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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석류 Jun 24. 2022

여수의 공연 알리미
GS칼텍스 예울마루 신성희

[문화다원 No32] 예술人기획人행정人 부족 간 인터뷰 프로젝트

서른두번째 좌표는 여수 바닷가에 있는 GS칼텍스 예울마루 공연장으로 가보았습니다. 공개된 내용이지만, 올해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진행했던 <2022 전국 공연예술 창제작유통 협력사업 공모> 심의에 참여했었습니다. 당시 극장중에서 여수에 위치한 GS칼텍스 예울마루가 유난히 눈에 띄었습니다. 협력의 파트너로 여러 지원서에서 이름이 보였습니다. "왜, 여수에 있는 GS 예울마루가 전국단위 공연예술 창제작유통 협력의 파트너로 이렇게 인기가 있을까?" 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올해 10년이 되는 이 곳은 예술경영과 행정의 관점에서 바라볼때, 독특한 특징을 보입니다. 지역 기반이 강한 기업 GS칼텍스(이전에는 호남정유)와 여수시, 대표자와 실무자의 협력과 분권이 돋보였습니다. 서울에 있는 LG아트센터는 연암문화재단에서 책임운영하지만, GS칼텍스 예울마루는 여수시에서 부지를 대고 기업에서 1,100억을 투입해 조성한 극장입니다. 2017년 여수시에 기부채납하였지만, 현재 운영비의 38%(여수시):62%(GS칼텍스)로 분담하여 여수시로부터 재위탁을 받은 GS칼텍스 재단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장(극장장)은 GS칼텍스 출신의 전문가가 조성 단계부터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중심을 잡아주면서, 공연 프로그램밍은 (비상임) 예술감독과 직원들의 자율적 재량권이 높은 편입니다. 경영의 관점에서는 데이터 기반의 식스시그마가 도입되어 고객에 초점을 맞춘 의사결정 조직문화도 있습니다. 2012년 개관부터, 이곳을 지키고 있는 공연기획과 홍보업무 실무자를 만나보았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GS칼텍스 기업과 여수시의 협력 극장인 예울마루가 '왜 전국의 많은 기획자들이 협력해보고 싶어하는지' 이해해보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공연의 감동을 알리는 여수의 공연기획자"  


1. 이름은? 사회에서 연차는 어떻게 되시나요?

신성희. 공연일은 17년 차입니다.      


2. 어떤 일을 해 오셨나요. 일터(작업의 공간)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주세요 &역할 속에서 자신의 직업정체성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2006년 공연제작사 뮤지컬해븐에 입사하여 언론 홍보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마케팅 업무로 공연일을 시작하였습니다. 경험이라고는 눈꼽 만큼도 없는, 열정과 의욕만 가득 찬 말 그대로 ‘비기너(beginner)’였지요. 당시 회사는 신생 공연 기획사다 보니 직원이 많지 않았는데 저 역시 맡은 일을 사수 없이 혼자 해야 하는 낯선 상황의 연속이었어요. 언론과 평단, 관객들의 관심과 기대를 모은 라이센스 초연작을 많이 준비하고 있는 터라 번역본과 영문으로 된 가이드 자료만으로 공연의 준비를 시작해야 했습니다. 특히 뮤지컬 ‘쓰릴미’ 공연은 실제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전대 미문의 유괴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공연이었어요. 그런데 번역본을 읽어도 이해가 잘 안되는 치밀한 감정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날 것의 번역본을 두고 연습실에서 연출님과 배우 그리고 모든 스텝들이 국내 상황(?)에 맞게 각색해가며 애정을 가지고 작품을 하나하나 만들어 갔던 기억이 납니다. 이 경험이 공연 제작의 관심과 많은 고민을 갖게 한 모멘텀이 된 것 같아요. 

