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유리 Jun 19. 2024

아이들이 가장 예쁠 때

  이런 말 살면서 한 번쯤 다들 들어봤을 것이다. 

 ‘아이가 가장 예쁠 때는 언제예요?’

 ‘잘 때요.’     


  누군가 나에게 

 ‘아이들이 가장 예쁠 때는 언제예요?’ 묻는다면, 나는 답하고 싶다. 

 ‘하교했을 때요.’     


  요즘 학교에선 별걸 다 한다. 이런 말 쓰기에 적합한 나이가 되었는진 모르겠지만 ‘라떼’랑 다르긴 정말 다르다. 특히나 우리 학교는 학생회에서 주관하는 크고 작은 행사가 매달 많게는 5개, 적게는 4개씩 운영되는데, 신기하고 재밌는 행사들이 많다. 예를 들어 지금 우리 반에서 참가하고 있는 ‘토마토 키우기 대회’, 우리 반은 참가하지 않지만 다른 반에 수업을 들어갔을 때 괜히 내가 더 관심을 기울이며 기웃거리고 있는 ‘씨몽키 키우기’같은 것들이 있다. 이외에도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안 쓴 문제집을 물려주는 ‘문제집 물려주기 행사’, 친구들에게 익명으로 전달하고픈 메시지를 배달해주는 ‘포춘쿠키 행사’같은 것들이 있다.      


  아이들이 모두 하교하고 난 뒤, 빈 교실을 정리하면서 우리 반에서 키우고 있는 ‘준하토맛토마토’를 한 번 들여다 본다. 이렇게 이름 붙여 놓은 것도 귀엽고 그 작은 화분에 물을 주겠다고 화분의 세 배 크기가 되는 물조리개를 가져다 놓은 것도 귀엽다. 고요한 교실, 역시 아이들은 하교했을 때 가장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새싹 토마토

  새싹이 막 움트기 시작했을 때, 시골에서 자란 나는 건강한 새싹 하나를 남기고 나머지 모종을 솎아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아이들은 몰랐다. 이제 막 햇볕을 따라 나온 새싹을 뽑아서 버린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숨겨야겠다고 생각해 아이들이 하교하고 난 뒤, 빈 교실에서 두 개의 새싹만 남기고 나머지는 뽑아 창문 밖으로 던져버렸다. 덕분에 남은 두 새싹은 튼튼히 자랐다. 얘들아 미안해.     



분갈이를 하고 바깥으로 자리를 옮겨 꽃을 피운 토마토

  ‘준하토맛토마토’를 도맡아 관리하는 아이가 있다. 우리 반 부반장인데 손끝이 야무지고 일도 상당히 잘한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어찌 알고는 다이소에서 커다란 화분용 흙과 화분을 사와 분갈이를 해놓았다. 건물에 가려 그늘막인 우리 반 창가에서 준하토맛토마토의 성장이 부진하다는 것을 느낀 아이는 화분을 바깥으로 내놓았다. 급식을 먹고 나오는 길에 항상 들여다보는데, 흙이 바싹 말라있던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으로 보아 밖으로 내놓고도 까먹지 않고 잘 관리를 하고있는 모양이었다. 젖은 흙을 볼 때면, 그리고 어느샌가 더 커다란 화분으로 바뀌어있을 때면 나는 그 아이의 얼굴이 생각난다. 


  어렸을 때 못해본 것이 한이 되어 어른이 되어서 양껏 시도하는 그런 것들이 누구나 하나쯤 있다. 감질나게 짝꿍이랑 나눠 먹던 제티가 한이 되어 큰 우유통에 제티를 통째로 들이붓는 어른의 이야기처럼. 성장기가 끝났지만 텐텐을 큰 통으로 사서 먹는 나처럼. 

  그렇게 내가 어렸을 적에 꼭 해보고 싶었는데 못 해본 것은 ‘씨몽키 키우기’였다. 냇가에 도랑에 올챙이고 송사리고 널리고 널린게 물고기였는데 나는 ‘씨몽키’가 너무나 키우고 싶었다. 씨몽키 한 번을 못 키워본 나는 하루에 10분이고 20분이고 씨몽키 컵을 들여다보는 어른이 되었다. 아이들이 떠난 빈 교실에서 가만히 서서 씨몽키의 살랑이는 헤엄을 보는 일이 나에겐 너무나 큰 흥밋거리다.      

'씨몽키 물갈이용, 마시지마'라고 적힌게 너무 귀엽다.

  수돗물을 받아 하룻동안 염소를 날려야 시몽키가 살아갈 수 있는 물이 된다. 행여 누가 생수인 줄 알고 마실세라 마시지 말라는 문구를 적어놓은 페트병. 이것도 아이들이 모두 하교한 뒤, 텅 빈 복도에서 보니 더 귀여운 것 같다. 


밤바(큰 애), 스피스(작은 애)라고 쓴게 미치도록 귀엽다

  네온 테트라가 헤엄치는 빈 교실. 나는 이럴 때 행복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