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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석류 Sep 21. 2020

'나'다운 유일성을 찾아서  음악가 이정표

[문화다원 No5] 예술人기획人행정人 부족 간 인터뷰 프로젝트

다섯번째 좌표는 국악과 가요의 경계에서 다양한 음악인생을 살고 계신 예술인을 만나보았습니다. 전통예술분야는 국공립 예술단체에 속해 있는 예술가가 있는반면, 스스로 자신의 스타일을 가지고 꼿꼿하게 걸어가는 예술가도 있습니다. 올해 6월 아르코예술극장에 올라갔던 강원도립극단 <월화-신극, 달빛에 물들다> 음악감독으로 참여하면서, 근대극의 숨결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그녀가 바라보는 지평은 어떤 모습일까요?


'나'다운 유일성을 찾아서,    


1. 이름은? 사회에서 연차는 어떻게 되시나요?    

 이정표. 교육 안에서의 음악은 7살 때부터. 사회에서의 연차는 20년..이나 됐네요 벌써!   

2. 어떤 일을 해 오셨나요. 일터(작업의 공간)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주세요.     

7세에 피아노를 배우고 14세에 가야금을 전공하고 20세에 MBC 대학가요제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으로서의 삶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현재는 대경대 실용음악과 교수이기도 하구요. 러블리즈나 리쌍, 김종국님 등에게 곡을 주기도 하고, 'Milestone', '경성살롱'과 같은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독집음반도 내고, 드라마 '바람의 나라'나 강원도립극단과 했던 연극 '월화' 등에서 음악감독을 맡기도 하면서 다양한 음악인생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나의 역할만 꼽으라면 노래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3. 한번 떠올려 주시겠어요. 당신이 하는(해 왔던) 일을 선택했던 내적인 욕구, 초심, 계기, 우연 등은 무엇이었나요?    

떠올려도 기억이 나지 않는 순간은 4~5세 무렵, 이모가 사과를 사들고 놀러오면 '사과'라는 제목의 노래를 지어부르던 어린 저의 모습이 아마 처음일 겁니다. 이렇듯 음악은 제게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한 존재여서 특정한 욕구로부터 시작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좀 오글거리지만 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피는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남들처럼 유명해지고 싶고 돈도 많이 벌고 싶지만 그렇지 않게 되어도 버릴 수 없는, 어렵지만 당연히 걸어가게 되는 길.  

  

4. 최근 3년 동안 스스로 느끼기에 가장 보람있었거나 의미있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하나가 아니어도 된다면 두 개를 꼽아볼게요. 먼저 '경성살롱'이란 음반을 낸 것. 두 번째로는 마음속의 조급함을 덜어내고 조금씩 철이 들기 시작한 것. 그로 인해 나를 좀 더 사랑할 줄 알게 된 것. (경성살롱 음반.2019)


<경성살롱>은 1923년부터 1940년에 이르기까지 일제강점기 시대를 풍미했던 열두 곡의 유행가들을 이정표의 목소리로 재해석한 음반입니다. 국악인이기도, 대중가수이기도, 기생이기도 했던 원곡의 가창자들은 그들의 독창적인 음악성으로 혼재된 시대의 경계적 가창법으로 노래하였고, 저는 가수로서 그들의 매력적인 가창에 반하고, 작곡가로서 그 시대 음악 작, 편곡의 견고함에 매료되었습니다.

 국악과 가요를 모두 다루는 경계인으로서 그 시대 노래들과 가수들에게 마치 스스로를 비춰 보는 듯한 느낌으로 작업한 열두 곡은 마치 1927년 개국 한 경성방송국(JDOK)을 현재에 다시 듣는 듯한 기분마저 느끼게 합니다. 당시 방송국에서는 주로 국악, 창가, 가요 등을 틀어주었는데, 유행가인 척도인 라디오에서 국창 임방울과 명가수 이난영을 동시에 들을 수 있었던 다양성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 시기 여가수들의 가창을 들어보면 민요, 정가, 가요, 성악 등 다양한 음악들이 혼재되어 독특한 매력을 자아내는데 안타깝게도 요즘은 그 매력적인 가창법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본 음반은 바로 이 부분에 착안하여 이 시기 전통의 아름다움을 복원하고 2019년도에 걸맞는 현대성을 갖춘 새로운 노래들로 재탄생시켰다.

 노래에는 어떤 악기로 반주하는지가 그 결을 완성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화려하면서 애수어린 25현 가야금을 중심으로 아코디언에 하림, 트럼펫에 최선배, 그리고 현악 4중주에 이르기까지 훌륭한 연주자들이 이 작업에 힘을 보태면서 보다 다채롭고 풍성한 음반이 되었습니다. 이정표는 노래와 25현 가야금 연주를 비롯한 모든 곡의 편곡, 스트링 편곡까지 직접 해내면서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장르들이 혼재되고, 동양과 서양이 섞이던 당시의 노래세계로 향하는 튼튼하고 견고한 다리가 되어줄 음반 <경성살롱>을 통해 요즘 시대 사람들로 하여금 고전에서만 얻을 수 있는 단단하고 뭉클한 무언가를 느끼게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 봅니다.  


