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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Nov 13. 2022

꿈 속이 아니면

  꿈이라는 것은 그렇다. 때로는 잔인하고 때로는 달콤하다. 죽은 사람은 꿈에서 말을 하지 않는다고 누가 그랬나. 내 꿈 속의 엄마는 한번도 말을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런 것을 나에게 묻는 이는 없지만, 아직도 엄마 꿈을 그리도 자주 꾸냐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네. 하고 답해야 할 것이다. 때때로 다르지만 많으면 1주에 3번 덜하면 2주에 1번 정도는 엄마 꿈을 꾼다. 엄마 꿈을 꾸고 나면 꿈 내용과 관계 없이 그냥 엄마가 보고싶어서 눈물나게 슬퍼질 때도 있고, 꿈에서라도 엄마를 봤으니 됐다 하며 되려 마음이 따뜻해질 때가 있다. 꿈인줄 알고 화들짝 놀라서 깬 상태로 멀뚱멀뚱 푸른 새벽을 홀로 견디는 나날이 아직도 가끔은 있다.


  그리운 것이 더 그립게 느껴지게하는 단어들이 있다. 예를 들어 베개 냄새 같은 단어. 나는 엄마 베개에 코를 묻고 냄새를 맡는 것을 좋아했다. 내 베개 냄새도 자주 맡는다. 자면서 흘린 땀냄새와 내 샴푸 냄새, 바디워시 냄새가 뒤섞인 나만의 냄새. 그 익숙한 냄새가 나를 안심하게 한다. 냄새에도 얼굴이 있다면 좋겠다. 그러면 사진이라도 찍어 기억을 할 수가 있었을텐데. 엄마가 베는 낮고 보드라운 베개커버의 느낌은 아직 손 끝에 생생한 것 같은데, 엄마 베개 냄새는 그저 어렴풋하다. 그게 나를 더 슬프게 만든다.


  이제는 꿈 속이 아니면 절대로 볼 수가 없다지만, 꿈이라도 어디냐 하며 감사해야 하나 싶기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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