홍보마케팅 업무를 2년 동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떻게 해야 공연을 잘 알릴 수 있을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이후 과감히 이직을 결심하게 되는데요. 공연 전관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우연히 방문했던 금융사에서 담당자 책상에 놓인 무수히 많은 공연 제안서를 보고 또 한번 “어떻게 하면 저 많은 공연 중에서 우리의 공연이 선택되어 질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연 제안을 위해 접근하는 방법부터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 마케팅에 필요한 전략을 좀 더 전문적이고 선명하게 배우고 싶어 마케팅 전문 에이전시로 이직하였습니다. 다행히도 주된 클라이언트가 ‘문화’와 관련된 정부 기관이 대부분이었기에 기존의 업무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감을 잃지는 않았어요. 전 직장에서는 전통적인 마케팅(ATL)의 기본과 개념을 배웠다면 이 곳에서는 좀 확장되어 BTL 마케팅 등 뉴미디어 등을 통해 좀 더 다양하고 구체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배웠습니다. 유명하고 좋은 공연이 굳이 기획서(혹은 공연 제안서)가 왜 필요할까 라고도 생각하겠지만, 저는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의 영역으로 기획의 과정을 단계별로 잘 정리하고 목표에 접근하는 과정을 보기 편한 디자인으로 시각화하여 문서에 담아보고 싶은 바람이 있었습니다. 

이후 2009년, 지금의 오디뮤지컬컴퍼니에 입사하여 전 에이전시에서 배운 다양한 마케팅 전략과 노하우를 실전에 적용하며 기업 전관 행사나 단체 관객 유치 일을 해왔습니다. 본래 목적이었던 공연기획 업무를 배우기 위해 디큐브아트센터(2011년)로 이직하였고, 이때 지금의 직장인 GS칼텍스재단이 여수의 예울마루 운영을 위해 위탁을 의뢰하여 그 계기로 현재 이곳 예울마루에서 근무, 올해 10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2012년 예울마루 입사하였을 때, 이 곳 남쪽 지역은 제대로 된 공연장 시설이 없었어요. 당연히 공연을 즐기기는커녕 한 번도 공연을 못 본 사람들이 수두룩했지요. 이런 흥미 진진한 곳에서 저는 공연을 소개하고 그 감동을 넘어 가치를 전하려고 노력하는 ‘공연 전도사’, ‘공연 알리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3.  한번 떠올려 주시겠어요. 당신이 하는(해 왔던) 일을 선택했던 내적인 욕구, 초심, 계기, 우연 등은 무엇이었나요

바쁘고 정신없이 살고 싶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저는 근무 중 문득 내다 본 창밖에서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바쁘게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늘 챗바퀴 같은 삶이 무력하다 느낄 즈음에 우연히 TV에서 공연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관객의 장면을 보고 공연 연출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를 감동하게 하고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이 굉장히 경이롭고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어요. 


그렇게 낮에는 평범한 직장일을 하고 저녁에는 아카데미를 다니며 ‘공연기획’ 과정을 수료하였고, 다행히 좋은 결과와 인연으로 뮤지컬 <해븐>에 입사하게 되어 공연일을 시작하였습니다. 남들은 통장에 돈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 좋았다면 저는 공연 보는 횟수가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 더 우선이고 기쁨이었던 것 같아요. 최고일 때는 일주일에 공연을 ‘화, 수, 목, 금, 토, 토, 일, 일’ 이렇게 8회씩이나 보러 다닌 적도 있었어요. 언론 홍보를 하면서 기자분들을 만나러 다니다 보면 우리 공연의 정보만 알고 있어서는 안되겠더라고요. 제가 ‘공연 정보나 트렌드를 많이 가지고 있는 취재원이 되어야 그들과 대화가 되겠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공연을 보러 다녔던 것 같은데 이러한 것들이 먼 훗날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의 아주 중요한 밑거름이 되고 있답니다.      


4. 당신이 하는 일에서, 당신이 생각하는 고객은 누구인가요

저 자신입니다. 개관 이후 지금까지 공연 기획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만 전 제가 직접 보지 않은 공연은 기획하지 않으려 해요. 제품을 잘 알아야만 물건을 잘 소개할 수 있듯이, 제가 공연을 보고 느끼고 만족해야 제 값을 주고 보러 오는 관객들이 적어도 실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공연을 선택할 때 최대한 객관적이고 대중적인 시선에서 선택하려고 합니다. 지방 소도시라고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10년 전 이곳은 전문 공연장은 커녕 제대로 된 공연장조차 볼 수 없어, 공연을 볼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지역의 상황을 고려하여 예술의 순수성이나 공연 전문성보다는 대중성이 가미된 작품성 있는 공연을 고르려고 했어요. 저는 제가 선택한 공연에 있어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믿고 오시는 관객분들한테 실망 시켜드리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     


4-1. 당신이 생각하시는 고객에게, 당신은 어떤 역할기대와 요구를 받는다고 생각하나요.

