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1. 기획을 시작하는 질문들
S#1. 횃불(인문의 질문)과 지팡이(행정의 질문)
시장 영역에서 고객을 깊게 이해하고, 고객 지향을 가진 서비스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인문적 사고가 필요할 것입니다. AI를 개발하는 기업에서도 인문의 힘은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강의의 수요는 공공 영역을 중심으로 지역 공동체에서 나와 우리의 문제를 '인문의 힘'으로 대응하기 위한 '매개역량'을 성장시키는데 조금 더 초점을 잡겠습니다. 그럼에도 '질문력'과 '기획력'을 연결하는 관점에서 어떤 기획 미션을 만나도 통용될 수 있는 부분은 있을 것입니다.
내가 행정을 한다고 생각하는 행정인과 내가 예술을 한다고 생각하는 예술인 부족은 언어와 기질의 차이가 큽니다. 비슷하게 '인문'을 다룰 때의 기획과 '행정'의 틀에 있는 기획은 사용하는 뇌세포와 사고 프로세스가 다소 이질적일 수 있습니다.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6780
Q) 스스로 생각하는 직업정체성은 무엇인가요? '인문의 힘'으로 기획을 할 때, 나는 인문학적 언어를 더 많이 사용하나요, 행정의 사고 매커니즘을 더 많이 사용하나요? 혹시 예산은 가능한가, 상위조직을 설득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시나요? 기획을 잘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언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요?
좋은 인문 기획자는 어둠을 헤치며 '횃불을 들고 질문'하는 사람이고, 좋은 행정 기획자는 '지팡이를 들고 질문'에 답할 사업을 설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행정의 토대 위에서 '인문의 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인문의 의미와 행정적 실현 가능성을 고려한 '이중 언어 질문 프레임'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번 강의에서 '횃불과 지팡이'로 상징되는 이중 언어로 된 '질문의 길'을 따라 인문문화기획을 빌드업하는 사고의 흐름을 제안드려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Q) 이 기획을 통해 우리는 어떤 변화를 모색해보고 싶은가? 어떤 벽을 깨트려보고 싶은가?"라고 질문하는 것을 인문의 질문이라고 한다면, 이와 대응하는 행정의 질문은 "Q) 측정할 수 있는 정량, 정성적 목표가 있는가?"로 물을 수 있습니다. 기획자에게 인문의 질문은 영감을 주면서 생각을 확장시켜 주고, 행정의 질문은 확장된 생각을 현실의 땅 아래로 가져오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 국립정동극장에서 15년 가량 재직하면서 프로페셔널 기획자로 직무 경험을 했었고, 영화연출과 사회학(M.A)을 전공한 뒤에 행정이 일하는 방식과 행태를 연구(행정학Ph.D)하며, 횃불과 지팡이가 만나는 융합적 포지션에 있었습니다. 저서 <좋은 문화행정이란 무엇인가>,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의 연구 과정에서 만난 다양한 문화예술 조직과 사업, 그리고 훌륭한 기획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살폈던 경험을 기반으로 '질문의 길'을 설계해 보았습니다. 해당 질문에는 <좋은 문화행정이란 무엇인가>와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의 세계관이 녹아져 있습니다.
S#2. 5단계로 구분한 '질문의 길'
제가 안내하는 '질문의 길'은 Step1에서 Step5까지 5개 길로 나누어진 31개 질문x2중 언어(인문의 질문, 행정의 질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질문은 다시 체크형(실제 사업계획 수립, 작성 시 점검용 질문), 사유형(기획 방향 탐색과 인문적 사유를 위한 질문), 확장형(타 사업이나 후속 기획으로의 전환을 위한 질문)으로 표기해 두었습니다. '인문문화기획 질문 템플릿'은 아래 링크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링크) 인문문화기획 질문 템플릿 바로 가기 (클릭!!)
