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다른 것을 다양하게 알고 있기에
즐겨듣는 팟캐스트에서 여러 분야를 깊이 있게 알고 있는 철학자와 아주 감각 있고 영리한 언론인이 철학을 이야기한다. 철학자는 자주 언론인에게 질문을 던지고 언론인은 거의 대답을 못하는데 철학자는 그 언론인의 무지함에 놀라면서도 동시에 약간의 설명으로도 바로 깊이 있는 내용을 파악하는 능력에 또한 놀란다. 언론인은 시사에 관한 주제가 나오면 철학자도 놀랄만한 이야기들을 줄줄 늘어놓는다. 언론인은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철학자는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하며 이론을 공유하려고 노력한다. 그 두 사람은 대화 중에 자주 박장대소를 해서 그들의 밝은 웃음에 나도 동시에 싱긋 웃게 된다.
그 둘의 대화를 들을 때마다 각자의 지식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가 생각한다. 내가 만난 많은 사람들도 각자 다른 것들을 다양하게 알고 있었다. 지식에는 한계가 있으나 서로 다른 관심과 경험으로 모두 다른 지식을 쌓아가며 살아간다. 그래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내가 뭐를 몰랐는지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옆집 아저씨의 담배연기가 내 침실로 들어오는 걸 불평하다가 주택 간 공기가 생각한 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고 문틀 밑의 공간을 어떻게 메우는지 물어보다가 목재를 단단하게 하는 물질이 있다는 걸 들었다. 사슴이 우리 집 나뭇잎을 뜯어먹는다고 말하다가 사슴이 싫어하는 향에 대해 알게 됐고 등산을 하다가 먹을 수 있는 야생 과일에 대해 배우기도 했다. 내 경험만으로는 전혀 알 수 없을 다양한 지식들이다.
자기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걸 상대가 모른다고 무시하는 사람들도 있고 남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걸 자신이 모른다고 스스로 무지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그 누구도 세상을 다 알 수 없고 다 모를 수 없는데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유식하다고 또는 무식하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유식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에서 논리에 맞지 않는 모순을 자주 발견하기도 하고 자신이 무식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많이 배운다. 모두가 다 다른 것들을 알고 있고 서로 무엇을 알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유식하다 무식하다 선입견을 갖는 게 아닌가 싶다.
하루하루가 배움 없이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아무것도 안 하므로 가능한 것들을 알게 하는 과정이다. 모든 사람은 유식하다. 무지한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