쑥스럽지만 이 지역에서는 '예울마루 효과'라고 부르며 예울마루가 지역 문화 발전에 끼치는 영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고 있어요. 현재 이 지역의 인구는 대략 28만 정도 되는데 개관된 이래 10년 동안 누적 관람객 수는 약 93만명(’20년 12월 기준) 정도 됩니다. 관객 수도 놀랍지만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코로나19 이전 예울마루의 유료 관객 점유율이 무려 80% 가까이 달했다는 것인데요. 이는 개관 때부터 지역에서는 보기 드물게 ‘초대권 없는 공연장’을 내세우며 지역의 긍정적인 공연 문화 정착에 기여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수하면 ‘여수 밤바다’가 생각날 정도로 많은 분들이 낭만의 여행 도시로 기억해주고 있는데요. 이 점을 활용해 문화와 여행을 상품으로 엮어 널리 홍보하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뮤지컬 ‘영웅’ 공연 당시 공연 티켓과 유람선 이용권, 호텔 숙박권 등과 패키지로 제작해 대외적으로 널리 알렸고 실제로 다양한 지역에서 많은 분들이 찾아 오셨습니다.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공연때도 당시 관광 비수기임에 불구하고 공연 당일 인근 지역 숙박 예약과 관광 명소 방문율 급증, 그리고 고속버스가 긴급으로 추가 편성되고 공연장 앞에는 수 많은 택시들이 대기하고 있어 유례없는 진풍경을 일으키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초대권 없는 공연장’ 운영과 참신하고 희소성 있는 공연 유치로 예울마루는 수준 높은 관객을 보유한 문화 도시로서 이미지 상승효과에 기여하고 있고 관객분들도 만족해주고 있습니다     


5. 당신이 하는(해왔던) 일의 시퀀스( '기-승-전-결')는 보통 어떤 흐름으로 이루어지나요?

제가 소속되어 있는 재단은 모기업이 ‘기업’이다보니 사업을 계획하는데 있어 ‘식스시그마’ 전략으로 일에 접근합니다. 기업의 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문화 예술 기관이지만 고객 만족 혹은 감동을 얻어내기 위하여 공연 실무에도 매우 유용하게 적용되어 집니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이 사업, 이 프로젝트를 왜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타당성을 고민합니다. 이 과정에서 현재 수준과 근본 원인에 대해서도 짚어봅니다. 그리고 타당성이 수립이 되면 한정된 예산 범위 내에서 적합한 공연을 찾고 목표를 세웁니다. 이후 다양한 분석 등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우고 추진합니다. 실행 이후에는 비용을 모두 정산하고 결과를 분석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나온 데이터를 구축하여 모니터링하고 개선 사항을 파악하여 향후 다음 공연계획 수립 시 반영합니다. 


5.1. 전국에 많은 공연기획자(사)와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협력을 하는 방법(사업구조 등) 혹은 추구하는 태도가 있다면? 

예울마루는 GS칼텍스가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2012년에 설립되었으며, 현재는 여수시와 GS칼텍스 재단이 함께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기업이 지자체와 뜻을 모아 공동으로 비용을 부담하고 운영하는 일은 매우 드문 이례적인 일이예요. 사회공헌 사업이라는 추진 배경 때문에 다양한 시민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프로그램에 있어서만큼은 철저하게 실무자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다양한 이해 관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예술감독을 중심으로 예울마루 구성원 대부분이 재능과 경험이 많은 전문 인력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다른 지역의 문화예술 기관 종사자들은 대부분 공무원들이라 잦은 인사이동으로 업무의 연속성 부재가 생기는 반면 예울마루는 안정적으로 전문 인력을 운영함으로써 그만큼 양질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전국에 많은 공연 관계자들과 원활한 소통이 지속적으로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예울마루는 직무와 관련된 직접적인 교육부터 셀프 리더십, 소통의 방법, 지역 네트워크 교류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으로 직원들의 전문성 향상에 크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런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에서 배운 이론과 공연 기획사에서 근무했던 현장 노하우가 더해져 좀 더 원활하게 많은 공연 관계자들과 소통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단순히 예산이나 시설의 규모적인 지원이 아니라 공연 관계자들이 우리 공연장을 필요로 하는 이유를 들어주고, 공연 제작 과정에 있어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노력해요. 공연은 절대 혼자서는 만들 수 없는 종합 엔터테인먼트입니다. 그 어떤 분야보다 협력이 중요한데 신뢰감을 바탕으로 서로가 동료애를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것이 바로 ‘팀웍’이고 ‘소통’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6. 일의 과정에서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혹은 '요구받는 가치'는 무엇이 있나요?  

