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발냄새 2

by 비유리

하루종일 신었던 양말은 자고로 냄새를 맡아주고 세탁기에 넣는 것이 양말에 대한 예의이며 인지상정이라 여기며 살아왔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도 안나는 나의 오래된 습관이다. 누구나 이런 말못할 습관은 하나쯤 있지 않나? 예를 들어 배꼽을 파고 냄새를 맡는다든지, 발톱을 깎고 냄새를 맡는다든지, 3일째 안감은 정수리 냄새를 맡아본다든지... 말하고 보니 죄다 냄새네. 나만 이렇게 냄새에 집착하는 건가? 그렇다면 죄송.


고등학교 3년 내내 기숙사에 살았던 나는 양말 냄새를 맡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행동이지만 부끄러운 것임은 알았기에 다 같이 사는 곳에서는 사리려고 노력했다. 몰래 나 혼자 있을 때 맡곤 했다 이 말씀. 기숙사에서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면 올라와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하는데 운이 좋게 방이 비어있을 때면 몰래 양말 냄새를 맡곤 했다. 고약하면 왠지 모르게 드는 쾌감. 그날은 운이 좋게 방에 아무도 없어 양말을 벗어 냄새를 맡았다. 방문을 활짝 열어놓은 상태였는데 그 때 복도에 내 친구가 지나가며 그 모습을 보았다. 아직도 얼굴을 보는 친구인데 이거 기억하냐고 차마 물어보진 못하겠다. 좀 더럽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친구는 슥 지나가며 본 그 광경이 충격적이었는지 가던 발걸음을 돌려 다시 내 방문 앞으로 와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당황하며

-...냄.. 냄새가... 궁금해서 ..!

라고 처음 맡아본 것마냥 말했다. 사실 십수년 해온 행동인데....


발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쯤은 웃으며 넘길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주변에 고백할 것이 있다며 심각한 척 분위기를 잡고 이야기의 물고를 터

-나는 사실... 발냄새가 엄청 심해.

라고 말해왔다. 친구들은 마치 중대한 비밀을 이야기하는 줄 알았던 나의 실없는 고백에 힘이 빠지듯 웃었다. 그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그러면 나는 왠지 좋았다. 발냄새 나는 것으로 친구들을 웃겼으니 이것도 제법 쓸모가 있구나 싶었다. 사귀던 남자한테도 농담처럼 저런 소리를 꺼낼 수 있게 되었다. 남자 집에 가면 아무렇지 않게 ‘나 발 좀 씻을게.’라고 말하며 자몽 향이 나는 ‘발을 씻자’를 뿌려 야무지게 발을 씻고 나왔다. 그런 행동이 아무렇지 않고 딱히 머쓱하지도 않은 나이가 되었다.


발 닦으며 만난 남자랑 결혼해서 소파에 누워 그의 허벅지에 발을 올리고 있으면 내 발쪽으로 힐끔거리며 표정을 굳힌다. 아 그러면 나는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더 괴롭히고 싶은 기분이 든다. 내 양말 냄새로 가득 찬 방에 이 남자를 넣어놓고 질색하는 모습을 보고싶다.

아직 내 발냄새를 함께 맡아줄 사람을 못 찾았다. 그래서 누가 맡아줄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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