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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Apr 28. 2021

내가 구두를 신지 않는 이유

  항상 짧게 자른 단발머리를 고수하는 친구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아침에 바빠 죽겠는데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만지고, 화장을 하는 시간이 10분이 넘어가면 그 때부터 자기는 화가 난다고 했다. 꾸미는 데 쓰는 시간을 줄이려고 하다 보니 위해 단발머리를 유지하게 되었고 화장도 최소한만 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구두를 신지 않는다. 뛸 수 없기 때문이다. 급한 일이 생겼을 때, 퇴근 후 집으로 빨리 들어오고 싶을 때, 오래 서있어야 하는 일이 생겼을 때, 버스를 놓쳤을 때 등등 생활 속에는 구두를 신지 않았을 때 더 잘할 수 있는 일들이 도처에 널렸다. 오로지 더 예뻐 보이기 위해 발이 아프고, 심하면 피가 나기도 하고, 불편해 죽겠는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예뻐 보이는 것 말고 다른 것을 선택하고 싶었다. 더 잘 뛰고, 더 빨리 가고, 더 힘 있게 걷고 싶다.


  예쁘다는 칭찬을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마는 나는 ‘예쁘다’는 칭찬에 제일 기분 좋아하는 사람이고 싶지 않다. 예쁘다는 칭찬이 가장 기분 좋다면 나는 계속해서 더 예뻐지려고 할 것이고, 예뻐지기 위한 노력을 하느라 다른 것을 위한 노력은 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는 언제나 한정적이니까 말이다.

  예쁘다는 말 보다 능력 있다는 말, 일 잘한다는 말, 똑똑하다는 말이 더 기분 좋은 사람이고 싶다. 그럼 나는 더 능력 있기 위해, 더 일을 잘 하기 위해, 더 똑똑하기 위해 노력을 할테니까.


  오늘도 나는 바쁜 아침에 거울 앞에서 보낼 20분으로 잠을 보충했기에 더 상쾌한 하루를 보낼 수 있고, 운동화를 신었기에 오고 있는 버스에 잽싸게 올라타 여유 있게 출근을 해서 브런치에 올릴 글을 쓸 시간도 누릴 수 있었다. 이것이 내가 구두를 신지 않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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