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는 사람

by 비유리

작년에 일터에서 정말 힘든 사람을 만났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그렇게까지 인간 관계로 고통받아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정말이지 인생 처음이었다. 당시 나는 근무지를 옮겨 모든 것이 새로운 상황이었고 갈등의 대상이었던 그분은 6개월 먼저 근무하셨던 분이었다. 발령을 받음과 동시에 그러니까 2월부터 우리는 갈등이 있었다.


한참 지나고.. 정말 말 그대로 진짜 한참이나 지나고야 알았다. 그분이 나의 험담을 거의 모든 선생님들께 했다는 사실을... 남녀노소 나이와 직급을 불문하고, 복도를 지나가는 선생님을 붙잡고까지 나의 험담을 하셨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임신 중이었고 병가와 출산휴가를 거듭하고 있던터라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 나는 뼈저리게 느꼈다. 자리에 없는 사람이 약자구나.. 그 사람과 나 사이에 있었던 갈등의 소상한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고, 우연히 알게 된 그분의 취향덕에 느끼는 이 오묘한 기분을 남기고자 이 글을 쓴다.


최근 이슬아 작가에 빠졌다. 그냥 그런 작가가 있다더라 하는 정도였는데 우연한 기회로 ‘일간 이슬아 수필집’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고 나는 너무나 감명을 받은 나머지 그분의 책을 연달아 읽기 시작했다. 학교에 이슬아 작가 책이 꽤 많이 들어와 있어서 행복하게 읽었다. 그래도 모자라 그분처럼 글쓰기 동아리를 꾸려 운영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어 하고있던 독서모임 친구들에게 글쓰기 활동을 시작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책과 글을 사랑하는 친구들이라 우리는 주제를 꾸려 당장 이번 달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학교 도서관 애용자라 사서 선생님과 친해서 책 이야기를 하던 중 내가 줄창 읽고 있던 이슬아 작가의 책을 바로 그분이 신청해서 구매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그분도 정말 책을 사랑하시는데다 이슬아 작가의 초기 구독자로, 그 작가의 거의 모든 책을 읽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순간 정말 오묘한 기분을 느꼈다.


누구든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기를 좋아한다. 우연찮게 상대가 나와 같은 것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될 때 서로의 간격은 상당히 좁혀진다. 지독하게 싫어하던 상대였는데 그분이 이슬아 작가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왜인지 조금 아쉽기도 했다. 작년에 좀 잘 지내봤으면 같이 책 이야기, 글 이야기를 하며 즐거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서툴었던 나 자신에 대한 아쉬움과 자책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다 지난 일이라고 털어보려 해도 쉽사리 가벼워지지 않는다.


올 해도 혹시나 그분과 일하게 되는 건 아닐까 심장 졸이며 걱정을 했다. 나도 좀 덤덤해지고 처연해지고 싶은데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발령을 기다리며 안절부절 못하는 내 모습이 너무 우습게 느껴지기도 했다. 다행히 그분은 다른 곳으로 옮기셨고 나의 일상엔 평화가 깃들었다. 그분이 내 험담을 늘어놓은 상대들은 아직 이곳에 계시기에 복도를 걸으며 혹시 저 사람도 내 험담을 듣고 나를 싫어하고 있으면 어쩌지?하는 걱정은 아직도 마음 속에 있다. 그럴때면 나는 엄마가 보고싶다. 미주알 고주알 일상을 늘어놓으며 마지막 한 톨까지 쏟아내던 상대가 없어져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은 역시 내 코가 석 자일 때다. 만약 엄마가 있었다면 뭐라고 말을 했을까?


-괜, 찮아(엄마는 괜과 찮 사이에 약간 틈을 두어 말하곤 했다.) 니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거 조금만 겪어보면 다 알거야.

-정말 그럴까 엄마? 근데 나는 조금 이상하기도 한 사람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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