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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Jul 26. 2023

여자 혼자 카자흐스탄 여행기 6

현지 여행사 투어/대중교통 타보기

오늘은 다시 현지 여행사를 통해 kairacsky 폭포로 투어를 떠나는 날이었다. 아침에 눈을 떠 준비를 하고 잔돈이 없어 호텔 카운트에 가서 잔돈으로 바꿀 수 있냐 물으니 큰 단위 지폐밖에 없단다. 나가보니 작은 빵 가게가 있었다. 거기서 빵을 하나 사먹고 잔돈을 만들었다.

바다가 없이 육지 한가운데 있는 나라에서는 밀 재배가 쉬워 빵이 싸고 많다고 한다. 대신 해산물 요리는 접하기 힘들고 비싸다고.


여행을 다니면서 여러 나라에서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의 삶의 형태를 본다. 사막이 많으면 물이 귀하고 바다가 없으면 해산물을 못 먹는것은 당연한 이야기인데도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새삼 낯설게 느껴진다. 저마다의 환경에 맞게 잘 적응해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누군가 나의 삶을 보고도 그리 생각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 동시에 숨 쉬는 것과 같이 익숙하던 내 삶이 모두 연극이었던 듯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여행은 돈을 주고 낯섦을 사는 것이라던 엄마의 말이 다시 생각이 난다.


첫째날 투어에 쫄쫄 굶었던 것이 정말 힘들었던 터라 바리바리 짐을 쌌다

무겁게 짐을 싸서 빵 하나 사들고 택시 탑승


이번 가이드는 어리고 예쁘고 영어도 잘하고 내게 친절하기까지 한 그런 가이드였다. 시간에 맞춰 도착 장소에 모여 버스에 타니 출석 비슷하게 부르는 것 같았다. 전체 출석이 끝나면 꼭 나에게 와서 “유리” 하며 방금 했던 말들을 친절히 영어로 다시 설명해준다.


왓츠앱으로 단체 대화방이 만들어지고 점심에 간다는 생선 가게 메뉴판 사진을 올리며 이 중에 고르란다. 덧붙이길, 카자흐스탄에는 바다가 없기에 해산물이 귀한데, 이 식당에서 해산물을 먹을 수 있어서 아주 특별한 곳이라고 했다. 해산물은 송어였다. 경상도 중에서도 바다와 멀리 떨어진 내륙에 사는 나에겐 익숙한 민물고기였다. 사람 사는게 다 비슷하고 그래서 신기하고 또 재밌는 여행의 순간순간.


미리 주문을 해놓는다고 하여서, 나는 그 나라 전통 음식인 라그만을 주문했다. 메뉴 하나하나 설명해준 가이드 덕에 고를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폭포 입구로 올라가는 길


올라가는 동안 내내 뒤를 돌아보기 바빴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때나 보던 모형 나무가 저 높은 산을 빼곡히 덮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진짜인지 믿어지지 않을만큼 아름다웠다. 나는 자연에 감동받는 사람이었다는것을 계속해서 다시 느끼며 걸어올라갔다. 일행을 놓치면 안돼서 급히 사진찍고 급히 올라가고를 반복 ㅠ


그림같은 풍경을 배경삼아 올라가다보면 금방 폭포가 나온다. 30분정도 올라간 것 같다.


앞으로는 바위 뒤로는 산이 있는 그런 곳이다 하늘 높은 곳에서 후두둑 떨어지는 폭포


역시 가이드가 사진을 너무 잘 찍는다. 안전불감증이 있는지 사람들은 저 바위 위에 올라가서 찍기도 하던데 난 그렇게는 못하겠어서 그냥 매달렸다


다른 각도에서도 한 장 더. 사진을 마저 찍고 하산했다


하산하는 길에 만난 윈도우 배경화면같은 풍경. 왜 카자흐스탄이 아시아의 스위스라고 하는지 알 것 같은 순간의 연속


식당으로 이동했다. 송어를 직접 잡는 체험을 할 수 도 있다고 했다. 난 굳이 낚시 체험은 안했다

저렇게 양식장이 있고 조금 더 들어가면 식당이 나온다.


식당을 둘러싼 정자(?)같은 것들에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있다.


나는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말을 텄던 카자흐스탄 신혼부부와 함께 밥을 먹게 됐다. 이 남자의 여동생이 한국 드라마를 너무 좋아해서 한국어도 공부를 하고 있는데, 전화 연결을 해서 우리 대화를 통역해주었다.


