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하루 남은 2022년에 헛헛한 마음이 드는 하루다. 나는 연말이 되면 친구들과 1년 빙고 게임을 한다. 12월의 마지막 날에 한 해의 목표를 9개 정하고 다음 1년 동안 많이 달성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동시에 지난 해의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확인해보기도 한다. 올 해 나는 몇 칸이나 색칠할 수 있었나?
1. 저금: 여행 다니느라 많이 모으지는 못했지만 드디어 청약통장도 만들었고 교직원 공제회에 3월부터 꾸준히 푼돈을 저금 중이다. 저금으로 부자가 될 순 없지만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는 있다.
2. 그림 배우기: 오래 배우지는 못했지만 어쨌거나 화실에 앉아 뻐근한 허리를 두드리며 고요한 분위기를 즐겨보았다.
3. 바레코드 마스터: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든 기타 독학. 에프코드를 비롯한 각종 바레코드에서 깔끔한 소리가 안나서 고민이었는데 이젠 제법 깔끔한 소리가 난다.
4. 브런치 글 80편 채우기: 오늘은 무슨 글 쓰지? 하며 머리를 쥐어짜는 과정도 좋다. 자꾸 쓰다 보면 느는 것 같기도 하다. 생활 속에서 스치는 어떤 주제가 글감이 되는 순간에는 내가 예술가가 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어찌됐건 남는 것은 글, 손으로 하는 무언가.
5. 출판 진행: 엄마 책을 출판하기 위해 뭐라도 해보려고 제일 중요한 중간 칸에 이 내용을 적었는데, 올 해는 첫 직장에 적응하기 바빠 뭘 못 했다. 포기하지 않고 내년에도 꾸준히 도전.
6. 시내 주행: 1월에는 이렇게 빨리 차를 사게될 줄 정말 모르고 적은 칸이다. 운전이 무서웠던 나는 어느새 10개월차 초보운전자다. 그래도 아직 좁은 골목, 갓길주차가 많이 된 길은 조마조마 하지만 이 빙고 칸을 색칠 할 정도는 충분히 된다.
7. 자기 장학: 올 해 새로 배운 것들이 많다. 드럼도 쳐보고 일렉 기타도 잡아봤다. 각종 수업 나눔 연수도 많이 다녔다. 연수 때 배운 내용은 바로 다음 주에 자료를 만들어서 선택과목 수업 시간에 적용해보았다. ai와 연계한 수업 나눔도 들으며 부족한 컴퓨터 실력을 조금 보완하기도 했다. 흠 열심히 산 것 같아 뿌듯하다.
8. 등산: 원래 등산을 참 좋아하는데 올 해는 수영에 미쳐서 수영 말고는 뭘 안했다. 그래도 수영은 꾸준히 해서 초급반에서 상급반까지 올라갔다.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수영장 같은 반 회원님들이 나만 보면 수영을 참 예쁘게 한다며 칭찬을 해주신다. 어떤 할아버지는 나보고 수영계의 김연아라는데 부담스러우면서도 기분이 좋다. 내년에는 방학에도 쉬지 않고 해서 마스터반까지 올라갈 계획이다.
9. 투자 공부하기: 소소하지만 주식을 시작했다. 아직 전문적으로 알고 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계좌를 트고 거래를 시작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나도 언젠가는 꼭 부자가 되고싶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28살을 채울 빙고를 만들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