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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석류 Sep 19. 2020

'기억과 시간'을 공간에 풀어내는 공간기획자 김용주

[문화다원 No4] 예술人기획人행정人 부족 간 인터뷰 프로젝트

네번째 좌표는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자가 서있는 곳으로 가봤습니다. MMCA라고도 부르는 국립현대미술관은 책임운영기관으로 행정인이 많은 기획운영단과 기획인이 많은 학예연구실로 나뉘어있습니다. 학예연구실은 미술정책연구과, 현대미술1과, 현대미술2과, 소장품자료관리과, 미술관교육과, 미술품수장센터운영과, 근대미술팀 등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오늘은 이 중에서도 현대미술1과에 계신 분을 만나려 합니다. 현대미술1과는 4개 미술관(서울, 덕수궁, 과천, 청주)의 전반적인 사업을 이끌고, 특히 서울관 전시기획을 맡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 분이 바라보는 지평은 어떤 모습일까요?


Fusion of horizon     


1. 이름은? 사회에서 연차는 어떻게 되시나요?    

 김용주. 공간기획자 17년차.   

2. 어떤 일을 해 오셨나요. 일터(작업의 공간)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주세요.     

  종교건축 설계자, 뮤지엄 공간기획자로 역할. 이러한 일들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의 사이 존재로써 새로운 관계의 중요성을 찾고, 엮어 내는 역할이다. 예를 들어 죽은 자와 산자, 과거의 시간과 동시대라는 시간의 관계, 작품과 작품, 작품과 관객, 관객과 관객, 관객과 공간, 공간과 작품 등 관계의 맥락 설정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명확해 지는데 도움이 되는 지점들을 기획하는 일. 그것을 공간이라는 매개체로 풀어내는 역할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3. 한번 떠올려 주시겠어요. 당신이 하는(해 왔던) 일을 선택했던 내적인 욕구, 초심, 계기, 우연 등은 무엇이었나요?    

<미술관에 書>

  어릴적 내겐 혼자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기간이 있었다. 실질적으로 그 기간이 길었든 길지 않았든. 그 시기는 모든 것이 열리고 받아들여지는 시기였기에 나는 내가 놓인 곳- 집, 마당, 주변 환경을 면면히 관찰하고 하루하루 벌어지는 주변 현상들을 즐겼다. 어쩌면 그 시기 내가 시간을 견디는 유일한 방법이었을지 모른다. 그때부터 난 나를 둘러싼 공간에 관심이 많아졌고 공간과 관련한 일을 하리라는 것이 어리적부터 일관된 생각이었다. 공간은 크든 작든, 화려하든 그렇지 않든 언제나 다양한 사건이 벌어지고, 변화하는 등 이야기거리가 풍부하다.

        

4. 최근 3년 동안 스스로 느끼기에 가장 보람있었거나 의미있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베니스비엔날레_도래하는 아카이브>

  보람... 음. 공간기획자 일을 시작하고 나서 설정한 목표 또는 이루고 싶은 꿈 중에 하나가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디자인을 맡아 보는 것이었다. 베니스 비엔나레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글로벌한 당대의 이슈와 최고의 감각이 격돌하는 그야말로 생생한 에너지의 장이다. 그 꿈은 생각보다 빨리 나를 찾아왔다. 지난 2018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한국관 '국가 아방가르드의 유령' 전시 공간기획을 맡게 되었다. 꿈이 현실이 되고 그것을 후회없이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비엔날레를 마치며 '꿈'이라는 설정된 미래가 현재라는 상황을 넘어 다시 과거라는 시간으로 보내지는 상황을 경험한 일은 최근 가장 잊지못할 경험이었다.  

<베니스비엔날레_부재안카이브>

5. 당신은 다른 부족사람들에게 어떤 기대와 요구를 받는다고 생각하나요. (좋은 것이든 좋지 않은 것이든)    

  직접적 기대와 요구는 아닐지라도, 내가 속한 조직, MMCA(국립현대미술관)에 거는 대중의 기대가 곧 내가 받는 간접적 기대이며 이는 MMCA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내가 함께 만들어 가야하는 역할이라 생각한다. 더 좋은 전시, 소위 선진 문화보유 국가들의 수준을 넘어 서는 또 다른 공공의 서사와 정체성 만들기.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이 되는 무언가를 생성해 주길 바라는 마음들.      

   

6.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었던, 책, 음악, 공연, 영화, 전시 혹은 저자, 작가 등을 소개시켜주신다면?    

 이브 반 호프의 연극들. 로베르트 르 빠쥬의 무대. 드니 뵐 뇌브 감독의 영화.

 이자람의 소리 등은 ‘내가 고민하는 지점과 감정에 닿아 있을 때’가 많다.

    

6.1. 여기서 고민에 지점과 감정이라 함은 무엇인가요?    

