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자고 일어나서 핸드폰을 확인하는데 배터리가 전혀 충전되지 않아 있었다. 나는 항상 자기 전에 충전기에 핸드폰을 꽂아놓고 잠에 드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오전 내내 핸드폰을 사용했는데 이상하게도 배터리가 전혀 닳지를 않았다. 오전 내내 73%를 유지하다가 점심을 먹을 때 쯤이던가, 갑자기 핸드폰이 꺼졌다. 전원 버튼을 계속 눌러보았지만 켜지질 않았다. 충전의 문제인가 싶어 충전기에 연결을 해봐도 1분 이상 켜지지 않고 계속 꺼지기만 했다. 배터리를 인식할 수 없다는 문구만 뜰 뿐이었다. 무언가 잘못된 것이 분명했다.
꺼진 핸드폰을 손에 들고 있는 순간, 어딘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네이버에 내 핸드폰 기종과 함께 문제 상황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해당 모델의 기기적 결함으로 종종 생기는 문제였다. 배터리를 교체하면 해결이 된다는데, 13만원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왠지 내 핸드폰의 문제는 그리 쉽게 해결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 것을 두고 ‘직감’이라고 하는 것일까, 이유 없이 그냥, 또 분명히, 그런 느낌이 든 것이다.
‘불길한 예감’이라는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다. 초등학교 때 ‘꽃 만들기’ 숙제로 해간 나의 작품이 남자아이들 싸움의 무기로 사용되며 두 동강 났던 일, 엄마의 병이 2주 만에 엄마의 목숨을 앗아간 일, 그런 일들을 겪기 직전이면 나는 어김없이 ‘불길한 예감’을 받았더랬다. 이번에도 그랬다. 꺼진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던 그 순간, 수리센터에 가서 핸드폰이 고장난 이유를 들어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시는 이 핸드폰을 켜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직감이 든 것이다.
불길하게도, 내 직감은 맞았다. 핸드폰 수리 센터에 갔더니 이유는 알 수 없고, 메인보드와 카메라, 배터리까지 다 문제가 생겨서 수리비가 60만원이 넘게 나올 것이고, 고친다고 해도 메인보드를 갈게 되면 지금의 핸드폰에 있는 정보는 모두 날아간다고 했다. 지금의 핸드폰이 켜지지 않기 때문에 핸드폰 안에 있는 정보들을 옮길 수도 없다고 했다. 핸드폰을 떨어트린 것도 아니고, 물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그냥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이렇게 되었다는 것이 너무나 억울했다.
핸드폰에 있던 2년간의 사진과 핸드폰 번호, 각종 은행 애플리케이션에 등록된 인증서 등이 모두 날아가 버린 것이 절망적이었다. 평소 백업을 전혀 안하고 살아서 그 핸드폰에 있던 정보들은 이제 이 세상에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취직하고 처음으로 산 핸드폰이기도 하고 오래 쓸 마음으로 좋은 것, 용량 큰 것으로 무리해서 산 것이었는데, 2년 만에 무용지물이 되다니. 상당히 속이 쓰렸다. 조금 우울하기도 했다. 새로 사려고 하면 못해도 100만원, 많으면 200만원이 들텐데, 당장 돈 들어갈 것도 짜증이 났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볼 법도 하다.
‘새 핸드폰을 사야만 하는 일’이 가장 불길한 예감인 인생이라면, 행복에 겨운 인생이 아닐까? 이 정도는 내가 겪었던 불길한 예감들 중 가장 감당할 만한 불행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