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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Jun 24. 2024

평균 속 사이비 종교 이야기

  살다 보니 너무 행복하기만 하거나, 혹은 너무 슬프기만 한 글은 다소 부담스럽다. 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 행복해요.’라는 메시지를 거듭 호소하는 글은 왠지 거부감이 든다. 어쩌면 내가 조금 꼬인 것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렇다. 그렇다고 슬프기만 한 글이 좋은 것은 아니다. 읽다 보면 내가 다 힘이 든다. 안 그래도 감정 쓸 곳 많은 삶인데, 글을 읽으면서까지 힘을 빼기엔 내겐 체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평균’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평균을 좋아한다. 허리를 곧게 펼 수 없을 정도로 슬프더라도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내고, 또 적응하는 방법으로 삶을 평균치로 만든다. 행복하기만 한 인생은 없다는 것은, 너도, 나도,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니 이 고되고 지친 인생 속에서 끊임없이 꿈틀대며 노력하는 ‘평균’의 삶을 나는 쓰려고 노력한다.   

   

  ‘완벽한’이라는 단어를 붙였을 때 가장 이질적인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 단어가 사람 앞에 붙었을 때 가장 거부감이 든다. 완벽한 자동차, 완벽한 드레스, 완벽한 의자 같은 것 앞에 붙었을 때는 ‘그럴 수 있지’ 싶다가도 완벽한 부모님, 완벽한 남자친구, 완벽한 부장님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물음표가 떠오른다. 인간이 본래 그렇듯 그들은 절대로 완벽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게 꼭 나쁜 의미는 아니다. 그들이 완벽할 수 없기에 나는 그들의 실수를 이해하고, 또 나의 실수를 이해받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다는 것을,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다는 것을, 행복이 있으면 또 슬픔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며 나는 인생의 평균치를 찾아가는 중이다. 


  엄마의 인생이 조금만 더 길었더라면, 엄마와 *사이비 종교 사이에서 보낸 나의 유년 시절이 이다지도 지독하게 억울하진 않았을까? 잘못된 믿음에서 오는 맹목적인 요구가 나와 엄마 사이를 꽤 오랜 기간 힘들게 했다. 이혼 직후 몸과 마음이 모두 폐허가 된 엄마를 전도한 이모(이모는 그 종교의 목사이다.), 나는 당시 여섯 살이었다. 그때부터 사이비와 얽힌 시간이 10년. 참 돌아보면 굽이굽이 쉬운 게 없는 인생이었다. 나는 지긋지긋한 사이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엄마와의 관계를 끊어야 했다. 그때는 정말 평생을 안 볼 작정으로 인연을 끊었지만 지나고 보니 3년이었다. 3년 뒤, 엄마도 사이비를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헌금 강취와 노동력 착취,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이 전혀 보장되지 않았던 사이비 종교. 당시에는 세뇌되어 몰랐지만 떠나고 보니 교주의 성폭행과 반복되는 수감 생활까지 인지할 수 있었다. 나의 일상은 새벽기도와 철야기도, 금식기도, 산 기도로 채워야 했고, 엄마와 이모는 사이비 교주를 믿게 하기 위해 핸드폰도, 친구도, 학교도 금지하곤 했다. (여기에서 내가 당한 것을 모두 다 이야기하면 ‘너무 슬픈 이야기’가 되어 이 글을 끝까지 읽기 힘들어질 수도 있기에 줄이겠다.)


  훗날 엄마는 나에게 그 종교를 믿었던 사실이 부끄럽고 너무나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학창 시절, 엄마가 원망스럽고 밉기도 했지만 모두 지난 일이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힘들었던 것은 잘 기억이 나지 않고, 그렇게 보낸 세월이 아깝다는 생각뿐이다. 사이비 종교라는 장애물 없이 온전히 엄마와 나, 우리만의 시간으로 보낸 세월이 너무 짧아 안타깝다. 하지만 내가 아팠던 옛 기억을 잊었듯, 안타까운 마음 또한 점점 옅어질 것이다. 망각 또한 평균점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아직도 그 사이비 종교를 탈퇴한 사람들과 열심히 만나고 있다. 아름다운 청춘, 되돌릴 수 없는 엄마와 나의 시간, 돈과 노력. 잃은 것들을 나열하면 슬프다 못해 통탄스럽지만, 완벽하지 않기에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였다고 서로 이야기해준다. 우리는 삶의 평균점으로 나아가기 위해 함께한다. 알고 보면 다 그러려고 사는 것 같다.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기 전에, 작가 신청에 한 번 떨어진 적이 있었다. 그때 내가 주로 다뤘던 주제가 사이비 종교였는데, 민감한 내용이었는지 브런치에선 작가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이 글에서 어떤 종교라고 명확히 밝히기가 힘들다. 하지만 2023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신이다>를 통해 이 종교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다큐를 계기로 이 종교의 교주는 다시 경찰 조사를 받아 출소한 지 3년 만에 다시 체포되어 현재 수감 중에 있고, 많은 신도들이 탈퇴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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