* Step1_기획을 시작하는 질문들 (6x2개)
* Step2_참여자를 이해하고 명확히 하는 질문들 (6x2개)
* Step3_사업(프로그램) 실행을 위한 질문들 (8x2개)
* Step4_실행의 방식과 태도에 관한 질문들 (6x2개)
* Step5_회고와 정리, 다시 순환할 수 있는 질문들 (5x2개)
먼저 5단계의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보겠습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는 여정은 크게 세 가지 단계를 거칩니다. 1) 먼저 준비 단계, 2) 실행 단계, 3) 회고와 정리 단계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가족 여행'을 기획한다고 하겠습니다. 여기서 가족의 범위와 구성원의 성향에 따라 여행 콘셉트는 달라질 것이고, 기획의 난이도도 달라질 것입니다. 장소, 교통, 숙박, 음식, 주요 방문 사이트와 체험 프로그램 그리고 예산까지 고려할 게 많습니다. 준비를 했으면 이제 여행을 출발합니다. 기획을 실행하는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대체로 계획대로 여행이 순조롭게 가나요? 계획이 평면적인 스케치였다면 실행은 계획에 입체적인 채색을 하는 과정입니다.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변수를 만나고, 함께 여행 간 멤버 사이에서 다양한 교감과 사건이 발생합니다. 사건은 우연하게 오고, 서로의 욕구와 마음이 맞지 않아 갈등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때에 따라 당초 계획을 수정하거나 변경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때, 여행을 실행했던 경험이 많은 사람이 있으면 다양한 변수에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도 있습니다. 끝으로 여행에서 돌아왔습니다. 사진도 정리하고, 비용도 정산하고, 뒤풀이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렇게 여행을 가지 말아야지 할 수도 있고, 이번에는 이렇게 갔는데 다음에는 저렇게 가야지 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이번 여행이 너무 좋아 이번에 함께 하지 못한 누군가가 생각나서 다음에는 꼭 같이 가야지 할 수도 있습니다.
여행을 비유로 들었지만 다시 돌아가면 어떤 기획을 진행한다는 것은 1) 준비 단계, 2) 실행 단계, 3) 회고와 정리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세부적인 2단계를 추가해 '기획의 길'이 더 넓고 깊어질 수 있게 해보겠습니다. 먼저 준비 단계에서 '고객(참여자)은 누구인가?'에 관한 질문입니다. 여행을 기획할 때, 나 혼자 가는 여행, 가족 3대가 함께 하는 여행,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가는 여행은 수요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콘셉트도 변해야 합니다. 생각하기 싫으면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고려할 수 있지만 전형적인 기획은 수요자를 만족시키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행정의 영역에 있으면 '공급자 마인드'가 비대해져 특히 고객을 이해하는 노력을 많이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녁이 있어야 활을 쏠 수 있습니다. '고객이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과정은 내가 하는 기획의 '과녁'을 찾는 것입니다. 과녁이 명확하지 않으면, 기획은 허공으로 날아 갑니다. 아무도 원하지 않았는데, 허공에 활을 쏘고 바빠서 일을 쳐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실행 단계에서도 세부적인 한 단계 질문을 추가했습니다. '실행의 방식과 태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예산이 투입되고, 공간이 투입되고, 강사가 투입되고, 좋은 목적과 의도가 투입되었다고 결과가 잘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일의 결과는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에서 다루고 있는 그 일을 실행하는 태도와 방식, 마인드셋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제가 준비한 '질문의 길'은 <Step1_기획을 시작하는 질문들 x Step2_참여자를 이해하고 명확히 하는 질문>들이 한 세트이고, <Step3_사업(프로그램) 실행을 위한 질문들 x Step4_실행의 방식과 태도에 관한 질문>들이 한 세트가 됩니다. 끝으로 <Step5_회고와 정리, 다시 순환할 수 있는 질문>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인문의 질문'x'행정의 질문'으로 이루어진 각 단계별 인문문화기획 빌드업의 길을 함께 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