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유리 May 05. 2021

연애만 했다 하면 사이코가 되니

  나는 꽤나 오랫동안 연애를 안했다. 아니 못한건가? ㅎㅎ 공부를 하느라 여유가 없었고 또 대학 졸업과 동시에 생활반경이 좁아지면서 남자를 만날 일이 없어졌다. 이런저런 다양한 이유가 있었지만 내가 연애를 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연애만 했다 하면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지 못해 나의 애착이 불안하게 형성된 탓일까 나는 연애만 했다 하면 이상한 방법으로 사랑을 확인받고 또 상대에게 의존하고 싶어했다. 휴.. 지금 생각해도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진다.


 1.기분이 안좋으면 시덥잖은 것으로 싸움을 걸고 헤어지자는 말을 습관처럼 함. (날 붙잡아야 그게 진짜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함)

2.일부러 싸움을 건 뒤에 화해 하자고 하고 집 앞으로 불러놓고 안나가고 7시간씩 기다리게 한 적도 있음. (그 때 1시간 간격으로 옥상으로 올라가서 1층 밴치를 보며 아직 있나 없나 확인을 했었는데 오래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음 ;;)

3.수강신청, 과제, 발표준비까지 다 해달라고 함. 안해주면 화냄

4.혼자 다니기 싫어서 매일매일 내가 마치는 시간에 맞춰서 음악관 앞에 기다리고 있으라고 함. 안해주면 삐짐


  하~ 나열해놓고 보니 정말 성격 파탄자가 따로 없다. (글의 문맥상 저의 안좋은 점만 적었지만 ... 장점도 있었어요.ㅎㅎ) 아무튼 남자친구들은 처음에는 그저 좋으니까 다들 꾹 참고 받아주다가 이런 나의 행동이 점점 더 심해지고 또 지속되면서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이런 내용만 보면 나는 그저 갑질만 하다 헤어졌으니 나에게 무슨 타격이 있었을까 싶겠지만 이런 연애는 나도 힘들었다. 처음에는 사랑을 확인 받는 방법이 잘못된 줄 몰랐고 시간이 지나며 ‘어 이상하다?’ 라는 생각이 든다 해도 그것을 느낄 때 쯤은 나도 나를 바로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있었다. 점점 더 이상하고 더 자극적인 방법으로 상대를 괴롭히면서 그 관계를 이어나가게 되었고 결국 그것은 나 자신을 더 갈증나게 만들었다. 또 남자친구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바람에 헤어질 때 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가 되어있었다.


  나는 몇년간 연애를 거의 쉰 적이 없었는데, 본의 아니게 긴 연애의 공백기를 맞이하면서 많은 것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나에게 집중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3년 동안 나는 정말 나에게만 집중하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갔다. 나라는 사람은 화가 났을 때 어떻게 하면 화가 풀리는지, 머리가 복잡할 때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는지, 언제 가장 즐거운지 등등.. 혼자 감정을 다스리는 법, 혼자 노는 법에도 완전히 도가 텄다.


  얼마 전 아주 오랜만에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 3년간 많이 성장하며 다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파탄난 성격이 다시 꿈틀꿈틀 올라올 때가 있었다. 또 이상한 히스테리 따위로 사랑을 확인하려고 하는 습관이 고개를 들었던 다음 날, 공교롭게도 학력평가 시험 감독을 하게 되어 핸드폰도 못 만지고 100분 동안 명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시험지 뒷면에 이런 것을 적었다.


적어놓고 보니 좀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ㅎ 연애를 하며 많이 성장도 하나보다
작가의 이전글 말도 안되지,배꼽을 만졌다고 사람이 죽는다는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