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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Nov 28. 2022

칼림바 만들기

  칼림바 만들기 수업을 하기 위해 칼림바를 미리 만들어보기로 했다. 손으로 하는 거 참 좋아하는 편인데 조립하는건 잘 못한다. 예를 들어 뜨개질하기, 글씨 쓰기, 스티커로 다이어리 꾸미기 등은 좋아하고, 잘하지만 가구 조립하기, 레고 조립하기 같은 건 잘 못한다. 공간지각능력도 없고 설계도를 잘 해석하지도 못하면서 사용 설명서 읽기를 싫어한다. 대충 이게 맞나? 하면서 순서 없이 덤빈다. 설상가상 악력도 약해서 손에 힘을 못 써 단단하게 나사를 죄는 것에 서툴다. 아무튼 뭔가를 조립하는건 싫고 어렵다. 그래서 칼림바 만들기 수업을 하기 전에 꼭 내가 직접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고서는 내가 쩔쩔매느라 수업이 진행이 안될 것 같았다.


-칼림바 만들기 시도 1회차.

  친한 동료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해서 같이 칼림바를 만들자고 했다. 나보다 잘 하는 사람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시작하자마자 난관 봉착. 칼림바 만들기 세트가 고가가 아니다보니 정교함이 떨어져서 나사 구멍이 잘 안맞았다. 그걸 보자 마자 어떻게 해야하지? 싶어서 사고 정지. 그래도 도와주시는 선생님이 열심히 노력하고 계셨다. 나는 노래를 듣고 있었다. 내가 도와달라고 불러놓고 나는 거의 손을 놓고 있는게 죄송스러웠지만. 어찌나 하기 싫었는지. 그렇게 구경만 하고 포기.

했다고 하기도 뭐한 내 칼림바 상태



-칼림바 만들기 시도 2회차.

  원래는 포기하려고 했다. 그런데 나의 실패 소식을 다른 음악선생님께 알렸더니 어디선가 칼림바 만들기 후기 글을 들고 오셔서는, ‘6학년도 한다는데?’라고 하시는 거다. 나는 너무 쉽게 포기해버린 내 자신이 부끄러웠고 다시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제 날 도와주셨던 선생님께 다시 도움 요청. ‘선생님 오늘은 진짜 제가 열심히 할테니까 한번만 더 도와주실 수 있나요?’‘네. 그럼요.’ 나는 집에 가서 사용설명서와 후기 글을 정독했다.


-칼림바 만들기 시도 3회차.

  이번에는 정말 열심히 했다. 설명서를 읽어가며,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열심히 노력 했는데 기계 자체의 내구성이 떨어져서 예쁜 소리가 나지는 않았다. 어찌됐건 완성을 시키기는 시켰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모두 보신 동료 선생님은 ‘어제랑 다르시네요.’라고 하셨다. 왠지 뿌듯했다. 그래, 마음 먹기가 힘들어 그렇마음을 먹으면 열심히 한답니다.

차분한 재도전


  원래 나는 끈기가 있는 스타일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열심히 하고 그 외의 것은 조금도 하기를 싫어한다. 정말 억지로, 어쩔 수 없이 해야할 때가 되면 대충 한다. 설명서를 대충 읽고 시작하듯이. 그렇게 하면 대체로 일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잘 할 수는 더더욱 없다. 공부도 그렇게 하느라 3년이 걸렸지. 칼림바 한 번에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때때로 나는 나의 사는 방식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어려워 보여도 마음을 굳게 먹고 도전해 보고싶고, 흥분하지 않고 끝까지 차분하게 어떤 일 처리를 마무리 해 보고싶고, 하던 일이 잘 안되어도 평정심을 유지해보고 싶다. 칼림바가 아닌 그 무엇이라도, 멋지게 나 혼자 완성하게 되는 그 날까지, 파이팅!

원랜 이렇게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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