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가 곧 기획력이다. 어떤 조직에서 좋은 사업이 평균 이상 타율로 꾸준히 나오고 있으면 그 이면에 좋은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조직문화를 잘 경영할 수 있으면, 좋은 기획과 사업이 꾸준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많은 문화예술 조직이 '문화와 예술'을 다루고 있지만, 조직문화는 문화롭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물면서 좀비화되고 있는 조직들이 많지요. 조직문화가 망가지는 다양한 패턴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정치. 행정의 권력 변화로 인해 좀비 기관장이 조직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지요. 좀비 기관장은 먼저 중간 관리자를 물어뜯습니다. 물린 팀장은 다시 팀원을 물고, 팀원들은 다시 동료 팀원을 무는 과정을 겪는 패턴입니다. 너무 많이 물려 내성이 생긴 분들도 있고 또는 좀비가 되지 않고, 인간성을 유지하려는 분도 계십니다.
1. 문화예술 조직의 '조직문화'를 건강검진 하듯 측정해 볼 수는 없을까요?
- 조직 문화의 건강상태를 다양하게 측정해 볼 수 있다면, 해당 결과를 바탕으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처방(안)을 제시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2022년 대한민국 문화도시 최우수도시'라는 결과를 만들어낸 '춘천문화도센터' 조직문화 건강검진 결과와 분석 내용의 일부를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해당 건강검진을 위한 설계는 조직문화 분야 석학들의 이론적 토대 위에 조직 문화 리서치 분야에서 사용하는 문항 등을 기반으로 '문화예술 분야 조직'을 경험한 입장에서 맞춤형으로 재설계하였습니다.
2. 춘천문화도시센터와 2회에 걸친 조직문화 건강검진 리서치와 워크숍 진행
- 2022년 8월에 1차 건강검진과 워크숍을 진행했고, 2023년 5월에 2차 건강검진과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약 70%는 공통문항을 측정했고, 30%는 다른 항목을 검진하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2023년 5월, 2차 조직문화 건강검진 리서치를 중심으로 다루면서, 1차 결과와 비교하여 눈에 띄는 항목 위주로 살펴보겠습니다.
3. 올해 '춘천문화도시센터'와의 리서치 질문은 '우리는 최고의 조직이 될 수 있을까?'였습니다.
우리는 1)'조직문화'에 만족하고 있을까?를 종속변수로 두고, 2)이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지표를 측정하여 관계성을 분석하였습니다. 분석을 위한 설명 변수로 '소속팀, 직위, 입사연도'를 사용했습니다. 결과 분석 이후 워크숍 과정에서 팀별, 직위별, 입사연도(특히 최근)에 따라 공식, 비공식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올해 춘천문화도시센터의 경우 '입사연도' 변수를 주요하게 주목했습니다. 문화도시사업이 고도화될수록 베테랑의 향기가 나는 기존 멤버와 신규입사자 간에 앙상블이 깨지면 조직문화에 빨간불이 켜지는 패턴이 있습니다. 춘천문화도시센터는 2022년 신규 입사자 7명이 있었지만, 2023년 현재 2명만 남아 있는 아픔이 있었고, 2023년에 신규 입사자 7명이 있었습니다. 올해의 경우 2023년 입사자의 안착이 더 중요한 상황이었습니다.
4. 춘천문화도시센터 구성원이 '조직문화'에 가지는 만족도는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5점 척도)
- 75%가 (만족한다, 매우 만족한다)로 응답했습니다. 매우 높은 만족도를 보였습니다. 21.4% (보통 응답)
5. 이어서 주관식 문항으로 우리 '조직문화의 강점'을 물었습니다.
이 내용은 '외부에서 이렇게 본다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는 조직 구성원'이 이렇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조직과 한번 비교해 보세요. 놀랍지 않나요?
Q1) 그렇다면 이런 강점을 가질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요?
Q2) 처음부터 이런 조직문화를 갖고 있었을까요, 위기는 없었을까요?
6. 춘천문화도시센터는 조직내 행복감을 위한 '전진의 법칙'이 통용되는가?
이제 본격적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조직문화 전문가 김성준이 쓴 <최고의 조직>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창의성 연구분야의 석학인 하버드 경영대학원 테레사 에머빌(Terresa Amabile)을 언급합니다. 에머밀은 여러 산업에 종사하는 직장인 238명을 모집해 그들에게 매일 일기를 써 달라고 요청합니다. 이 일기를 통해 직장에서 언제 행복을 느끼는가를 분석했는데, '자기 업무에서 한 발 전진했다는 자각이 들 때 행복감을 느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전진의 법칙'이라고 명명합니다. 직장에서 동료들과 재밌는 농담을 하거나, 맛있는 점심을 먹을 때도 물론 즐거울 수 있지만, 진정한 행복은 나의 일이 전진할 때입니다.
