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나는 극적으로 변했지만 렌터카 문제는 어느 하나 바뀐 게 없었다. 어떻게 이동할 것인지 해결해야 했다. 공항 인파에 정신 팔린 나와 달리 냉철한 와이프는 빠르게 그 문제에 천착했다. 탁월한 웹서핑과 심도 있는 현장 답사를 통해 구체화된 빅아일랜드의 교통 체계는 여러모로 확실히 한국에선 낯선 것들이었다.
우선 렌터카 산업의 규모였다. 일단 우리는 렌터카를 빌려보기로 했다. 비록 국내운전면허증을 두고 왔지만, 엄연히 인정받은 국제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있었던 터라 이대로 물러나기엔 영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았다. 아무래도 글로벌 규모의 렌터카업체인 허츠(hertz)에선 어려울 것 같아 공항 근처 영세업체에 읍소해 볼 요량이었다.
과정은 수월했다. 공항에 나오니 렌터카업체에서 나온 픽업트럭이 정기적으로 돌고 있었고, 공항에서 삼분 거리에 꽤 많은 숫자의 렌터카업체들이 모여 있었다. 한눈에 봐도 주차장 면적도, 거기에 주차된 차량도 어마어마했다. 글로벌 규모의 비즈니스나 픽업트럭 정기운행 따위 등이 가능한 이유가 바로 이 엄청난 수요에 있었다. 제주공항에서 렌터카를 빌려봤을 뿐인 나의 일천한 경험으로선 상상할 수 없었던 광경이었다.
그래. 코나 공항에서 내린 사람들에게 렌터카 말고는 딱히 다른 선택지가 없겠지. 그런데 어쩌나. 그 선택지도 없는 게 바로 우리인 걸. 우리는 그 땡볕 아래 황량하고 광활한 주차장을 가로질러 가며 업체들을 순회했고, 여러 업체에 차 한 대만 빌려 달라 다양한 완급의 어조를 구사하며 협상을 시도해 봤지만 원칙은 원칙이었다. 결국 우리는 빈손으로 도로에 내앉았다. 빅아일랜드 여행의 낭만, 지프 랭글러 드라이빙의 꿈이 여름철 신기루처럼 사라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