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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석류 Sep 28. 2020

'문화예술의 사회적가치'  창조적 행정가 해민영

[문화다원 No9] 예술人기획人행정人 부족 간 인터뷰 프로젝트

아홉번째 좌표는 문화부 유관기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 있는 행정인을 만났습니다. 현재 문화예술 공공영역에서 예술을 기반으로 하는 창업, 사적 가치, 액셀러레이터, 소셜임팩트 등의 키워드를 이끌고 계신 분입니다. 예술과 경영, 예술과 사회적 가치의 접점에서 바라보는 그녀의 지평은 어떤 모습일까요?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연결하는 창조적 행정가"


1. 이름은? 사회에서 연차는 어떻게 되시나요?

 해민영입니다. 17년차이고요.    

2. 어떤 일을 해 오셨나요. 일터(작업의 공간)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주세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있는 공공기관에서 지금까지 쭉 일해왔습니다. 처음 시작은 한류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지원기관인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입사당시에는 아시아문화산업교류재단)에서 아시아 권역 중심의 여러 교류사업을 담당했었고요. 첫 직장에서 3년 정도 일한 뒤, 큰 범주안에서의 같은 문화이지만, 평소 마음에 더 품고 있었던 게 순수 예술 분야라 현 직장인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 2007년 첫 공채로 입사하며 지금까지 일해오고 있습니다. 센터에서는 5년 정도 공연예술의 국제교류 플랫폼인 서울아트마켓을 기획, 운영하면서 앞선 직장에서 맡았던 아시아 권역을 중심으로 한 국제교류 실무자로 역할을 이어왔던 전반전이 있었다면, 이후에는 정책학 공부를 시작하며 조사연구 및 평가 분야로 관심 분야와 역할을 옮겨온 시기가 있었고, 2017년부터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업들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신규사업 개발과 외부 자원연계에 대한 역할을 맡으며 조직 내에서 새로운 역할의 후반전이 시작되었습니다. 2018년부터는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경제 조직을 육성하는 좀 더 특화된 영역의 역할을 맡아오고 있습니다.     

3. 한번 떠올려 주시겠어요. 당신이 하는(해 왔던) 일을 선택했던 내적인 욕구, 초심, 계기, 우연 등은 무엇이었나요?    

 두 직장의 공통점이 모두 정부 산하의 공공기관이자 에이전시 역할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또 아주 크지 않은 조직이었고요. 크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점은 정책의 방향을 알면서 또 때로는 제안하면서, 현장과 가까이 맞닿아 있는 사업을 직접 실행할 수 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지점이 가장 큰 매력이기도 했고요. 업무 중간에 정책학 공부를 시작한 계기도 탑다운 방식의 정책보단 바틈업 방식의 정책 방향을 실제 사업과 연계해 제안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였습니다. 또한 정책 언어로 왜 이 사업이 필요한지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행정공무원을 설득하는 과정을 경험하며 행정안에서도, 기업 등 외부 파트너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언어 해설자가 필요하다는 걸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한 기관에 오래 근무하면서 새로운 정책 방향과 맞닿아 있는 신규사업을 기획하는 일에 대한 업무를 많이 맡게 되었는데요, 세부적인 내용은 비어있는 상태의 사업의 세부 꼴을 팀워크로, 집단지성으로 만들어가는 일이 제게는 신나는 일이었던것 같습니다.

그 중 사회적경제 영역은 좀 더 많은 의미와 동기가 부여되는 일들의 역할인데요.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직에게 새롭게 발견되는 사회적 가치는 기존 시장에 균열을 내기도, 일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탁월한 수단으로 역할 하기도, 개인을 넘어 지역경제와 사회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임팩트를 가졌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더해가고 싶은 욕심이 마구 생깁니다.    


