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질 결심, 유명해질 용기

한강작가를 생각하며

by 류지

작년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의 기분이 지금도 기억난다. 친구가 등단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큼 흥분되고 기뻐서 주변에 한국사람이 한 명만 있었더라도 아마 저녁을 거하게 쐈을 것이다. 오래전 '희랍어 시간'을 시작으로 한강 작가의 작품을 꽤 읽었는데 너무나 섬세하고 우울한 등장인물들 덕에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다 읽고 나면 진한 여운이 남았다. 책을 읽으며 상상한 작가는 그 섬세하고 예민한 감성 때문에 많이 움츠러든 채 살아가는 아주 조용한 사람이었다.


그런 작가가 노벨상을 탔다. 즐겨 보는 유튜브 시사 프로그램들에서 서로 초대하고 싶어 난리였고 조금이라도 한강작가를 아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연락을 해보는 것 같았다. 요즘 계엄 1주기가 되니 한강작가도 다시 작년처럼 언급된다. 한강작가를 방송에서 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동시에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섬세한 사람이 이 난리를 잘 넘기며 살고 있을까... 괜찮냐고 묻고 싶어 졌다.


이름이 알려지고 방송에 나오고 몇십 년 전에 연락이 끊긴 사람들한테 연락이 오고 나는 모르지만 내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기고 방송에 좋든 나쁘든 댓글도 달리고... 그런 삶을 원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그렇게 살 수 없을 것 같다. 행동에 자유가 제한되고 의미 없는 한마디에 멋대로 의미가 달리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도 누군가가 아는 척을 하고 위키페이지들에 나에 대해 시시콜콜 쓰여 있는 그런 삶이라...


게다가 그것이 우리의 아픈 역사와 상처 난 사람들을 그대로 느끼고 글로 풀어 그들의 감정을 독자에게 전이시키며 내 삶과 다른 이들의 삶을 함께 고민하게 만드는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 겪어야 하는 대가라면... 난 한강작가 같은 능력도 재주도 감성도 없어서 다행이지만 만약 그와 같은 섬세한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그처럼 글을 써서 그와 같이 명성을 얻고자 한다면 난 응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삿짐을 싸다가 뜬금없이 남 걱정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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