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는 서태지와 아이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X세대는 지금도 신세대로 불린다

by 류지

서태지와 아이들을 처음 티비에서 본 날을 뚜렷이 기억한다. 당시 즐겨 보던 주말 예능프로에 신인가수가 신곡을 부르고 몇 명의 연예계 중견들이 심사위원으로서 점수를 매기는 코너가 새로 생겼다. 어느 토요일, 그 당시 유행하던 깔끔한 디자인의 안경을 쓰고 나온 서태지와 헐렁한 셔츠에 멜빵바지를 입은 이주노와 양현석의 등장은 그 당시 가수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신선한 충격에 모든 신경이 압도될 정도였다.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강렬한 전자음악 멜로디가 나오고 서태지가 바로 날카로운 랩을 시작했다. 난생처음의 묘한 느낌, 무언가 내 안에서 팡하고 터지며 확 몰입하게 되는 그런 낯설고 완전히 새로운 느낌이었다. ‘난 알아요’가 끝날 때까지 화면 속에 잠수한 듯 온 신경이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와 춤에 푹 잠겼다. 노래는 이상한데 독특했고 춤은 강렬하고 새로웠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시작된 심사위원의 평가는 그러나 너무 구태의연했고 평가점수는 상당히 낮았다. 엄청난 공연을 보고 충격에 빠졌는데 함께 본 노인들이 ‘요즘애들이란…’이라며 혀를 차고 있는 느낌이랄까. 월요일 학교에 가자마자 과 동기들과 서태지와 아이들에 대해 열띤 평가를 시작했다. 호불호가 극명히 갈렸는데, 나를 포함해서 충격적이고 신선했다는 평가의 아이들과 너무 어색하고 듣기 싫었다는 평가의 아이들이 반반이었다. 중간이 없었다. 평소 보수적인 동기들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고 나처럼 중학교 때부터 빌보드 차트를 쫓던 아이들은 서태지와 아이들에 환호했다.


그 이후로 삼십여 년이 흘렀다. 그동안 죽 관찰해 온 바 그때의 호불호가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일관적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던 사람들은 여전히 보수적인 고집을 유지하고 있고 서태지 팬이었던 사람들은 변화에 대체로 잘 적응하고 꼰대소리 들을까 봐 늘 조심하며 살아가고 있다. 자녀들에게 권위를 세우려고 하기보다는 친구사이로 지내려고 노력한 사람들도 서태지 팬들이었다.


중년의 한국인들과 대화하다가 답답하다고 느끼면 난 농담하듯이 서태지를 좋아하냐고 묻는다. 고등학교 때까지 방도 함께 썼고 나이차가 별로 나지 않아 지금껏 가족 중 가장 가깝게 지내온 작은 언니는 나와는 달리 서태지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즘도 가끔 언니의 꼰대스러움에 경악하곤 한다. 언니도 나를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본인과 많이 다르다고 여긴다. 최근 우연히 식사를 함께한 60년대생 한국인들이 나더러 ‘신세대’라고 하길래 서태지를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예상대로 별로라고 했다.


새로운 문화나 시대의 변화를 바로 받아들일지 거부할지는 각자의 자유이다. 새로움에 늘 열린 마음으로 살아보니 흥미롭고 즐거운 게 꽤 많고 어떤 문화적 사회적 변화에도 별로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는다. 서태지와 아이들처럼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뭔가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난다.


서태지 이전 세대에 대해 내가 모르는 것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뭔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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