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하루에 두세권씩 책을 읽는다. 많이 읽다보니 새로운 작가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내 취향이 어떤 작가인지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것 저것 읽다 보면 다음엔 어떤 작가의 책을 읽을지 저절로 떠오른다. 최근에 알게 된 작가 이유리의 <브로콜리 펀치>라는 책을 읽고 문장 구사력과 상상력이 너무 좋았던 나는 그 작가가 좋아하는 작가가 황정은이라는 사실을 알아내어 황정은 작가의 책을 찾아 읽었다. 해당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어서 때마침 반가웠다. 그런 식으로 다음에 읽을 책, 다음에 읽을 작가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후에 두어권의 책을 더 찾아 읽어본 결과 황정은 작가의 책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이유리는 좋았지만 이유리가 좋아한 황정은은 아닐 수 있다. 이렇게 내 취향을 알아가는거다.)
책을 많이 읽는 친구들과 책 이야기를 많이 하던 와중에 최근에는 고선경이라는 작가를 추천받았다. 산문집은 잘 읽지 않는데 읽어보니 너무 좋았다. 풍선이 정한 길 없이 하늘을 떠다니듯 한 사람의 머리속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엿보는 기분이 들게하는 책이었다. 그런 걸 읽다보니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도 모두 끄집어내 말이 되든 말든 글로 옮겨 적어보고싶다는 충동이 들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다. 알게 모르게 작가가 선택하는 단어와 묘사하는 환경에서 내 또래의 정서가 잔뜩 묻어나 찾아봤더니 고선경 작가는 97년생이었다. 최근에 박완서 작가에 빠져 두어달을 박완서 작가님의 작품만 읽어댔는데 저자의 나잇대 차이가 거의 70년이 나다보니 글에서 내 또래의 향기가 난다는 점이 더 신선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다음번에 읽을 책으로 고선경 작가의 시집 두 권이 예약되었다. 왠지 굉장히 내 취향일 것 같다.
공통점을 굳이 꼽자면 이유리 작가와 고선경 작가는 둘 다 90년대, 말하자면(?) mz작가다. 이럴수록 다가오는 사실. 어쨌거나 나는 그런 나이가 되었다. 30대에 접어들기 시작한 나는 때때로 지나간 20대를 추억하며 크게 어른이 된 것 같다가도 자려고 누우면 앞으로가 까마득한 어린아이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대전역 앞을 지나며 ‘캬~ 대학생 때 여기 참 자주 왔는데 그게 벌써 10년 전이구나.’ 하면서 어른 뽕(?)에 취하다가도, 또 군대에 갔다가 전역까지 한 제자들을 보며 ‘이야~ 시간 참 빠르다. 니가 벌써 전역을 했구나’하며 경력 깨나 있는 선생이 된 척 하다가도. 침대에 누워서 3시간정도 두바이 쫀득 쿠키를 만드는 숏츠와 아작아작 씹히는 카다이프 소리를 묘사하는 숏츠를 100개쯤 찾아보는 짓을 반복하는 나를 볼 때. 나는 나의 나이가, 내가 살아온 세월이, 사회적으로 또 가정적으로 갖추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일치하지가 않는 것 같은 느낌이다.
최근 몇 달간 나를 사색하게 한 작가들이 내 또래거나 심지어 나보다 어리다. 내 눈에는 등단을 한 그들이 대단히 어른같고 또 커보이지만 그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들의 글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사는건 다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려고 책을 읽고 위로를 받고 하는 것 같다.
내일 아기를 낳으러 간다. 유도분만 날짜를 잡아 놓았는데(오늘로 39주가 넘었는데 아직 아기도 하나도 안내려오고 자궁문도 안열렸는데 아기가 머리가 커서 못 내려오는 것 같다며 유도분만을 권하셨다. 머리는 아빠를 닮은 것으로 추정.. 아니 확신!) 초산모는 1박 2일, 2박 3일도 걸린다고 해서 내일 낳을지 모레 낳을지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번 주 안에는 내 자궁 속에서 에일리언마냥 꿈틀거리는 이 생명체가 자가 호흡을 하며 세상 밖으로 빠져나올 것이다.
딱 이맘때 생일이었던 전 남자친구가 생각난다. (고선경 작가의 산문집처럼 그냥 떠오르는 생각을 되는대로 적어본다.)지금껏 만난 남자들의 생일 중 오로지 그 아이의 생일만을 아직까지 기억한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온 가족의 생일이 앞뒤가 똑같다는 이야기를 한 것까지 기억나는데, 기억하기 쉬운 숫자여서 아직까지 잊지 않는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내 아들의 생일과 같을 거라서 기억하고 있는거라는 운명론적인 이유일지도?
‘생일’하면 내가 태어난 날이라는 사실만 떠올리며 살아왔는데, 내가 낳으려고 보니 생일은 엄마가 목숨을 걸고 아이를 낳은 날로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우습게도 전남자친구의 생일을 떠올리니 그의 어머니가 산통을 겪으며 그를 낳으셨을 그 모습이 먼저 떠오르는 거다. 그 분도 나랑 비슷한 날짜에 임신을 확인하셨겠구나!! 자연분만 하셨을까, 제왕절개 하셨을까, 머리 크기는 어땠을까, 몇주 며칠에 낳으셨을까, 어떻게 해서 자연 진통이 걸리셨을까 뭐 이런 생각들.. 가능하면 아이를 낳은 모든 여자들에게 위와 같은 질문들을 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싶은 초산모의 간절하고도 불안한 마음이다.
이제 아이를 낳고 보면 세상의 모든 인간이라는 존재가 이렇게 태어났구나 싶어 감격에 겨운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걸어다니는 아이들과 그 옆에 손을 잡고 걸어가는 엄마들을 보며 그들도 이렇게 배를 가르고 피를 쏟아 아이를 낳았겠구나 싶어 동질감에 그윽한 눈빛을 보낼지도 모른다. 아직 나는 준비가 안된 것 같은데, 나는 아직 침대에 누워서 숏츠 100개를 넘기며 시간을 죽이는게 너무 좋은 사람인데.. 어느덧 홍시는 세상에 나올 때가 되었다. 밤낮으로 울어재끼는 아기를 달래며 하루에 3시간도 연달아 자지 못하는 나날을 보내겠지.. 조금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준비란 없다는 것을 겨우 이만큼 살아보고도 알게 되었으니, 담대함과 용기를 가지고 인생의 다음 챕터로 넘어가 본다. (이런 말을 하는 나 자신을 보면 어른인 듯 아닌 듯 알쏭달쏭한 심정이다. 하지만 시간은 이렇게 계속 흐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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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잘 낳고 올게요 !!! 항상 저의 인생사를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주심에 너무나 감사합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조금 이르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