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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Nov 15. 2022

나는 솔로 9기 영숙 멋져 ㅠㅠ

  요즘 ‘나는 솔로’라는 프로그램에 푹 빠졌다. 시작한지 1년을 겨우 넘긴 프로그램인데 벌써 시즌이 10까지 나왔고, 11은 진행 중이다. 시즌 1부터 다 본 것은 아니고 우연히 시즌 10 클립 영상을 보고 빠져 4기, 6기, 9기 순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골라 한 두 편씩 감상 중이다. 그런 중 어제 9기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어서 이 순간의 감정을 글로 남겨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나는 솔로’는 결혼이 하고 싶은 남자와 여자 솔로 12명이 솔로 나라에 입소하여 5박 6일동안 함께 먹고 자며 본인의 짝을 만나 퇴소하는 과정을 찍은 리얼리티 예능이다. 처음엔 별 관심이 없었는데 동생이 아주 재밌다며 추천을 많이 해서 본격적으로 시작을 하게 되었다.


  많은 시즌이 있었고 많은 등장인물이 있었지만 시즌9의 영숙이 나에게는 가장 인상 깊었다. 영숙은 처음부터 끝까지 광수라는 남자를 좋아한다. 그냥 좋아하는게 아니라 울고 불고 체하고 토할만큼 좋아한다. 5박 6일 동안 누군가를 그렇게까지 좋아하게 될 수 있을까 싶기도 한데 오로지 좋아하기만 하라고 만들어 놓은 시간과 장소라면 그럴 수 있을 것도 같고.


  아무튼 광수를 좋아하게 된 영숙은 끊임없이 광수에게 본인의 마음을 표현하지만 광수는 처음부터 옥순이라는 여자에게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첫날과 이튿날, 옥순이 본인만큼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 것 같으니 광수는 노선을 변경하여 두 여자를 함께 알아본다. 뒤늦게 옥순도 광수에게 본인의 마음을 표현하지만 광수는 이렇다 저렇다 본인의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다. 5박 6일 끝에 최종선택을 하는 순간까지 옥순과 영숙 중 누구를 선택할지에 대해 전혀 티 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영숙은 끝까지 광수를 향한 마음을 표현하되 광수의 마음을 확인하려고 하지 않았고, 옥순은 끝까지 광수를 향한 마음을 표현하되 광수의 마음을 끊임없이 확인하려고 했다.


  광수는 옥순과 영숙 모두에게 애매모호한 답변을 하지만 그 반응은 상이했다. 영숙은 당신을 좋아하는 것은 나의 마음일 뿐이니 그것에 보답하지 못한다고 해서 미안해 할 것 없다고 말했다. 옥순은 내 마음의 1순위는 광수다. 2순위부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이렇게 확실하게 표현하는데 확실한 대답 한 번 해주지 않는 당신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최종적으로 광수는 영숙을 택했다. 옥순을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내가 이 세상의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영숙은 광수를 편하게 했지만 저는 계속 광수를 닦달하고,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게 나인데. 이게 내 성격인데. 라고 말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멋져 보였다.


  나는 누군가를 편하게 만드는 쪽인가, 불편하게 만드는 쪽인가? 전자가 되고 싶은 후자임을 스스로 알아서 약간 슬프기도 하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게 나인데. 이게 내 성격인데.


  그것이 생물이 되었든, 무생물이 되었든, 사랑이 되었든 사람이 되었든, 무언가에 뜨거운 열의를 갖는다는 것은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한평생을 함께해도 자기 자신도 다 알 수 없는 마당에 낯설디 낯선 타인에게 나의 진심을 건다는 것은 멋있는 일이다.


  후에 유튜브로 다시 주요 영상들을 찾아보다가 영숙을 두고 쓴 댓글을 봤다. 울고 불고 토하고 얻어낸 것이 겨우 광수냐는 댓글에 좋아요가 3천개도 넘게 달려있었다. 영숙이 얻은 것이 겨우 광수였다 해도, 아니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 해도. 어떤 것에 진심으로 뜨거울 수 있는 영숙이 내 눈에는 그냥 그걸로도 충분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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