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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하 May 30. 2021

코로나 백신과 젊은이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 접종 둘째 날


ㅁ 2021.5.30(일) 11:30 : 접종 24시간 경과


이상반응 별무


접종 부위인 왼쪽 어깨가 살짝 부은 거 같다는 느낌 외의 부작용은 아직 없습니다. 접종 여부 결정에 참고하시라고 제 관련 정보를 간략히 소개합니다.


ㅇ 30대 후반 남성


ㅇ 백신 알레르기 경험 없음. 지병 없음.


ㅇ 평소 주 오일에서 칠일 최소 한 시간 이상씩 고강

    도 운동을 15년 정도 꾸준히 수행


ㅇ 음주 : 평균 주 2회 / 회당 소주 1~2병


ㅇ 흡연 : 일반 담배 일일 1/2- 1 갑


ㅇ 과거 병력 : 결핵, 식중독, 기쿠치병, 장염,

                        A형 간염 등


아래부터는 접종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개인 감상입니다. 비전문가로서 나는 왜 이상반응이 없을까에 대한 과거 병력에 기반한 막연한 추측이죠.


발열, 오한, 구역감 등등의 부작용을 접종자의 70% 정도가 겪는다고 들었고, 아나필락시스 쇼크도 젊을수록 발현 빈도가 높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입니다. 아재 백신이라더니 반응이 없으니 더 이상 젊지 않다는 건가 싶어서 살짝 아쉽네요. 마흔이 코 앞 이건만 내 신체 나이는 아직 이십 대 젊은이다!!라고 자신 만만했었는데 말이죠.


실은 접종 전에도 나라면 왠지 이상반응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살면서 자주 아픈 몸은 아니었지만 한번 아프면 입원해야 할 정도로 아팠고,  남들 잘 안 걸린다는 병들에 잘도 걸렸었기 때문입니다. 실은 내 면역력은 약한 녀석이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싸울 깜냥이 못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죠.


10살 무렵에 결핵에 걸려서 한 달 정도 입원을 하고 퇴원 후 3개월을 누워 지냈을 정도로 크게 앓았습니다. 그때 제가 걸렸던 종류의 결핵이 국내에서 거의 20년 만에 보고된 사례라고 들었고, 회진 때만 되면 제 병실에 의사들이 바글바글했습니다. 덕분에 당시 명의로 소문이 자자해서 예약이 진작 가득 차있었던 교수님이 제 수술을 집도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스무 살이 되었을 때는 병명을 직접 밝힐 수는 없지만, 운전기사 분들처럼 장시간 앉아서 일하시는 분들이 주로 걸리신다는 특정 부위의 병에 걸렸었습니다. 그때도 심하게 앓아서 며칠간을 입원하고 수술하고 회복하는데 몇 개월이나 걸렸습니다. 특히 화장실에 가는 게 정말 두려웠었죠.


스물여덟 때는 생굴을 먹고 식중독에 걸렸습니다. 같이 먹은 사람들 다 괜찮은데 저만 아팠죠. 정말 심하게 와서 이주 정도는 걷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아프기 시작했을 때 쉬었어야 하는데 아플수록 몸을 움직여야 한다면서 격렬하게 운동을 하고 그다음 날부터 몸져누웠었습니다.


스물아홉 때는 병명도 생소한 기쿠치병에 걸렸습니다. 편도가 크게 부어오르고 고열에 시달렸습니다. 동네 병원에서 원인을 모르겠다고 해서 대학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암일 수도 있다고 겁을 주면서 입원 후 조직검사를 하고 병세를 지켜봐야겠다고 하더군요. 당시 저는 나름 장수생으로서 수험공부를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앞섰기 때문에 입원은 하지 않고 해열제와 진통제 처방만 받고 버텼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한 이주 넘게 끙끙 앓다가 같은 병원의 다른 과에 외래진료를 받으러 갔더니 기쿠치병이라더군요. 원인도 불명확하고 치료법도 없어서 그저 해열제와 진통제 등을 먹으면서 버티다 보면 사라지는 병이라더군요. 보통 이삼십 대 여성들이 주로 걸리고, 젊은 남성이 걸리는 건 드물다고 했던 게 기억납니다.


서른 넘어서는 지난 글에 다룬 바 있는 장염에 걸렸었습니다.


최근에는 또 생굴을 먹고 A형 간염에 걸렸었습니다.

고열에 두통이 있었는데 호흡기 증상은 없었습니다. 동네 병원에서는 피검사, 요검사, 초음파 등등 다 해도 이상이 없다면서 코로나 19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습니다. 음성이었죠. 그런데 열이 안 떨어지는 겁니다. 39.5도까지 올라갔죠. 그래서 병원에 다시 갔더니 코로나 검사를 다시 받아보라더군요. 감염 초기에는 바이러스 검출량이 적어서 음성 판정을 받을 수도 있다면서요. 네, 또 음성이었습니다.


이젠 상급병원에 가야 한다면서, 응급실로 찾아가라더군요. 하루 밤새 응급실에 입원하고 나서 들었습니다. A형 간염이라더군요. 증상이 시작될 무렵엔 간수치에 이상이 없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간수치가 올라가기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보건소의 역학조사관이 연락을 해와서 A형 간염은 법정 전염병이니 이 주간 격리하라더군요. 그래서 처방받은 우루사 등등을 먹으며 버텼습니다.


동네 의사께서는 과거의 병력을 보니 희귀 질환에 자주 걸렸다. 겉보기에는 건강하고 잔병치레는 안 한다지만 실은 면역체계에 이상이 있거나 약한 것일 수도 있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아직 백신 이상반응이 없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아직 24시간 밖에 안 지났으니 속단은 이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 주간은 금주하고 심한 운동도 자제해야지요.


실은 오늘도 헬스 장비 가방 들고 운동하러 갔었는데 한 달에 한번 쉬는 날이라고 문을 닫아놔서 그냥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말과 행동이 따로 움직이는 걸 보면 저도 아직은 피가 뜨거운 젊은이인 것 같습니다. 비록 아재 백신을 맞고 아프지는 않았어도 말이죠.


오늘 주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2일 차 후기였는데, 쓰고 보니 스스로가 젊은이라는 자기 재확인이 되었군요. 난데없이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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