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할 수 없는 사람과 시간낭비 않기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살다 보니 돈보다는 시간을 더 귀하게 여기게 되고 아는 사람을 많이 만들기보단 한 둘 가까운 친구를 사귀는 걸 선호하게 되었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과 보내면서 소비한 시간과 그로 인해 생긴 감정적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또다시 보내야 하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그런 무의미한 소비를 줄이기 위해 내가 오랫동안 써온 유의미한 사람을 판별하는 방법이 있다. 문자 메시지 판별법이다.
매일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내게 진심인지 알 수 없고 나도 이 사람이 소중한지 잘 모르겠다면 나와 상대를 동시에 테스트하는 방법으로 연락을 잠시 끊는 것이다. 일단 내가 연락 없이 3일 동안 잘 견디는지 봐야 하는데 그 사람으로부터의 전화고 문자고 절대 확인하지 않고 버텨본다. 인간관계에 의문이 생긴다면 상대방만 원인일리가 없고 내 마음에도 뭔가 변화가 있었을 수 있다. 그 사람과 연락 없이 며칠을 보내도 괜찮으면 내 마음이 그 사람과 멀어져 있다는 거다. 3일을 보냈는데 상대에게서 별 반응이 없다면 더 말할 것도 없이 손절한다. 매일 연락하고 지낸다고 해서 서로를 진심으로 대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저 말할 사람이 필요했을 뿐일 수도 있으니까.
만약 평소에 잘 연락을 하지 않는 사이라면 (중년은 이런 경우가 더 많다) 먼저 안부 문자를 보내본다. 간단히, '잘 지내?' '궁금해서 연락해 본다.' 정도면 충분하다. 이틀 이내에 답장이 없다면 일단 심적 거리가 멀다고 의심한다. 그러나 바쁘게 살다 보면 문자를 보고도 답하는 걸 잊을 수가 있으니 얼마 후에 다시, '잘 지내고 있는 거지?'라고 안부 확인 문자를 보내본다. 또다시 이틀 이내에 연락이 안 오면 그냥 손절한다. 왜 그럴까? 내가 뭘 잘못했나? 이런 생각할 필요가 없다. 오래 연락 안 한 내 잘못도 있고 상대가 어떤 이유로든 현재 나를 상대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보면 된다. 우선 내가 아무 문제 없이 상대를 믿고 있었다면 판별법을 쓸 생각조차 안 했을 거다.
이 문자 판별법은 지금까지 써본 바 국가와 인종과 나이와 상관없이 다 적용된다. 1-2년 연락 없이 지내도 서로에게 진심이면 문자를 보내자마자 하루 내로 연락이 온다. 심지어 10년 동안 연락이 없었어도 그렇다. 자주 만났던 사람이라도 문자 답장이 며칠씩 늦는다는 건 내가 그 사람의 우선순위에서 한참 아래에 있다는 거다. 연락 안 하면 바로 끊어지는 그런 얄팍한 사이고 나 같이 출장이 많은 사람은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런 관계는 곧 끊어진다. 출장이 없더라도 그런 사이는 별로 유지하고 싶지 않다, 시간 낭비니까.
이런 판별법을 쓸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몇 달 전 또다시 판별법을 쓰고 말았다. 우연히 알게 된 한국인과 친하게 되었는데 작년 신년 인사 이후로 오랫동안 연락 없던 그 친구에게 "잘 지내고 있지?"라고 문자를 보냈다. 나흘 후에 아주 살가운 답장이 왔다, "어쩜 언니, 우리가 몇 달이나 연락을 안 했네. 그 정도로 오래됐는지 정말 몰랐지 뭐야. 어떻게 지내?" 나흘이나 걸린 답장이었지만 너무 살가워서 바로 답장을 했다, "잘 지내고 있나 보네. 궁금해서 연락해 봤어." 그 후 이틀을 기다렸다가 그 아이의 연락처를 지웠다.
여태껏 이렇게 지워진 연락처는 복구시킨 적이 없다, 한 번도 복구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인간관계라는 게 생각만큼 끈끈하지 않을 수도 있고 생각보다 질길 수도 있다. 쉽게 끊어질 수도 있고 오랜 세월 후에 다시 연결될 수도 있는데 일방적인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니 매달리거나 질척거리지 않도록 늘 조심하게 된다. 사람의 마음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심지어 내 마음조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