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독일은 첫인상이 결국 끝까지 간다고. 그래서 내 독일 생활은 봄에 시작하길 바랐지만 내가 선택한 날은 아직 코 끝에 한기가 맴돌던 겨울이었다. 빨리 베를린에서 꺼져버리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둘째 날은 하루에 수도 없이 눈보라가 쏟아지고 멈추기를 반복했다. 나를 고용했던 한국인 매니저는 본인의 지레짐작으로 이틀 만에 나를 해고했다. 이래서 한국인 고용주들은 믿으면 안 되는데, 또 당했다 등등의 생각이 들었다. 이전 호주 생활에서 좋은 고용주를 만났던 탓에 잠시 잊고 있었나 보다. 베를린의 모든 것들이 싫었던 것 같다. 차갑고 변덕스러운 날씨도, 그 날씨와 똑 닮은 사람들도, 내 마음이 얼어붙고 있는 것을 느꼈다. 이쯤 되면 베를린이 나를 내쫓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지난 어느 날, 나는 베를린을 떠나 다른 곳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었다. 베를린을 도망치듯 빠져나온 나는 서쪽을 향해 예정에도 없던 여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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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YMPUS TRIP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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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 및 스캔 : 서울 이화동 '홍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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