4. 최근 3년 동안 스스로 느끼기에 가장 보람있었거나 의미있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정책은 현장의 속도를 때론 앞지르기도 때론 뒤쳐지기도 합니다. 대부분 뒤처지는 경우가 많고요. 여러해 거듭되는 사업의 경우도 그러합니다. 초기 설계했던 사업의 취지가 몇 년이 지난 이후에 유효하기도 하지만, 정체 중인 경우도 많고요. 반대로 현장의 가려움을 해소하는 사업이 생겨났을 때는 이런 사업이 꼭 필요했는데 기획해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현재 제가 속해있는 팀의 이름이 사회가치창출팀인데요, 2019년에 생긴 팀입니다. 예술분야에 투자라는게 가능한가, 스케일업이 안되어 투자대상이 아니라는 전문가 의견들을 3년 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최근 문화예술분야의 비즈니스가 내놓는 사회성과들이 새롭게 조명되면서 작년에는 5개 기업에 37억이 넘는 임팩트투자 성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문화예술분야 비즈니스가 어떤 사회성과를 내고 있는지 학계와 함께 연구하고, 또 이 성과를 전문 액셀러레이팅 기관과 조명하며 실제 투자성과가 나기까지 조력한 부분에 가장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기업 역시 문화예술단체가 사회공헌이나 문화마케팅 측면에서 협력하는 파트너인데요. 왜 해당 기업과 협력해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지 논리 구조로 설명이 필요할 때, 예술단체는 보통 나의 프로그램이 얼마나 훌륭한지를 설명하기 때문에 중간에 이 두 파트너의 언어를 해석하거나 사고의 간극을 줄여줄 처방이 필요합니다. 센터에서는 2015년부터 6년째 이 간극을 줄이기 위한 기업협력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는데, 해가 갈수록 좀 더 그 간격이 좁혀지고 협력의 밀도가 더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더불어 가장 짜릿하고 감동적인 순간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에 균열을 내는 기업가들의 성장을 가까이에서 엿보고, 여러 방법으로 조력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5. 당신은 다른 부족사람들에게 어떤 기대와 요구를 받는다고 생각하나요. (좋은 것이든 좋지 않은 것이든)   

 예술인이나 기획자와 상관없이 행정인이기 때문에 숙명적으로 요구받는 부분은 공정하고 투명한 사업의 진행, 지원대상 선정 부분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현장에 필요한 시의적절한 사업이 설계되도록 역할 해야 한다는 요구 역시 받고 있고요.   

         

6.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었던, 책, 음악, 공연, 영화, 전시 혹은 저자, 작가 등을 소개시켜주신다면?    

 먼저 <일하는 마음>이라는 책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저자인 제현주 대표님은 현재 옐로우독이라는 임팩트투자사 대표로 계시고요. 이 책의 부제는 나를 키우며 일하는 법인데요. 저는 지금까지는 조직에 속해 일해본 경험밖에 없는 사람이지만, 조직에 속해 일을 하든, 조직 밖에서 프리랜서로 일을 하든, 또 팀을 꾸려 사업을 하든, 일하는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는 멀리보며 긴 호흡으로 어떤 관점으로 일을 바라볼 것인지에 따라 일이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경험을 공유받을 수 있어서 좋았고요. 본문 중에 “전문성이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인정이라면, 탁월함은 자발적인 동기부여를 통해 스스로 쌓아가는 역량이다.”는 문구를 요새 많이 되뇌고 있습니다.     

 공연중에서는 최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될 예정이라고 기사화된 영화 <해무>의 원작인 극단 연우무대의 2007년 초연 무대가 아직도 인상에 남는데요. 안경모 연출님이 치밀한 무대 연출의 진수를 보여주셨는데, 연우소극장에서 정말 한 배를 탄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비극에 대해 이야기할 의무와 한계에 처한 인간의 본능을 다루고 싶어 대본을 썼다"고 김민정 작가님이 인터뷰를 하신 기사를 이후에 보았는데요. 당시 회사에서 야근을 하며 답이 안나오는 문서와 씨름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상사의 손에 이끌려 보러간 이 공연이 제게 준 임팩트는 지금도 선명합니다. 행정인의 정체성에만 몰입되어 있다가 예술을, 현장을 또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해주는 환기 역할을 연극 무대가 제게 해주고 있는것 같습니다.      

   

7. (서로 다른 부족의 '일의 방법'과 '생각의 관점'을 이해해보고 싶습니다) 당신이 하는(해왔던) 일의 '기-승-전-결'은 보통 어떤 흐름으로 이루어지나요?   

 시작은 실질적인 사업실행의 전년도 상반기부터입니다. 먼저 정책 방향에 대한 제안과 사업의 타당성 등을 근거로 신규 사업을 부처와 국회 등에 제안해 사업 예산이 확정되며 승인되는 구조로 출발합니다. 하반기에는 실제 차년도에 시작될 사업을 위한 세부설계에 들어갑니다. 이때에는 초반에 사업을 제안했을 때 혹여 놓쳤던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밟습니다. 이후에는 해당연도에 사업을 실제 실행하고요. 중간중간 초기 방향대로 잘 가고 있는지 모니터링도 합니다.     

마지막에는 사업이 초기 계획했던 목표대로 잘 진행되었는지 어느 정도 성과를 달성했는지 등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마무리됩니다. 다만 이 과정들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오버랩되며 진행이 되어서, 올해 상반기에 작년 사업에 대한 정산과 마무리를 하면서, 올해 사업 진행을  준비하고, 내년 사업을 제안하는 그야말로 중요한 일 세 꼭지가 동시에 돌아가는 혼돈의 시기가 있기도 합니다. 이 과정을 좀 더 밀도 있게 진행하려면 사업을 수행하면서 밀접하게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빠르게 개선이 필요하거나 새롭게 발견되는 수요를 시의성 있게 사업화할 수 있는 부분이 중요합니다.    