조직문화에서 '전진의 법칙'이 정(+)의 방향으로 작동하면 조직문화에 만족함을 가정할 수 있고, 전진을 방해하는 '발목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으면 조직문화에 대한 불만족이 커질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춘천문화도시센터 구성원에게 물었습니다.
1) 조직에서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과제를 얼마나 부여받고 있나요?
2) 나의 Role(역할)&Responsibility(책임)이 혼란스러울 때는 얼마나 있나요?
3) 조직에서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가이드를 받고 있나요?
4) 담당하는 업무 과제가 진척되지 않거나 목적이 불분명할 때가 어느 정도 있나요?
5)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모두 함께'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하는지 물었습니다.
춘천문화도시센터는 '전진의 법칙'의 작용하는 곳이었습니다. 생각보다 현실에서 많은 문화예술 조직에서 가지고 있는 조직문화는 '전진의 법칙'이 아닌, '발목의 법칙'이 더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사권과 업무분장권한이 리더십 고유 영역이라 하면서, 난데없이 내려지는 조직문화는 '발목의 법칙(-)'이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우리 조직을 냉소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전진의 정도'를 측정해 보고, 이를 건강하게 개선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합니다. 겁을 내면 조직문화의 개선보다 좀비화의 정도만 심해질 수 있습니다.
단, 2명을 제외하고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이렇게 과제를 부여하기 위해서 리더 그룹은 개별 구성원과 많은 대화를 나누어야 하고, '전진의 법칙'이 작동할 수 있게 세심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이런 데이터를 보면, 저는 7.1%에 관심을 갖습니다. 어떤 이유로 성장할 수 있는 과제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는지 그 맥락을 찾아 조언을 드리고, 좀 더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아봅니다.
전진의 법칙과 관련된 결과를 하나만 더 보겠습니다.
R&R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5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이따금 혼란스럽다고 하였고, 42.9%가 거의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였습니다. 자주 혼란스럽다고 대답한 비율은 극히 적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정도 비율의 답변을 하는 문화예술 조직은 만나기 어려웠습니다. 대리급 이상에서는 이따금 혼란스럽다는 답변이 거의 없었고, 2023년 입사자와 사원, 주임급에서 이따금 혼란스럽다는 답변이 있었습니다. '예방의 관점'에서 이런 데이터는 조직과 리더십에 있는 사람들에게 소중합니다. 이런 상태를 방치하게 되면, 이따금 혼란스러운 것이 자주 혼란스러워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데이터를 만나고 난 뒤에 추가적인 미팅과 개선을 통해 이따금 혼란스럽다는 비율을 우리는 충분히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전진의 법칙'이라는 렌즈를 통해 조직문화를 살펴보면, 해당 조직의 리더십 역량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조직의 대표는 팀장을 비롯한 '허리진의 전진'을 돕고, 팀장은 '팀원들의 전진'을 돕습니다. 리서치 결과를 가지고 판단해보면 춘천문화도시센터의 리더십(with 팀장 그룹) 역량은 한국 문화예술 조직 중에서 상위 3% 이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우리 '조직문화의 강점'은 무엇이 있나요?
2. 우리 조직은 '조직 문화'에 가지는 만족도가 어느 정도가 나올 것 같나요?
3. (전진의 법칙) 조직에서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과제를 얼마나 부여받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4. (발목의 법칙) 담당하는 업무 과제가 진척되지 않거나 목적이 불분명할 때가 어느 정도 있나요?
7. 다음은 조직에서 개인이 느끼는 '외로움'을 측정해 보았습니다.
노리나 허츠의 <고립의 시대>라는 책이 있습니다. 제가 작년에 만난 책중에서도 상당히 인상적인 책이었습니다. <고립의 시대>를 보면 1978년 세 명의 연구자가 개발한 'UCLA' 외로움 척도라는 20개의 문항이 있습니다. '외로움' 연구에서 많이 사용된 검증된 문항입니다.
저는 해당 연구를 기반으로 조직에서 개인이 느끼는 '외로움'을 측정해보고 싶었습니다. 춘천문화도시센터 직원들에게 물었습니다.
1) 조직에서 얼마나 자주 내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있다고 느끼시나요? 2) 조직에서 얼마나 자주 내가 함께 대화를 나눌 사람이 있다고 느끼시나요? 3) 조직에서 얼마나 자주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느끼시나요? 해당 질문은 작년에도 물었습니다. 그래서 1년 사이에 얼마나 변화했는지도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2022년 8월 vs 2023년 5월의 데이터 비교입니다.