저는 팀웍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는 상호 ‘신뢰’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관객들과의 신뢰는 두 말할 필요도 없고, 저는 공연 관계자들이나 스텝들과의 협업에 있어 믿음과 신뢰를 가장 중요시하게 생각합니다. 맺은 인연과의 약속은 크던 작던 규모와 상관없이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지키려고 노력해요.

   

7. (최근 3년 동안) 당신이 특히 해결해보고 싶었던 문제(과제)는 무엇이었나요,  (문제)과제를 만났을 때, 진입장벽 혹은 페인포인트(그 동안 해소하지 못한 불편함, 어려움 등)는 무엇이었고, 어떻게 풀어보려고 접근하셨나요

최근 3년 동안 저는 주로 이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그로 인한 일들이 생각납니다. 공연장 설립의 목적과 운영 방향이 때론 지역 예술가들과의 의견 차이로 갈등과 마찰이 생길 때가 많아요. 처음에는 기회 장려와 예술지원 명목으로 배려한 경우가 나중에는 당연하게 권리로 변질 될 때 가장 힘들고 속상했던 것 같아요. 개관 초기에는 저의 경력이나 프로필이 전문가로 인정되어 존중이 되다가도 일을 하는데 있어 단호함과 명확성이 요구되는 시점에는 이러한 것들이 장애가 되어 여러 가지 오해를 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낯가림이 심한 편이라 견디기 힘들었지만 이럴때일수록 제가 선택한 방법은 ‘스킨쉽’ 이었어요. 아직까지 한국 사회는 ‘정’ 이 통하는 따뜻한 사회라 믿었기에 그들과의 거리두기보다는 한 번이라도 더 만나서 대화도 하고 술잔도 부딪히고 직접 대면하려고 했던 점이 기억납니다. 


8. (최근 3년 동안) 당신이 기억나는 '보람의 순간'이 있었다면?

내실 있고 수준 높은 프로그래밍으로 제가 속한 기업의 브랜드뿐 아니라 이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사회 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공연장만 잘 지어놓고 기부하면 끝이다 라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어요. 다양한 문화 예술 자원 중 공연도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작품성과 희소성 있는 공연으로 예울마루뿐 아니라 도시의 품격과 위상을 높이는 가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보고 싶었습니다.

그 중 국립발레단과 함께 한 ‘호이랑’은 전 세계적으로 처음 공연한 초연작이었습니다. 국립발레단이 발레 세계화를 목표로 제작한 ‘호이랑’은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그 첫 무대를 중앙이 아닌 지역의 소도시에서 올리기로 하였고, 그 프로젝트를 예울마루와 같이 협력하여 무대에 올렸습니다. 발레 세계 초연이 지역에서 올려지는 사례는 최초인데다 지역 공연장에서 80인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음악이 함께 공연 되어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공연을 잘 만들고 싶은 모두의 바람과 함께 더욱 실감나고 입체적인 사운드를 제공하기 위해서 좁은 오케스트라 피트석에서 과감히 나와 객석 1열부터 7열까지 드러내고 공간을 넓혔지요. 객석 의자를 하나하나 철거하는게 보통 일이 아니었는데도 전 직원들이 나사와 부속품을 일일이 풀고 고생하며 공연을 준비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세계에서도 통할 ‘한국적 발레’의 가능성과 대중성을 이곳 예울마루에서 확인할 수 있어 무엇보다 제일 보람이었던 순간으로 기억됩니다.     


