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유리 Apr 30. 2021

말도 안되지,배꼽을 만졌다고 사람이 죽는다는건.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때, 너무 갑작스럽게 어떤 일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인과관계를 따지는 사고회로가 고장나 전혀 상관이 없는 것에서 그 이유를 찾기도 한다. 유난히 운수가 나쁜 날에 ‘이 옷만 입으면 이런 일이 생기네.’하고 전혀 다른 곳에서 이유를 찾는 일 같이 말이다. 


  엄마가 하늘로 가기 한 달 전쯤엔가 엄마랑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 때였다. 엄마 배를 만지작거리고 놀다가 배꼽을 보았는데 안에 뭔가가 가득 차있는 것이다. 엄마한테 이게 다 뭐냐고 물으니 엄마는 태어나서 한 번도 배꼽을 파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면봉을 가지고 와서 배꼽을 파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근 50년을 쌓여있었으니 웬만해서는 잘 빠지지 않았다. 면봉으로는 도저히 안되겠어서 바디오일, 로션 같은 것을 가져와서 배꼽에 있는 때를 불렸다. 그리고 한참을 엄마 배꼽 옆에 누워서 만지작 만지작 하는데... 갑자기 콩알 같은 것이 툭 하고 튀어나왔다. 정말 거짓말이 아니라 완두콩 만 한 크기였다. 사람 배꼽에서 이런게 나올 수 있다니, 나는 순간 살아있는 벌레가 나온 게 아닌가 너무 깜짝 놀라서 으악 하고 소리를 지르며 엄마한테 안겼다. 겹겹이 하얗고 동그란 것이 어딘가 징그럽게 생겨서 무섭기도 했다. 얼마나 놀랐는지 엄마한테 안겨 있는데 눈물이 찔끔 났다.


  진정을 하고 엄마 배꼽에서 나온 콩알을 요리조리 살펴보니 진짜 여지껏 살면서 한 번도 본 적 없이 생긴 것이다. 어떻게 이런게 사람 몸에서 나올 수가 있는지, 혹시 어디 잘 못 되는건 아닌지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깨끗해진 엄마의 배꼽을 보니 내 속이 다 시원해지기도 하고 그랬다. 


  엄마가 그렇게 갑자기 하늘로 떠난 후, 엄마가 죽었다는게 어이가 없을 때가 있었다. 믿기지 않다가, 세상이 무너질 듯 슬프다가, 마침내 기가차고 어이가 없어진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엄마 배꼽에서 그 콩알을 파내는 바람에 엄마가 죽은건 아닐까? 알고 보니 그 콩알이 몸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호신 같은 것이었던게 아닌가 말이다. 이내 정신을 차린다. 말도 안되지, 배꼽을 만졌다고 사람이 죽는다는게 말이야.


작가의 이전글 내가 구두를 신지 않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