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키우기

by 비유리

친한 선생님 중 한 분도 곧 출산을 하신다. 3월이 예정일인데 이미 낳은 내가 부럽다고 하신다. 친구네 언니는 나보다 한 달정도 빨리 아기를 낳았다. 나는 그 언니를 부러워한다. 50일쯤이면 신생아때와 달리 밥 먹는 시간도 늘어났을 것이고 그러면 새벽에 한 번정도 덜 깨도 되니까 말이다. 때로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부장님을, 다 커서 자식을 결혼까지 시킨 시부모님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우리 홍시는 언제 커서 기저귀 없이도 잠에 들고 자다가 토도 안할까? 아직 낳지 않은 사람은 낳은 사람을, 이미 낳은 사람은 하루라도 빨리 낳은 사람을 부러워한다. 그래도 어른들은 그 때가 가장 귀여울 때라며 금방 지나간다고들 한다. 울길래 밥을 먹이려고 무릎에 뉘였더니 갑자기 잠에 빠져들어 분유가 다 식을때까지 아기 얼굴을 보며 깨기를 기다리는 그런 순간에 문득 어른들의 말이 와닿는다. 그 예쁨을 알기에 나는 기꺼이 육아의 상대적 부러움 법칙에 탑승했다.


엄마는 내가 대학생일 때부터 나의 아기를 키워주겠다며 호언장담을 했다. 낳기만 하면 다 키워주겠다고, 집에서 영어를 사용하며 2개 국어에 능통하게 만들어주겠다는 말도 했다. 그때는 왠지 내가 평생 결혼을 않고 살거나 혹은 아이를 낳지 않고 살 수도 있겠다 생각을 한 적은 있어도 엄마가 언젠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엄마가 죽기도 하고 내가 아이를 낳기도 한 이 순간들이 너무나 비현실적이면서 동시에 지독한 현실처럼 느껴진다. 아, 인생은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는 것이구나, 그래서 속수무책으로 살아가는 것도 그런대로 나쁘지 않구나 한다.


지독히도 자연분만을 원해 9개월간 빠짐없이 와이드스쿼트를 하면서 지냈지만 유도분만 8시간 내내 아기가 하늘을 본 상태에서 하나도 내려오질 않아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이번에 또 알았다. 머리도 계속 2-3주가량 컸는데 낳아놓고 보니 머리 사이즈도 10센티가 넘어 내려왔어도 골반에 끼어 응급제왕으로 끝났을 수도 있었겠다 싶다. 수술방 들어가기 전에 의사선생님께 ‘정말 자연분만은 안될까요.. ’라고 애원을 해보았지만 마취하고 아기 나오기까지 15분 걸린 걸 생각하면 오전 내내 촉진제 맞고 한시간에 한번씩 내진하며 보낸 8시간이 다소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기가 빠져나간 자리에는 늘어난 뱃가죽과 진한 임신선이 남아있다. 수술 부위가 불타는 고통과 더불어 출산 후 3일이 지났을 때는 젖몸살이 와서 새벽 내내 울다 깨다 했다. 나름 멘탈 강한 줄 알았는데 출산하고는 이곳저곳 안아픈 곳이 없고 날마다 아픈 곳이 추가되며 나아질 기미가 안보여 이틀에 한번꼴로 울었다. 출산하고 일주일쯤 지났나, 난데없이 손바닥에 물혹이 생기고 안그래도 낮은 혈압이 더 낮아졌는지 어지러워서 10분도 가만히 서있질 못했다. 조리원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내 인생에 다시는 출산은 없다 싶었지만 20일 지난 오늘 아침에는 둘째도 가능하겠는데 싶다. 이런 곳에 남편 자랑, 자식 자랑 정말 안하려고 했는데 모두 남편의 극진한 보살핌 덕분인듯 하다. 현실 육아에 투입되고 남편은 새벽수유와 거의 모든 집안일과 육아를 전담하고 있다. 엄마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만큼 꽉 차는 사람이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아기 얼굴을 실컷 보며 내 인생에 절대 없을 것 같던 이 순간을 만끽하고 있다. 2025년이 정신없이 흘렀다.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아프리카가 1년도 안된 일인데 전생같이 느껴진다. 나는 올 해 결혼도 하고 임신도 하고 출산까지 했다. 처음 해 본 것들 투성이인 한 해였다. 조리원 퇴소날 이후로 바깥 외출을 해본 적이 없다.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면 젖이 돌아 가슴이 찌릿하게 뭉치고 하루 종일 아기 침대 언저리를 맴돌며 지낸다지만 그래도 그 속에 웃음이 자리잡고 있다. 엄마가 나의 아기를 다 키워주겠다고 말하던 그 날을 그리워하듯 언젠간 이 날을 그리워할 것임을 알기에.



2025년도 고생 많으셨어요, 2026년에도 행복과 웃음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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