9. 당신이 가진 내적인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강하신 것 같나요(장점, 나다운 것 등)?

거침없는 추진력 같아요. 다소 무식하다 싶을 정도로 사업을 벌이고 특히 남들이 해보지 않은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을 선호해요. 특히 서로가 의기투합하여 팀웍을 발휘한다면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요. 그래서 팀에서도 밝은 팀웍을 위해 젊은 동료들과 많은 소통을 하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호기심이 굉장히 많은 편이지요. 공연 기획사에서 근무하였을 때 워낙 초연작을 많이 해본 경험 때문인지 첫 술에 배부르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경험을 굉장히 중요시 생각합니다. 제 또래에서는 남들보다 조금은 더 풍부하고 다양한 노하우와 경험을 가진 점이 저희 가장 큰 힘인 것 같아요.


10.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었던 책, 음악, 공연, 영화, 전시 혹은 저자, 작가 등을 소개시켜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2007년 영국에서 보았던 뮤지컬 <메리포핀스>가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초등학교 때 어머니로부터 받은 책 선물이 보라색 표지의 메리포핀스여서 그런지 영국에서 뮤지컬 <메리포핀스>를 가장 먼저 선택해서 관람하였습니다. 그야말로 무대 메커니즘의 정수라 할 수 있었는데요. 워낙 디즈니를 좋아하는 저인지라 디즈니만의 상상력과 당대 기술력을 총동원한 무대 기술, 그리고 완성된 판타지 세계는 보는 내내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웅장하고 화려했어요.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많았는데 역시 아이들 시선이 가장 먼저 궁금했고 그때 아이들의 표정이 모든 걸 말해주는 듯 했어요. 어린이들이 보는 공연이라고 대충 눈 가리고 아옹 식의 무대가 아니라 소품 하나하나 진심을 다해 정성스럽게 만든 공연을 보니 반성도 되고 다짐도 많이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인지 국내 어린이 공연에서도 단순히 아이들의 유행에 맞춰 성급히 대충 제작되는 캐릭터극보다는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시켜주고 공연을 통해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어린이 공연에 관심이 많이 가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따뜻한 감동과 메시지가 있는 백희나 작가의 동화책을 무척 좋아합니다. 


11. 앞으로 어떤 일(작업, 역할)을 하고 싶나요? 그것을 위해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준비하고 있(싶)나요?

5년 전, 영국 출장에서 ‘NT(National Theater) Tour’를 경험하고 부러웠던 점이 바로 전문 제작 극장 운영을 통한 수준 높은 작품 레퍼토리 였습니다. 극장의 건축적 구조 자체가 제작극장 운영에 최적한 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신속한 작품 수정뿐 아니라 제작비용 절감까지 매우 효율적으로 운영 되어지고 있었어요.


예울마루 올해 개관 10주년을 계기로 그 동안에는 공연을 알리고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일을 하였다면 앞으로는 선진화된 전문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여 극장 레퍼토리 개발을 위해 발전해 나가고 싶습니다. 예울마루는 대극장, 소극장, 전시실, 교육실, 리허설룸, 창작 스튜디오 등 다양한 문화 컨텐츠를 양성하고 운영해낼 수 있는 기본 시설들을 골고루 갖추고 있는 다목적 복합문화센터입니다. 특히 공연장 앞에 있는 섬의 창작 스튜디오는 다양한 예술가들이 입주하여 창작 활동을 하거나 예술 관계자가 서류 교류하며 지역 문화의 거점으로서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으로 잘 만들어진 곳인데요. 저는 앞으로 이 공간에서 다양한 창작진들과 만나고 의견을 수렴해가며 예울마루만의 정체성과 비전을 극장 레퍼토리를 통해 표출하고 싶어요.


12. 당신을 좀 더 알 수 있는 소셜미디어/사이트/뉴스를 알려주세요.

이번 기회를 통해 부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skysunghee     


장석류의 예술경영 인물열전,

"Fusion of horizon".


공연의 감동을 알리는 여수의 공연기획자 

GS칼텍스 예울마루 신성희 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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