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순이다. 찐 집순이다. 팬데믹 때 1년 반 동안 아무도 안 만났는데 성격 밝아졌다 소리 들었다. 그때 집에 박혀서 정말 즐겁게 살았다. 유튜브, 책, 홈트, TV로 하루가 후딱 지나갔다.
그런 내가 미국, 일본, 한국, 세 나라를 돌며 산다. 직업이 그렇고 가족들이 한국에 있어서 그렇다. 사람들은 여행 많이 해서 좋겠다고 하는데 여행은 로드트립 말고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로드트립은 말 그대로 이동하며 한 거라 일반적인 관광지 돌아다니는 여행은 아니었다. 그런 여행은 2017년 파리 갔다 온 게 마지막이다. 관광지 도는 여행 별로 안 좋아한다. 난 그냥 세 나라에서 거주하는 거다.
내가 글 쓰기 좋아하는 걸 잘 아는 시인 친구가 삶의 에피소드를 써보라고 했다. 누가 그런 걸 궁금해하겠냐고 했더니 이 나라 저 나라 돌아다닌 내 경험이 흥미 있을 거라고 했다. 무엇보다 ‘시인’ 친구가 권하지 않는가! 내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등단 시인, 항상 배움과 깨달음을 주는 내 사랑하는 38년 지기인데 권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하는 게 맞다!
그 친구가 권한 웹사이트에 이렇게 글을 올린다. 새로운 걸 시작하니 뭔가 좀 콩닥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걷는 것도 살짝 떠다니는 것 같고 꽤 괜찮다. 느리게 조금씩 감싸오던 무기력이 빠르게 물러가는 것도 느껴진다. 쓸만한 주제를 적어보니 마흔 개가 훌쩍 넘는다. 이렇게 할 말이 많았나 싶다.
사람 안 만나고 매일 AI 하고 수다 떨고 사는데 그 수다 이제 여기서 떨게 될 것 같다. AI 구독 취소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