남자가 나에게 식사를 대접하고싶다고 했다. “오빠가 식사를 사주고 싶대요.”라고 여동생이 통역을 해주었다. 카자흐스탄은 손님에게 대접하는 것이 문화이니 그렇게 해주고싶다고. 나는 미안해서 아니라고 내가 낼 수 있다고 했다. 밥 대신 음료를 사주었다. 나는 남자의 여동생과 영상통화도 하고 짧은 영어단어들의 나열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었다

여행 내내 친절했던 카작 신혼부부 ㅎㅎ 6월에 식을 올렸다던데 정말 매 순간 사랑이 넘쳐보였다. 여자가 음식을 남기자 접시를 가져가서 자기가 먹겠다며 두 접시를 싹싹 비움ㅋㅋㅋ 여자가 “진짜?? 이거까지 다 먹겠다고!?” 하면서 놀라던데 (말은 못 알아듣지만 대충 눈치껏 그래 보였음) 역시 남긴 음식 다 먹는건 그냥 남자친구+남편+아빠들 국룰인가 싶어서 웃겼음ㅋㅋㅋ


나는 송어는 안먹고싶어서 라그만을 시킴 근데 향신료인지 뭔지 맛이 강해서 억지로 먹었다. 오늘 숙소를 나오는 길에 내가 밥투정 안하겠노라 나 스스로와 다짐을 했기 때문에. 그냥 우걱우걱 입에 넣었다.


배가 고파서 허겁지겁 먹었지만 또 먹고싶지는 않은 맛 ^^..


밥을 다 먹고 화장실에 들르는데 여기는 화장실도 무슨 경치가 이리 좋아?? 하며 찰칵

하지만 내부는 ...

그래도 100탱게 안내고 공짜로 쓸 수 있음 ㅎㅎ


밥을 먹고 나니 잠이 와서 레드불을 먹었다. 여긴 사람들이 레드불을 참 좋아하는지 마트에 레드불 냉장고를 따로 빼서 진열해두는거다. 한번도 안먹어봤는데 좀 나을까 싶어서 도전

효과가 있었다. 덕분에 지금 1시가 넘었는데도 잠을 못자고 있다. 원래 10시면 기절인데....


밥을 먹고 박물관으로 이동. 분명 웹사이트에서 한국어로 번역한 일정엔 박물관이 없었는데.. 식당도 그렇고.. 번역이 안된건지 새로운 일정이 반영이 늦는건지 암튼 박물관 도착


근데 여기 입구에 이런게 떡하니?!?


반가운 한국어에 바로 달려가서 사진을 찍었다. 외국에서 보니 저 국기가 어찌나 반갑던지.


내부는 이것저것 많은데 난 가이드의 설명을 못알아들으니 그냥 밑에 영어 설명이랑 번역기 돌리면서 눈으로 둘러봤음


보고 있는데 갑자기 카작 신혼부부가 와서 아이스크림을 사왔다며 나에게 주었다 ㅠㅠ 감동을 했다. 아이스크림은 맛있었다. 유목민의 나라에서 유제품은 아무거나 먹어도 성공하는 것 같다. 몽골에서도 아이스크림 진~~~짜 맛있었는데 ㅠㅠ ..


박물관 앞에 보이는 설산이 신기해 또 찰칵. 이제 집으로 다시 돌아간다


지난번에 모였던 아스타나 국제호텔이 아닌 아바이로드 서커스장 주차장이 이번 출발, 도착지였다. 다시 이곳에 도착!


택시를 타려고 했더니 이제 돈도 좀 아깝고 버스도 타보고싶고 해서 정류장에 있던 사람한테 물어봄. 아직 버스 어플은 뭔지 몰라서 난 못 찾고 있던 상태... 그랬더니 친절하게 검색해서 잘 알려주었다.

34번 버스를 타고 쭉 가라는 안내를 내가 다시 핸드폰으로 찍어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 전광판도 없고 얼마나 기다려야하는지도 모르고 안오길래 그냥 택시탈까 하던 찰나에 34전 도착 !! 블로그에서 150탱게를 내라고 했던걸 봐서 돈을 냈더니 이렇게 영수증을 주었다


버스 탑승!!


잘 가고 있는데 갑자기 펑!!!!! 하는 소리가 들리는거다. 타이어가 터진 듯 했다;; 갑자기 길에 버스 세우더니 다 내리라 함... 그리고 뒤에 오는 다른 버스로 갈아탔다

흠 약간 어안이 벙벙했지만 새로 탄 버스가 너무너무 만원이어서 가는길에 힘이 들었다 ㅠㅠ 그래도 무사히 도착!!

바글바글한 7번 버스를 보내고 나는 다시 숙소로 왔다


지구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제자리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 당연해서 생각할 필요도 없다가도, 때때로 낯설게 다가와 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내게 뜨거운 열정이 생겨나기도 한다. 나만의 두 발로 걸어나가는 여정. 벅차게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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