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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Dec 05. 2022

인생의 밀도

  가끔씩 찾아오는 외로움을 친구 삼아 혼자 살아가는 법을 익혀야 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움, 고독 같은 것과 함께 살아가니까. 어쩌면 인간은 외로움을 밥, 혹은 양식 같은 것으로 삼아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주기적인 외로움이 사람을 성장 시킨다. 나의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은 쓸쓸함에서 나왔다.


  혼자 있는 시간을 얼마나 잘 보내는가에 따라 인생의 밀도가 달라진다.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작은 방 안에서 나와 만들어가는 나만의 밀도. 나는 주로 이런 것들을 한다. 생각, 만들기, 계획 같은 것.


  친구를 좀 덜 만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이 공허해서 자꾸 약속을 잡나? 싶었던 때가 있었다. 익숙한 것이 별로 없는 이 일상의 무게가 퇴근을 하고 혼자 집에 있을 때 특히나 더 무겁게 나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라도 약속을 잡았다. 저녁 시간에 홀로 방 안에 누워 인생의 무게에 짓눌려 낑낑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피해지는 것이 아닌데, 일단 문 밖을 나서면 살갗에 느껴지지 않으니까 그렇게 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을 보낸 날이면 돌아가는 길부터 외로움, 씁쓸함 같은 것들이 나를 마중 나와 있었다. 그러면 나는 더 괴로워했다.


  어느 날 부터는 혼자 있는 시간을 직면하기로 했다. 방 안에 누워 생각을 했다. 생각을 글로 쓰기도 하고, 손으로 그리기도 하고, 육체의 배를 채워 마음이 허해지지 않도록 했다. 따뜻하게 방을 덥히고 깨끗한 잠옷을 입어 촉감을 편안하게 했다. 혼자라도 괜찮다는 생각 같은 것을 하지 않아도 혼자임이 괜찮게 되었다.


  나의 공허함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그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도 자연스레 받아들여지는 순간이 온 것일까? 다른 어떠한 대체 수단을 찾지 않아도, 혼자임이 두려워 문 밖으로 뛰쳐 나가지 않아도 외로움을 친구 삼아 잠에 들 수 있는 순간이 드디어 온 것일까? 나는 사는 것이 참 신비롭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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