"조직에서 얼마나 자주 고립감, 혹은 혼자라고 느끼시나요?
조직에서 고립감,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종종 느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자주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은 위험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해당 데이터는 '번아웃'과도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2022년 8월에는 자주 고립감을 느낀다는 답변이 16.7%였습니다. 하지만 2023년 5월에는 3.6%까지 감소하였습니다.
"어떻게 감소할 수 있었을까요?" 다른 데이터를 하나만 더 보겠습니다.
조직에서 얼마나 자주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느끼시나요?
상기 데이터와 비슷한 패턴을 보입니다. 위에 질문과 아래 질문에 응답자가 같은 패턴을 가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혼자라고 느끼는 감정'과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의 유무'는 상관성은 있지만 인과성이 꼭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어쨌든, 2022년에 비해 올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대답한 비율이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이 요인을 설명해 보기 위해 다음 문항으로 가보겠습니다. 결과적으로 '춘천문화도시센터'는 구성원 각각의 노력과 필요한 의사결정을 통해 '조직 내 구성원의 고립감'을 완화하였습니다.
8. 조직에서 지금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나요?
조직 구성원 간, '관계의 질'에 주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갈등'입니다. '관계의 질'이 좋다는 것은 '조직문화'가 좋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저는 예술경영과 문화행정 분야에서 행정인, 기획인, 예술인 부족 간의 갈등 연구를 오랫동안 진행했습니다.
"갈등을 완화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서로가 싫어하는 것'을 줄이는 행동, 혹은 '상호 기대하는 변화'를 교환할 수 있으면 갈등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갈등'은 당연하기도 하고, 필요하기도 하지만 좋은 조직문화를 쌓아가기 위해서는 '갈등 관리'가 필요합니다. 춘천문화도시센터에 다음 4가지를 물었습니다. 1) 불편함을 느끼며, 갈등하는 사람이 있나요? 2) 상대는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3) 갈등을 겪는 사람에게 기대하는 변화는 무엇인가요? 4) 상대가 나에게 기대하는 변화는 무엇인가요?
당신은 조직에서 '스스로 불편함'을 느끼며,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나요?
2022년 8월에는 43.3%가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2023년 5월에는 그 비율이 30% 감소하였습니다. 2022년 8월에 갈등 상대에게 기대하는 변화를 물었습니다.
상대는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답 비율도 20% 정도 되었고,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갈등 상대에게 기대하는 변화에 대한 답변을 마사지 하기는 했지만, 칼날이 있거나 냉소적인 답변도 많았습니다. 반대로 물었습니다. 갈등 상대가 나에게 기대하는 변화를 추측해 보세요.
조직 내 갈등이 고조되어 있을 때는 '사용하는 언어에 칼날'이 서 있었습니다. 말로 물어 뜯는 좀비가 되어 가는 것이죠. 2022년 8월 당시에 2개 팀에서 '갈등 악화의 초기 증상'을 보였습니다. 그 사이 춘천문화도시센터는 자체 백신이 가동되었습니다. 다소의 아픔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9개월 뒤, 수치로 확인되는 갈등관리를 해냈습니다. 갈등이 완화된 상태에서, 예전 나의 모습을 보면 낯섦을 느끼기도 합니다. "왜, 그렇게 날이 서 있는 말을 했을까. 왜 그렇게 동료를 아프게 했을까." 9개월 뒤에 다시 만난 춘천문화도시센터는 여전히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이전보다 조직문화가 더 건강해졌음을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9.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장에 기여한 적이 있나요?
갈등을 관리하는 것이 '조직문화'가 실점하는 것을 예방하는 차원이라며, '조직문화'가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득점을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과의 세계적 석학인 캐럴 드웩 교수는 '마인드셋(마음가짐)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는 연구를 해왔습니다. 성장 마인드셋을 통해 글로벌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변화는 경영학 분야에서 많이 언급되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이소영 님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17년 동안 계셨던 분인데,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한 적 있는가?"라는 저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해당 이론을 기반으로 2022년 춘천문화도시센터를 대상으로 조직의 마인드셋을 측정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도 이번에 제가 주목했던 문항이 있습니다. 1) 우리 조직에서 나의 성장 혹은 긍정적인 변화에 도움을 주었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이름을 써보세요. 복수응답 가능) 그리고, 2) 당신은 어떤 도움을 받았나요?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이 포함된 조직에서 해당 질문이 나왔을 때, 당신의 이름은 얼마나 많이 언급될까요?
춘천문화도시센터의 경우 동료의 성장과 긍정적 변화에 도움을 준 사람의 숫자가 2022년 8월에 비해 9개월 동안 33% 증가하였습니다.