5. 당신은 다른 부족사람들에게 어떤 기대와 요구를 받는다고 생각하나요. (좋은 것이든 좋지 않은 것이든) 

뭘 해도 잘 할, 강하고 씩씩할 것이라는 기대 혹은 선입견.   

     

6.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었던, 책, 음악, 공연, 영화, 전시 혹은 저자, 작가 등을 소개시켜주신다면? 

영화 <타인의 삶>이 가장 먼저 생각나네요. 우디 알렌의 <블루 재스민>도 떠오르고.. Bjork의 <어둠속의 댄서> 또한 인생영화에요. 이 세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과 단톡방 만들어서 매일매일 수다 떨면 너무 신날 것 같아요. 아, 죽기 전에 틀어놓고 싶은 음반 하나도 추천할게요. Pat Metheny와 Charlie Haden의 <Beyond the Missouri sky>.    


7. 일의 과정에서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혹은 요구받는 가치는 무엇이 있나요?     

 창작의 과정에서는 '남이 하던 것인가,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인가', 즉 '유일성'에 대한 가치가 가장 우선시 되어요.      

  

7-1. <경성살롱> 앨범과 쓰셨던 <일제강점기 여가수들의 가창법 비교분석> 석사논문이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만의 음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유추하신대로 석사논문에서 발로한 음반이 정확히 맞습니다. 말하자면 ‘글을 음악으로 적확히 구현해보자!’가 컨셉이었지요. 이론도 되고 실기도 되는 뮤지션이라는 명제에 기대어 잘난 척을 해보고도 싶었구요. 결과적으로는 만족합니다. 어찌됐든 큰 무(無)에서 작은 유(有)를 창조했다라는 뿌듯함과 세상에 없는 음악, ‘이정표표 음악’이라는 표현을 감히 써도 되겠다 싶은 자신감이 남았습니다. 제 1집 <Milestone>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또 한 번 잘난척을 해보자면, 제가 좋아하는 세계적 기타리스트인 Pat Metheny 밴드의 베이시스트 ‘Linda Oh’가 1집 편곡을 도와주었거든요! 몇 년 전 서울재즈페스티벌에 팻메스니 밴드가 왔을 때 백스테이지에서 린다를 통해 팻 메스니와 악수하고 제 싸인음반을 직접 전달해주는 영광의 순간도 맛봤습니다. 제 우상의 동료인 재즈계의 떠오르는 스타 ‘Linda Oh’와 만난 제 1집 <Milestone>(소니뮤직) 한 번 들어보세요. 뉴욕재즈와 가야금, 그리고 제 정서가 만나 세상에 하나뿐인 이정표 음악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일제강점기 대중가수들의 가창법 비교연구:여가수를 대상으로> 이정표(2012)    


8. 누구나 모든 것을 잘 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은 어떤 도움과 협력이 필요한가요?     

 제 감정의 기복을 잡아줄 수 있는 무던한 사람의 바르고 고른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9. 당신이 가진 내적인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강하신 것 같나요(장점, 나다운 것 등)?    

 '옳고 바름'에 대한 집착. 이것이 큰 스트레스와 고민에 빠질 때 저를 헤어나오게 하는 원천입니다. (헤어나오는 지점에서 이정표님에게 옳고 바른 것이란?) 이것이 민폐인가 아닌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가, 이것을 실행하는 데 있어 내 마음 속의 불편함이 조금이라도 있는가. 경험상 그런 경우는 무조건 올바르지 않은 길이었어요    


10. 앞으로 어떤 일(작업, 역할)을 하고 싶나요? 그것을 위해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고 있(싶)나요?   

저의 생각과 마음을 노래로 표현하고 세상에 발표하는 일을 가능한 한 오래오래 하고 싶어요. 이것을 위해 내면 깊숙한 곳의 진짜 나와 만나고, 어디에서 어떤 상황에 맞닥뜨리든 저를 잃지 않고 바로 서고 싶습니다.  

  

11. 다른 부족에 속해있는 다른 역할을 하는 행정人기획人예술人 중 어떤 좌표에 있는 사람들과 당신은 이야기 나눠보고 싶으신가요? (세대, 역할, 조직 등)     

행정과 기획 쪽에 밝은 예술인, 예술적인 기질이 다분한 행정가와 기획자. 이 두 부류와 이야기하고 싶어요!    


12. 당신을 좀 더 알 수 있는 소셜미디어/사이트/뉴스를 알려주세요.   

강원도립극단 <월화-신극, 달빛에 물들다> 공연장면

(서울문화투데이 젊은 예술가상 수상자 인터뷰)

    


"새로운 연결실험, Fusion of horiz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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