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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Dec 05. 2022

시간은 참 빨라

  계절이 한 바퀴 돌아 다시 겨울이 왔다. 작년 이맘때가 더 아득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올 해의 밀도가 유난히 높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익숙한 것이 없이 낯선 것들로만 가득 찬 일상, 변화가 몰아치는 한 해였다.


  나는 연말을 좋아한다. 옛날부터 그랬다. 한 살 나이를 더 먹고, 한 해 더 늙고, 뭔가 끝나가는 분위기가 쓸쓸하다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왜인지 연말이 되면 설렌다. 지난날의 나를 돌아볼 수 있고, 개운하게 시작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코 끝이 찡하게 추운 아침 공기도 다른 계절과는 비교할 수 없이 개운하다. 시작과 끝이 한 뼘 안에 공존하는 겨울이라는 계절, 다시 한 바퀴 돌아 그 겨울이 왔다.


  문득 오늘 출근 길에 떠오른 생각. 올 초에 차를 사야 할지 전셋집을 구해야 할지를 고민하며 아빠와 안성에 왔다 갔다 할 때였다. 결국 차를 사기로 하고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길을 익히기로 했다. 아빠가 운전을 하고 나는 옆 자리에 타서 머릿속으로 운전하는 연습을 했다. 차에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나와서 우측 깜빡이를 넣는 것부터, 가는 길에 차선을 변경하고, 비보호 좌회전하는 삼거리를 지나 우측으로 돌아서 학교에 들어오기까지. 가는 길 오는 길을 모두 익혀야 한다며 몇 번을 왔다 갔다, 머릿속으로 길을 익혔다. 막 어렵진 않아도 공사중인 곳이 많고 꼬불꼬불 한 곳도 있어서 마냥 쉬운 길은 아니라고 했다. 일 년째 그대로인 도로 상태. 도대체 이 놈의 길 공사는 언제까지 하는 거야? 라고 말하며 2월의 내가 떠오른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나도 나이를 먹고 계절이 돌아 겨울이 가고 다시 겨울이 오고. 나의 인생은 대부분 변하는 것으로 채워지고 종종 변하지 않는 본질적인 어떤 것들이 중심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사랑을 만들어내며 원래 있던 품 속의 사랑을 보듬기도 할 것이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다시 앙상한 나뭇가지를 마주하며 왠지 마음만은 따뜻하게 지켜내고 싶다고 생각을 하는 오늘. 진부한 단어라 생각했던, 예를 들어 가족과의 시간, 따뜻한 저녁 식사 같은 단어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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