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석류 Sep 17. 2020

벽을 허물고, 경계를 잇는
안무가 최석열

 [문화다원 No2] 예술人기획人행정人 부족 간 인터뷰 프로젝트

두번째 인터뷰 참여자는 예술인을 만났습니다. 앞선 오지원 기획자가 있는 국립극장 소속 국립무용단 단원 출신입니다. 무용단원 경력을 거쳐 지금은 경기도립 무용단 상임안무 좌표에 있습니다. '포텐아트컴퍼니'라는 민간예술단체도 함께 이끌고 있는 예술가가 보는 지평은 어떤 모습일까요? 


'벽을 허물고, 경계를 잇는 안무가 최석열'입니다.


1. 이름은사회에서 연차는 어떻게 되시나요?

최석열, 프로무용수 10년 + 안무/연출가 10년이에요   


2. 어떤 일을 해 오셨나요일터(작업의 공간)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주세요     

대학에서 무용학을 전공 후 국립중앙극장 국립무용단에 입단하여 프로 무용수로서 왕성하게 활동하였습니다.화려한 조명이 감싸는 무대위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이후 10여년의 프로 무용수 생활에서 습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도자, 안무가, 연출가로 전향하면서 내가 직접 춤을 추던 무대를 이제는 한땀 한땀 장인정신으로 직접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현재 경기도립무용단의 상임 안무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3. 한번 떠올려 주시겠어요당신이 하는(해 왔던일을 선택했던 내적인 욕구초심계기우연 등은 무엇이었나요?     

 내가 선택한 예술가로서의 삶, 우연한 계기로 시작된 운명적 선택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꿈도 희망도 막연했던 고교시절에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은 많았으나 무엇을? 어떻게? 왜? 해야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할 줄도 몰라 어찌해야 하는지 수만가지 고민만 하던시절, 운명적인 만남이 있었습니다. 그 만남은 바로 재학중인 고교 양호 선생님과의 대면이었습니다. 두통을 호소하며 양호실을 찾은 저를 범상치 않은 눈초리로 지긋이 바라보시며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물으시며 12간지가 그려진 달력을 들여다 보시고 하시는 말씀...."넌 무용을 해야해." 그렇게 저는 춤을 추는 사람이 되었고, 30년 가까이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거짓말 같고 믿을수 없지만, 한 사람의 정해진 운명....전 있다고 봅니다. ㅎ  

       

4. 최근 3년 동안 스스로 느끼기에 가장 보람있었거나 의미있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2015 제 24회 전국무용제, 대통령상 '혜원지곡'_최석렬 연출.안무>

지금껏 국,공립 단체나 기업의 소속 아티스트로 주료 활동을 해왔었습니다. 이른바 월급쟁이였지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고정 급여가 통장으로 입금되는 직장예술인 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의 기획, 누군가의 작품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예술, 내가 추고 싶은 춤, 기획단계부터 제작, 그리고 실연까지 모든 과정을 스스로 만들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2014년 비영리 민간예술단체를 조직하여 2019년까지 기획, 운영, 제작등 모든 것을 직접 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민간예술단체이기에 지방자치단체 또는 기관지원을 받아 진행해야 하기에 춤만 추며 살아온 저로서는 행정의 어려움을 느끼며, 또 다른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해내고 싶은 욕망도 같이 생겼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뒤로하고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만들어낸 첫 작품이 제24회 전국무용제에서 운이 좋게도 대통령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루어 냈습니다. <혜원지곡> 이라는 작품인데, 신윤복의 그림을 소재로 창작한 작품입니다. 그림들이 완성되기까지 혜원의 내면을 파고들어 스토리를 만들고 그것을 춤으로 표현한 무용극이에요. 그렇게 5년간 민간단체를 운영하며 공연의 성패를 떠나 20여편의 크고 작은 공연들을 만들어내면서 예술가로서의 삶뿐만 아니라 공연 관련 분야의 많은 부분을 해보고 싶은 욕심도 생겨났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었고, 또 다른 인생의 좌표를 설정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5. 당신은 다른 부족사람들에게 어떤 기대와 요구를 받는다고 생각하나요. (좋은 것이든 좋지 않은 것이든)  

 각 부족의 일반적인 입장을 포함해서 개개인의 철학과 성향은 예술가 부족인 저에게 많은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술가는 다시 누군가에게 시킬 수가 없거든요. 행정인과 기획인에게 요구받는 것들을 함께 작업하는 동료 예술가들에게 다 얘기하기 어려운 것도 많아요. 요구의 핵심은 '변화' 입니다. 항상 새로운 것, 또 다른 것, 없었던 것, 지금껏 하지 않았던 것 등 다른 부족 사람들은 늘 새로움을 추구하고 혁신을 일으켜 주기를 요구합니다. 모든 것이 급변하는 흐름 속에 변화와 혁신은 당연한 것이고 동의합니다. 하지만 예술가 부족의 구성원으로서 변화와 혁신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무분별한 변화와 혁신은 좋지 않을 때도 있거든요. 물론 고유의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방향의 변화와 혁신은 이루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6.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었던음악공연영화전시 혹은 저자작가 등을 소개시켜주신다면?  