<상상의 항해>

  ‘시간’ 과 ‘기억(개인의 기억 혹은 집단의 기억)’ 그리고 ‘현재 상황’ 과의 관계들은 내겐 언제나 흥미로운 주제이며 동시에 공간에 이러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상당히 고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브 반호프, 로베르 르빠주, 드니 뵐 뇌브 감독들은 이와 비슷한 고민들을 심도 있게 한 사람들로, 고민의 흔적이 그들의 작업에 역력히 녹아있다. 몇 가지 특징적 부분을 말하자면, 시차와 동시성의 카메라 기법, 빛과 스케일의 변환, 다루는 작품의 주제의식으로 표출되어 나의 머릿속에 빈 부분들을 채워준다. 이것은 단순히 모방요소를 뿌려주는 것과 다르며 다양한 사고의 방향을 알려준다고 할 수 있다. 소리꾼 이자람의 경우는 이 부분과는 달리 내 마음속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대리 분출해 준다고 할까... 우린 사회생활을 하며 제때 분출되지 못한 감정의 주머니가 부풀어 있다. 그러나 분출 할 기회도, 분출 할 방법도 알지 못한다. 그런 내게 그녀의 소리는 어딘지 슬프고 어딘지 아릿한 감정을 무대 위에 마음껏 꺼내놓는다. 공연의 주제와 가사의 내용을 떠나 그녀의 소리엔 공명하는 힘이 있다.


7. (서로 다른 부족의 '일의 방법'과 '생각의 관점'을 이해해보고 싶습니다) 

  당신이 하는(해왔던) 일의 '기-승-전-결'은 보통 어떤 흐름으로 이루어지나요?    

  일의 프로세스와 맞물려 있을지도 모른다. 전시기획의 타이틀과 출품작이 선정되면 공간기획은 이때부터 스타트다.     

1. 기- 작품과 작가의 삶 추적하기. 그(작가)의 시대, 그가 겪은 일들, 그 당시 남겨진 작품들. 나의 주파수를 작가의 시간과 생각에 맞추는 접속(신)의 시기이다.    

2. 승- 주어진 현실적 조건들 검토하며 디딤돌이 될 것과 걸림돌이 될 요소들을 분석하고 선택과 배제를 통해 해당 프로젝트에 동행 요소를 거른다.    

3. 전- 백지와의 싸움을 시작한다. 공허한 백지는 다양하게 열린 가능성과 함께 공포로 다가온다. 난 이 과정, 즉 아이디어 구상을 종이위에 선의 흔적으로 남겨야 하는 이때가 가장 떨리고 긴장된다. 이 시기는 피겨스케이터가 그동안 음악과 안무, 빙질을 확인했다면 이젠 점프라는 난이도 기술을 시도 해볼 차례와 같은 단계이다. 연차가 쌓여도, 1000번의 점프가 성공했어도 1001번 째 점프가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긴장- .     

4. 결- 제작과 구현을 통해 관객을 만나고 공간 안에 머무는 사람들을 보는 일이 결 일것 같다.   

      

7-1) 일의 과정에서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혹은 요구받는 가치는 무엇이 있나요? 

<정기용 건축전>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기억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가치. 누군가에게 새로운 경험과 기억을 만들어 주는 것은 그들의 시간에 파편적으로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은 한사람의 삶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8. 누구나 모든 것을 잘 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은 어떤 도움과 협력이 필요한가요?     

  난 항상 나 스스로의 무거운 기분에 매립되곤 한다. 우울함 속에 밝은 기운으로 끌어 올려줄 누군가의 도움이 항상 필요하다.  

   

9. 당신이 가진 내적인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강하신 것 같나요(장점, 나다운 것 등)?    

  동화작용. 그러나 이것은 공감 능력이라는 것과는 좀 다르다. 난 원하는 대상의 삶(시간)에 주파수 대역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매와 같은. 물론 이 이야기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나 사물이든 생물이든 각각의 기억과 그것들의 시간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공간에 그들의 이야기를 플어 낼 수 있다.  

   

10. 앞으로 어떤 일(작업, 역할)을 하고 싶나요? 그것을 위해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고 있(싶)나요?  

  난 언제까지나 공간기획자로 기억되고 싶다. 공간기획을 이야기 할 때 나의 작업들이 사례로 등장하길 바란다. 공연예술 기획자. 무대미술가. 안무가, 그리고 창작물 보호와 관련된 정책입안자 들을 만나 함께 생각을 확장시켜보고 싶다.  

  

 11. 다른 부족에 속해있는 다른 역할을 하는 행정人기획人예술人 중 어떤 좌표에 있는 사람들과 당신은 이야기 나눠보고 싶으신가요? (세대, 역할, 조직 등)     

  위에서 언급 했던 것과 같이 창작자 보호법, 합법적 시장공유 활성화 방안 등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 또한 새로운 전문영역의 사람들과 신나는 일을 저질러 보고 싶다.   

  

12. 당신을 좀 더 알 수 있는 소셜미디어/사이트/뉴스를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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