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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Nov 14. 2022

원격수업할 때의 교무실은 웃기다

계속 생각 날 것 같은 황만근씨


   수능을 앞두고 시험을 보는 고등학교에서는 한 주간 원격수업을 진행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최근 재확산 되고 있는 코로나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교육부에서 내린 정책이다. 작년에 계약직 교원으로 일 할 때도 원격수업을 해보긴 했지만 지역마다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 소속되어있는 교육청마다 온라인 수업 방식도 조금씩 다르다. 보통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데 학생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실시간 강의를 하는 쌍방향 온라인 수업과 콘텐츠를 올려주고 학생들이 스스로 보게 하는 단방향 온라인 수업이 있다. 내가 일하던 서울시 교육청은 두가지 방법 중 자유롭게 택하라는 분위기였고 나는 단방향 온라인 수업을 주로 진행했다. 그래서 쌍방형 온라인 수업을 진행해 본 적이 없었는데, 경기도 교육청은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적극 권고하기에 이번에 쌍방향 수업을 처음 해보게 되었다.


  보통은 노트북을 들고 본인이 원래 들어가야했던 교실이나 특별실에서 자유롭게 수업을 하는데 이번에는 교내에 수능방송점검이 계속 되고 있어서 모든 선생님들이 교무실에서 수업을 해야만 했다. 나는 오늘의 경험이 조금은 특별하고, 웃기고, 또 조금은 자랑스럽기도 했다. 아직 임용이 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병아리 신규교사이지만 언제 교사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냐고 묻는다면 수업중인 복도를 걸을때다. 각 전공을 깊게 공부하신 선생님들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열심히 수업하고 계신 교실을 가로질러 걷고 있으면 뭔가 모르게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교실 창문으로 보이는 선생님들의 판서, 수업자료,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빛 그런 것들을 보기 위해 나는 때때로 용건이 없어도 복도를 걷는다.


  그런데 그 수업들이 한 교무실 안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니 또 새로운 재미였다. 각 선생님들 스타일대로 출석을 부르는 소리(**아, 목에 두르고 있는건 이불이니? 앉아서 들어야지.), 자는 학생을 깨우는 소리(**아 왜 엎드려있니?), 연락 안받는 학생 부모님께 전화 드리는 소리, 학습지 정답을 알려주는 소리(**아, 학습지 했어요 안했어요? 왜 안했어요? 넌 끝나고 나가지 말고 남아. 이야기 좀 하자.), 수능을 며칠 앞두고 힘을 내라는 응원의 메세지(3일.. 이제 3일 남았구나.. 출석체크만 하고 나가도 좋습니다.) 등등..

  그 많은 소리 중 오늘 하루동안 제일 기억에 남는 단어는 '황만근'이다. 앞자리 국어선생님의 거의 모든 문장에 '황만근'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 같다.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성석제의 단편소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라는 작품에 대해 공부하는 중인 것 같았다. 오죽했으면 옆자리 선생님이 퇴근 종이 울리고 하신 말씀이 '오늘 집에 가서도 황망근인지 황병근인지 계속 생각 날 거 같다'는 말이었다.


  황만근씨가 요리를 잘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황만근씨의 어머니는 왜 황만근씨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했나요? 민씨는 평소 황만근씨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나요?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알게 된 오늘, 내가 교사라는 사실이 재밌고 자랑스러웠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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