 저의 개인 철학과 예술적 가치관에 영향을 주었던 영화 한편이 있습니다. 바로 브래드버드 감독의 '라따뚜이'라는 애니매이션 영화 입니다. 절대미각을 가진 주인공이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를 꿈꾸지만 요리에는 재능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유별난 재능을 가진 생쥐 한 마리를 만나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가 된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 입니다. 이 영화는 나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다."라는 대사 한마디는 그동안 특별한 일을 하며 살아 간다고 자각하며 살아왔던 나에게 그렇지 않음을 일깨워 주었고 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기획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음식이 주제인 영화인 만큼 '음식은 추억을 부른다'는 메세지와 함께 64년산 샤토 라투르와 47년산 샤토 슈발블랑 이라는 보르도의 최상급 와인을 등장시키는 등 와인을 통해 사람들의 지위와 레스토랑의 레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획력은 내가 추구하는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만들어가는 창작물에 대한 확신을 주었습니다. 이 영화를 못 보신분들은 적극 추천하는 바입니다.  <라따뚜이 위키백과>


7. (서로 다른 부족의 '일의 방법'과 '생각의 관점'을 이해해보고 싶습니다당신이 하는(해왔던일의 '---'은 보통 어떤 흐름으로 이루어지나요?  

 민간예술가와 직업예술가 두 가지 측면에 일의 흐름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데 현직인 공공예술단체 상임 안무자로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기(기획단계)  

 기획자의 기획의도와 방향을 파악하여 주제를 선정하고 전반적인 작품의 형태를 스케치업 한다.  

승(제작1단계) 

 선정된 주제에 맞는 작품을 대본화하여 케스팅을 진행하며 연습스케줄을 편성하고 그에 맞는 음악, 무대,

 의상, 분장, 조명의 컨셉을 잡아 제작스케줄을 정리하며 각각의 막과 장면으로 나누어 연출노트를 만든다.

전(제작2단계) 

 모든 플렌의 완성단계이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디테일을 잡고 작품을 완성해간다. 공연에 참여하는 

 모든 스텝들이 작품의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리허설에 참여한다.

결(공연) - 기획의도에 맞는 주제로 완성된 공연을 관객에게 선보인다. 

    

7-1) 일의 과정에서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혹은 요구받는 가치는 무엇이 있나요     

 일의 과정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모든 일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일에 있어서 상하 지위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평등해야 한다는 지론입니다. 각자의 역할과 임무는 엄연히 다르겠지만 함께 일 하는 사람으로서 서로 다른 역할에 대해 이해하고 상호존중과 배려가 철저히 이루어 진다면 일하는 즐거움 일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8. 누구나 모든 것을 잘 할 수는 없습니다당신은 어떤 도움과 협력이 필요한가요?

 누구나 모든 것을 잘 할 수는 없지만 최선의 노력은 다하려고 합니다. 어떤 도움과 협력이 필요한지 딱 찝어서 말 할 수는 없지만 모든 일은 혼자서 할 수 없는 것 이기에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자신의 분야에서 만큼은 내몸이 10개가 된다면 나 혼자서도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부족한 부분의 도움이 아닌 내 몸이 1개이기 때문에 9명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어떤 도움이 아닌 누구의 도움이 더 중요한 것이겠지요.  

   

9. 당신이 가진 내적인 힘들 가운데어떤 힘이 강하신 것 같나요(장점나다운 것 등)?     

 내가 가진 힘 중 가장 강력한 녀석은 바로 '긍정의 힘'인 것 같아요. 중학교 수학 선생님께서 항상 수업 시작 전에 외치라 하시던 말씀이 있습니다. "마음먹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I Can Do It." 이라는 문장을 외치며 수업을 시작하던 생각이 납니다. 매사 긍정적인 마인드는 적극적인 자세를 만들어주고 자신이 꿈꾸고 이루고하 하는 일에 보다 희망적인 추진력이 된다 생각합니다.      


10. 앞으로 어떤 일(작업역할)을 하고 싶나요그것을 위해 누구를 만나고무엇을 하고 있()나요?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싶습니다.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고, 누구나 예술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 결과물이 무엇이든 특정한 계층이 아닌 소수의 사람이 아닌 사람이라며 누구나 공감 할 수 있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예술작품을 만들어 가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나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11. 다른 부족에 속해있는 다른 역할을 하는 행정기획예술人 중 어떤 좌표에 있는 사람들과 당신은 이야기 나눠보고 싶으신가요? (세대역할조직 등     

 행정人들과 더 심도있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싶습니다. 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아무리 좋은 기획과 아무리 좋은 작품을 만들어도 그들의 행정력과 지원이 없으면 모든 것은 허상일 뿐이라 생각합니다. 그들과 함께 세대의 변화와 흐름을 파악하고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며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조직체계를 만들어 보자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12. 당신을 좀 더 알 수 있는 소셜미디어/사이트/뉴스를 알려주세요

https://www.facebook.com/sukyoul.choi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시대의 관객과 함께 국립극장 기획자 오지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