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유리 Sep 21. 2022

취미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취미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것, 하나는 감정소모가 되는 것이란다. 두가지는 아주 다르지만 각기 다른 방면에서 꼭 필요하다. 나 같은 경우에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취미는 운동이다. 몸이 힘들어서 진이 다 빠지고 머릿속이 백지가 되는 느낌은 삶을 단순하고 명쾌하게 한다. 나는 보통 수영이나 등산같은 것으로 이 백지상태를 얻는다. 요 며칠 부쩍 찬공기가 돌며 '새벽 냄새'가 나는 진짜 새벽이 왔다. 열심히 수영장을 뻉뺑이 돌고 나서 불타는 고구마 상태로 레인 끝에서 쉬고 있으면 이런 저런 잡생각이 싹 사라진다. 얼마나 사람이 단순 명쾌해지냐면, 바로 옆 레인에서 전 남자친구가 수영을 하고 있어도 물은 물이요 산은 산이로다 하는 무념무상 상태가 된다.


  감정소모가 되는 취미는 주로 작곡이나 글쓰기다. 내 노래나 글은 아직 어디 내놓기 부끄럽다. 그래도 자꾸 말을 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는 말을 들었던터라 어딜 가도 먼 훗날 혹은 가까운 어느 날, 꼭 유명한 싱어송라이터가 되겠노라고 말 하고 다닌다. 암튼간에 나는 창작을 안하면 병이 나는 이상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요즘이다. 누군가를 조금이라도 짝사랑하게 되면 가사를 쓰고 노래를 만들어서 그 감정을 소모한다. 소모하고 나면 나는 꼭 그 사람과 사랑을 하고야 말겠다는 욕망이 해소가 되면서 짝사랑에 목 메지 않게 된다. 비슷한 맥락으로 좋아하는 어떤 누군가와 잘 안되어가고 있을 때 구구절절 눈물이 나는 안타까운 이별 노래를 만들고 나면 이미 한 번 이별을 한 것 같이 슬픔이 쏟아져 나가 어느새 내 마음은 조금 가벼워져 있다.


  어딘가 마음이 답답한 날이 있다. 괜히 몸이 무겁고 우울하거나, 누굴 만나도 마음이 크게 즐겁지 않은 때. 그럴 때면 언제나 글은 나의 돌파구가 된다. 스치는 글 주제를 적어놓은 노트를 뒤져 주제 하나를 정하고 첫 줄을 쓰면 마음 어딘가가 뚫리면서 막혔던 무언가가 시원하게 내려가는 느낌이 든다. 울자고 글을 쓰기도 한다. 울고 나면 '내가 왜 울었지?' 하며 마음이 가벼워지니까, 글을 쓰자고 울고, 울자고 글을 쓴다.

  나도 내가 원하는게 무엇인지 모르겠을 때면 무조건 일기를 쓴다. 쓰다보면 '내가 왜 이거 때문에 마음을 이렇게 기울이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답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 답을 찾는 일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 보면 우습겠지만 혼자 이런저런 삶의 철학도 정의해본다.


  나의 취미들이 나를 살린다. 내 삶을 더 풍족하게 한다.



작가의 이전글 '기억이 안난다'는건 다행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