 

7-1) 일의 과정에서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혹은 요구받는 가치는 무엇이 있나요?     

일의 과정에서 가장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정책의 필요보다 현장의 필요가 높은 사업을 제안하고 설계하는 것입니다. 또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이 과정에서 오너십을 가지고 함께 참여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저를 포함한 동료들이 스스로의 성장을 느끼고 그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두려울 것 없는 팀이 되겠지요.  

8. 누구나 모든 것을 잘 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은 어떤 도움과 협력이 필요한가요?   

 각 영역에서 전문분야별로 활동하고 있는 액셀러레이팅 기관, 중간지원조직 등의 전문성을 더해 함께 큰 판을 만들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하는데(컬렉티브 임팩트), 또 그 네트워크를 확장하는데 안테나를 세우려고 합니다. 조직의 일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던터라 이전에는 퍼스널 브랜딩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혼자하는 일이 아닌 조직이, 팀워크가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공공 조직의 생리상 외부환경에 따라 사업이나 조직 운영의 방향성이 달라지는 경험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내부에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퍼스널 브랜드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조직의 내부 역량이 되고, 오히려 흔들리지 않는 기반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그 일환에서 저도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을 좀 더 밖으로 표현하고 또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동료들과의 만남, 협업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습니다.     


9. 당신이 가진 내적인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강하신 것 같나요(장점, 나다운 것 등)?  

 한달전엔가 팀 동료들과 DISC 성격유형 검사를 같이 해본적이 있었는데요. 저는 DC창조형이 나왔습니다. 이 유형은 변화를 계획하거나 주도하기 좋아하고, 단조로운 일에 쉽게 싫증을 내기도 하며 과제를 수행할 때 앞을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실제 변화를 가져온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 저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느꼈는데요, 조직에 속한 행정인은 조직개편과 인사이동 등으로 개인의 관심분야와는 상관없이 업무를 맡아야 하거나, 내부에서의 이해관계 때문에 협력이 잘되지 않는 상황에도 종종 놓이게 됩니다. 개인의 성장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는 부분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해야하거나 할만한 이유를 되돌아보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쉽진 않지만, 스스로에 대한 동기부여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도 역시 마찬가지의 동기부여를 우선순위에서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10. 앞으로 어떤 일(작업, 역할)을 하고 싶나요? 그것을 위해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고 있(싶)나요?  

 문화예술분야에 특화된 액셀러레이터의 역할과 동시에 문화예술분야의 사회성과를 재조명하는 리서처, 연구자의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지원기관에 근무하면서 액셀러레이터라는 역할은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궁금하던차에 소풍벤처스에서 주관한 ’임팩트 액셀러레이팅 마스터 코스 교육‘을 듣게 되었었는데요, 거창한 의미보다 창업가와 함께 사업을 고민하고 방향을 함께 설계하는 조력자라는 역할의 정의를 내리게 되면서, 이 분야에 특화된 조력자가 되면 좀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년과 올해 총 65개 팀 또는 기업의 육성과정을 언더독스, 임팩트스퀘어, mysc 등 전문 액셀러레이팅 기관과 협력하며 진행해오고 있는데요, 문화예술분야의 소셜임팩트에 대해 서로 많은 학습과 도전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사회성과를 재조명하고 화폐화해보는 일은 올해 처음 시도하려는 내용인데요, 첫 시작이라 선행사례를 보며, 또 주변 전문가에 물어가며 나름의 답을 내리며 길을 가는 중입니다. 올해 말 구체적인 결과에 대한 공유 자리가 있을 예정인데요, 이 과정을 지나고 나면 이 역할에 대한 청사진이 좀 더 선명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11. 다른 부족에 속해있는 다른 역할을 하는 행정人기획人예술人 중 어떤 좌표에 있는 사람들과 당신은 이야기 나눠보고 싶으신가요? (세대, 역할, 조직 등)     

 오랜시간 행정인으로만 살았지만, 정작 같은 세대의 행정인, 또 기획인을 많이 만나보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행정인들은 조직안에 있어서 겉으로 잘 드러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고요.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요새 페이스북 피드에 기획인들의 좌절감과 무력감이 많이 토로 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앞두고는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서로에게 지지가 되는 동료들을 많이 만나보고 싶습니다.     


12. 당신을 좀 더 알 수 있는 소셜미디어/사이트/뉴스를 알려주세요.     

https://www.facebook.com/minyoung.hae


"새로운 연결실험, Fusion of horiz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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