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성장 지표,
오늘도 다정할 수 있을까?

[장석류의 예술로(路)] 2025.12.24

by 장석류

올해 중요하게 여긴 성장 지표

개인적으로 올해 중요하게 여긴 두 개의 성장 지표가 있었습니다. 성과지표가 아닌, 성장 지표입니다. 일하는 방식과 태도가 성장하면, 성과는 따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지표를 설정할 때는 장기적으로 리스크가 될 수 있는 내가 가진 행동과 태도에 변화를 주고 싶거나, 변화하는 세상 흐름에 따라 일하는 방식과 전략에 변화를 주고 싶거나, ‘시간이 가진 복리’ 힘으로 무언가를 쌓아 결과물을 보고 싶을 때 설정합니다. 연초에 지표를 출발선에 세우면, 올해의 루틴을 시간 분배와 함께 설계하고, 이를 대하는 태도의 리듬과 템포를 현재와 반응하며 가보려고 합니다. 올해 중요하게 여겼던 성장 지표 중 하나는 ‘오늘도 다정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일에서 나다움을 잃지 않게 하는 힘

일의 영역에서 보면 저는 듣고, 읽은 것을 생각하고 해석하고, 그것을 쓰고 말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 흐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게 있습니다. 일상에 피로함이 있어도, 말하고 듣기의 당기고 끌리는 반응을 주고받아야 할 때 ‘오늘도 다정할 수 있을까?’를 예열합니다. 늘 그렇지는 못하지만, ‘다정함의 평형수’가 삶의 균형을 잡을 수 있게 애써보는 것입니다. 올해도 많은 조직을 만나 듣고 말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인터뷰에서 따온 이 말에서 공감되었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항상 일하면서 이런 질문을 가졌던 것 같아요. 왜, 우리는 많은 시간을 일에 쏟고도 항상 일에 치이고 허덕일까? 왜 우리는 나답지 못하다고 느끼고, 방향성을 잃을까?” 우리는 일하고 있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개인의 감정도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래서 서로의 상태를 확인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요즘 어때요?” 서로 연결된 팀워크를 가진 조직의 경우 개개인의 상태가 팀워크에 영향을 줍니다. 이때, 나의 안부를 위해, 다정함을 가지고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습니다. 문화를 다루는 많은 조직에서 이런 내적 고백이 나옵니다. “그동안 속력을 다해 일하면서 직감적으로 저와 동료들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걸 알았어요. 하지만, 눈앞에 놓인 일을 쳐내기 바빠 그것을 못 보고 넘기고 침묵했던 시간이 길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다정함과 갈등 공유의 원칙

올해 만난 다양한 문화예술 조직에서 조직 내부자 간 소송이 있었던 사례를 많이 접했습니다. 좀비 조직으로 넘어가는 주요한 전조는 조직에서 ‘뒷담화 바이러스’가 창궐할 때입니다. ‘뒷담화 바이러스’는 실제를 와전시켜, 오해를 강화하고, 냉소를 머금은 침묵을 쌓게 합니다. 뒷담화는 누군가를 배제하며 물어뜯는 방식으로 작동될 때가 많습니다. 이런 조직문화는 실제 그 사람과 내가 생각하는 그 사람 사이에 왜곡을 만듭니다. 이해는 신뢰를 키우지만, 오해는 불신을 키우며 좀비 조직으로 가는 불쏘시개가 됩니다. 다정함의 태도는 뒤에서 얘기가 돌고, 어떤 사람이 나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분위기는 서로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이것을 건강하게 공유하고 관리하는 힘에 근간이 됩니다. 여기서 공유한다는 것은 행정적 형식을 갖추는 방식을 넘어 각자의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누구도 배제하지 않으려는 조직의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다정함의 요체입니다.


현재의 다정함이 미래의 다정함으로

정치경제학자 노리나 허츠(Noreena Hertz)도 저서 <고립의 시대>에서 21세기를 외로움의 세기라고 불렀습니다. 조직에 있으면 외로움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제가 조직 건강검진을 진행할 때, ‘UCLA 외로움 척도’ 지수를 활용하여 공공 문화재단 직원을 대상으로 “조직에서 얼마나 자주 혼자라고 느끼시나요?”, “조직에서 얼마나 자주 나를 이해해주는 동료들이 있다고 느끼시나요?”, “조직에서 얼마나 자주 함께 대화를 나눌 사람이 있다고 느끼시나요?” 등을 물어보면, 고립감을 느끼는 직원들이 적지 않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데이터를 보고 있으면 이 조직 전반에 흐르는 고립감의 공기가 어느 정도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철학자 김만권의 저서 <외로움의 습격>에서 “영어권에서는 16세기까지 외롭다는 말이 존재하지 않았다”라고 하며, 한나 아렌트는 “외로움이 이토록 우리 일상을 지배하는 감정이 된 건 20세기에 들어서다.”라고 했습니다. 조직에서 느끼는 외로움의 기저에는 ‘일에 관한 나의 존재감’과 연관이 있었습니다. 내가 하는 일에 동료들의 관심이 없을 때,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고민을 나눌 사람이 없을 때, 내가 하는 일이 힘든데 마음 나눌 수 있거나 의지할 수 있는 동료가 없을 때, 무엇보다 조직에서 일에 관한 나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을 때,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늘도 다정할 수 있을까?’에는 타인을 향한 마음도 있지만, 나 자신을 위해 필요했습니다. 과거에 보낸 다정함이 현재를 다정하게 해주고, 현재에 보낸 다정함이 미래를 다정하게 해줍니다. 당신과 나에게 ‘오늘도 다정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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