갈등을 완화하고, 서로의 성장에 기여했을 때
우리의 조직문화는 더 좋아집니다.
그렇다면 동료들에게 어떤 도움을 받았다고 답변했을까요?
위에 내용을 보시면, 결국 조직에서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마음관리'와 '업무적인 도움'이 우리는 필요합니다. 보통 30% 이상의 조직 구성원이 '자신의 성장과 긍정적인 변화에 도움을 주었다'라고 본인을 언급했다면, 상당히 높은 수치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리더의 경우 50% 이상의 조직 구성원이 본인을 언급했다면, 매우 훌륭한 리더일 확률이 높습니다.
10.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를까요, 우리나라 문화예술 조직 중에 춘천문화도시센터는 최고의 조직 중에 하나로 볼 수 있을까요?
조직문화 분야 고전 중에 대니얼 코일이 쓴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는 특히 구성원 간의 '취약함의 공유'와 '협력'의 상관관계를 강조합니다.
"나에겐 약점이 있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에 중요함을 얘기합니다. 스스로 힘을 가진 존재라는 생각이 강할수록, 취약하지 않다는 느낌을 보내게 되고, 그렇게 되면 상대의 협력 의지가 감소할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를 얘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좀 더 협력의지가 상승합니다. 모든 것을 아는 것 처럼 얘기하는 사람은 누구와의 협력도 어렵다는 얘기가 됩니다.
춘천문화도시센터 구성원에게 1) 내가 필요한 도움, 내가 취약한 부분을 물었습니다. 2) 그리고 2023년 올해의 과제로 인식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물었습니다. 3) 끝으로 조직 리더십에 하고 싶은 말도 물었습니다. 팀별, 직위별, 입사시점 등으로 나누어서 분석하여 이를 공유했습니다. 이러한 질문을 대답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조건이 필요합니다.
조직에서 개인이 느끼는 '안전'이라는 변수입니다. 조직에는 다양한 신호가 있지요. 대화, 시선, 행동, 문서, 사무실 공간의 분위기 등, 이곳이 안전한지, 안전하지 않은지의 신호를 인간은 본능적으로 읽어냅니다. 경계 태세에 있는 뇌에 위협을 느끼지 않아도 좋다는 메시지, 다시 말해 이곳이 안전하다는 소속 신호가 흐를 때, 뇌는 이에 반응하여 교류모드로 전환합니다. 우리는 대인관계에 놀라울 정도로 예민하고, 인간은 신호(cue)를 읽는 데 익숙합니다. 우리의 뇌는 윗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고 걱정하는 부위가 있습니다.
좋은 조직문화의 시작과 끝은
"우리는 안전하고 서로가 이어져 있다"라는 믿음입니다. (by 대니얼 코일)
2022년 8월에 춘천문화도시센터는 구성원의 36.6%가 조직문화에 '안전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대답했습니다. 9개월 뒤에 10.7%를 제외한 사람은 조직문화에 '안전감'을 느낀다고 응답했습니다. 구성원 모두가 애쓴 노력의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이 어땠는지 생생하게 느꼈던 입장에서, 저는 춘천문화도시센터는 동시대 우리나라 문화예술 조직 중에서 '최고의 조직' 중에 하나로 생각합니다.
에필로그
'조직문화 건강 검진'을 시도해 보기 위해서는 우리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용기와 성숙함이 필요하다. 첫 번째 시도는 힘들고 아플 수 있다. 하지만 그 시도가 좋은 자극이 더 되어 더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문화예술 조직에서 조직문화를 경영한다는 것은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하는 '개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더 건강한 조직문화를 쌓기 위해 '거울에 비춘' 우리의 모습을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다. 연구자로서 해당 리서치 데이터를 (밤의 시간에) 가만히 보고 있으면, 데이터 뒤에 있는 사람, 팀, 리더가 처한 상황이 읽힐 때가 있다. 업계 동료로서 느끼는 연민이 드는 경우도 있다. 분석은 예리하면서도 세심하게, 처방은 온기와 용기가 함께 필요한 것 같다.
프로야구에서 특정 팀이 '왕조'라는 이름으로 상당 기간 우승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몇 번의 좋지 않은 상황이 겹치면서 팀이 몰락하거나 다시 우승 전력을 갖추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좋은 조직문화의 전통을 갖고 있더라도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춘천이 좋은 조직문화의 전통을 오랫동안 이어가길 바란다. 춘천의 사례는 별도 아카데믹한 방식으로도 정리해보려고 한다. 조직문화가 곧 기획력이다.
- 춘천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는 어떻게 조직 구성원의 직무 몰입도를 키울 수 있었을까?
- 어떤 이유로 강한 동료애를 갖는 팀워크를 만들어갈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