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에 나 혼자 산다는 것

혼자 사는 즐거움

by 류지

'내 집'이란 말은 아무나 말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누군가와 함께 살고 있다면 그건 사실 '우리 집'이지 내 집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미국에 오고 나서 비로소 내가 사는 집을 내 집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처음 내 집이라 말할 수 있는 공간을 얻게 된 후로는 지금껏 우리 집에서 산 적이 없다. 한국에 있을 때도 우리 집이 아니라 아버지집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혼자 살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인도에서도 여자 동료 여럿이서 함께 집을 빌려 살았어서 혼자 산 것은 미국에 온 이후부터 이십여 년간이다. 미국에서는 반드시 혼자 살아야겠다 결심했는데 장학금과 교내알바수입으로는 벌레가 계속 나오는 낡고 작은 원룸정도밖에 얻을 수 없어서 저렴한 학생 아파트로 옮길 때까지 살충제를 옆에 끼고 살았다. 그래도 혼자 살게 되어 처음으로 집안에서의 자유를 맛볼 수 있었고 그 이후로 그 자유를 버린 적이 없다.


우리 언니는 늘 내게 외롭지 않은지 밤에 무섭지 않은지 묻는다. 언니들은 평생 한 번도 혼자 살아 본 적이 없어서 내 걱정을 하는 것 같다. 누구와 살든 혼자 살든 인간의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누군가가 가까이 있을 땐 의지하고 싶은 마음과 나를 위로해 줄 거라는 기대감이 생겨 더 외로워진다. 그 누구도, 심지어 가족조차도, 나 자신만큼 나를 이해할 수도 없고 본인보다 나를 더 챙기고 보듬어 줄 순 없기 때문이다.


혼자 살기 시작한 후로 처음 몇 년은 자유의 대가로 인한 금전적 곤궁과 자주 바닥을 치는 치 떨리는 외로움과의 싸움으로 좋을 때보다 힘들 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극한의 외로움에서 벗어나려고 동네친구들하고도 가까이 지내게 되고 남자친구도 사귀어 봤지만 예상치 못했던 몇 번의 사고를 겪고 인생의 고비들을 넘기면서 결국은 나를 보호하고 책임지고 의지할 수 있는 건 나 자신 뿐이란 걸 알게 되었다. 힘든 시간을 보내며 근본적인 외로움의 정체를 깨닫고 더 이상 남에게 의지하려는 마음을 가지지 않게 된 것이다.


취직을 하고 학업을 마치고 비록 엄청난 융자금을 안았지만 내 명의인 집도 갖게 되면서 내 집에서의 완벽한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잘 장치해 놔서 집안에서 속옷만 입고 돌아다닐 수도 있고 심심할 때 크게 음악을 틀고 누구 눈치 볼 것도 없이 서투른 기타를 댕댕거리며 칠 수도 있다. 좋아하는 애니메 피규어를 거실의 잘 보이는 선반에 전시해 놓고 먹고 싶은 건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 맘대로 해 먹고 스피커를 최대로 하고 영화를 보기도 하고 밤새 온 집을 환하게 해 놓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책도 읽는다. 어떠한 제재도 없이 원하는 걸 원하는 방식으로 원할 때 즐긴다.


이런 모든 것은 사소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살면 절대 편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그것을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 만으로 삶이 자유롭지 않다고 여기게 된다. 해도 된다는 것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생활 전체에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 그래도 되는데 안 하는 것은 내 의지지만 그래선 안되니까 못하는 것은 내 의지에 반하는 것이므로 결국 내 자유를 지배하고 삶에 대한 만족감을 흔든다.


세 나라를 돌아다니며 살아도 미국의 내 집에 있을 때 가장 큰 편안함을 느낀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편안하고 더 만족스럽고 더 자유롭다, 오롯이 내 집, 나의 집에서 나 혼자 내 멋대로 사는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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