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십 년(?)만의 '베스트 일드' 순위 리프레시
연말이고, 재택의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책상에서 퇴근 후 다시 같은 책상에서 또 이어 온갖 PC로 놀이(?)를 하다 보니 뭔가 컴퓨터가 아닌 다른 것이 하고 싶었다. 그래서 iPad를 집어 들고 선택한 것이 넷플릭스, 그리고 그 많고 많은 작품 중에서 선택한 것이 '아리스 인 보더랜드'.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넷플릭스 이야기가 나오면 '스위트 홈'과 함께 항상 이야기되는 타이틀이었는데, 가장 내가 주목했던 것은 '배틀로얄'이라는 키워드 때문이었다.
※ 이후 이야기하다가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주의해주십시오?
물론, 배틀로얄과 아리스 인 보더랜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배틀로얄은 한 학급의 아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정말 배신에 배반을 이어가는 이야기라면, 오히려 아리스 인 보더랜드의 주인공은 이상한 세상에 같이 떨어졌지만 자신을 위해 희생한 친구들을 기억하면서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이야기이니.
'아리스 인 보더랜드', 영어로 'Alice in Borderland'인데, 원 일본어 제목은 '今際の国のアリス' - 임종의 나라의 앨리스란 뜻이다. 전반적으로 사용된 트럼프의 이미지라던가, 우연찮게 떨어진 또 다른 세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不思議の国のアリス)'를 모티브로 전체 얼개를 짠 것 같다. 심지어 주인공은 남자지만 이름이 '아리스'! 영어로 'Alice'다! 모자장수도 있고, 여주인공 이름은 우사기 - 토끼다! 트럼프는... 병정이라 게임으로 사람을 죽이는 건가?
참고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연재된 만화가 원작이라고. 검색을 하면서 보니 그림이 썩 맘에 들지는 않는데(...) 궁금하긴 하다.
뭔가 하나의 시리즈물을 보게 되면, 엄청나게 집중을 하게 된다. 주인공과 스토리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조연과 가지치기로 나오는 인물과 스토리에도 집중을 하는 편이다 보니 심지어 잠깐 나와 죽는(...) 캐릭터라도 눈길을 끈다면 열심히 찾아봄 대체적으로 집중해서 볼 수 있는 단편 혹은 중편(10편 전후)의 작품을 주로 보는 편이다. 마침 '아리스 인보더랜드'는 적절한 45분 전후의 8편이고, 간만에 일본 드라마를 보고픈 마음도 있어 거침없이 선택.
▷ 스토리
워낙에 많은 리뷰가 있고,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래도 '리뷰'니까
제법 잘 사는 집의 자제이지만 게임 중독의 '아리스', 집에서의 압박을 못 견디고 가출을 한다. 술집에서 일하다 잘린(!) 학창 시절의 친구 카루베, 사이비 종교에 빠진 어머니 때문에 암울한 심정으로 회사 땡땡이를 치는 또 다른 학창 시절 친구 쵸타 이름 죠오타 와 만나 시부야의 스크램블 교차로에서 깔깔대다가 차 사고를 내고, 이를 쫒는 경찰을 피해 화장실로 숨어든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밖을 나와보니 아무도 없고, 3명만 남은 상태.
자주 다니던 길목에도, 가루베가 일하던 술집에도, 조타가 일하던 회사에도 모든 사람이 신기루처럼 증발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하고 있는 상황에 시부야의 전광판(맞다, 스타벅스가 있는 그 큰 건물, Q-Front)에서 게임을 참여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리고- 이들은, 게임을 통한 서바이벌을 시작한다.
게임은 일명 방탈출부터 서로 배신을 하거나 죽이기까지 해야 하는, '살아남기 위한 서바이벌'의 과정. 게임에서 살아남으면,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날의 '비자'가 주어진다. 특히 게임에서의 트럼프 문양과 숫자는 문양으로 게임의 유형을 말한다.
스페이드 - 체력을 사용하는 운동(?) 게임
클로버 - 참가자들의 단체 게임
다이아몬드 - 두뇌를 사용하는 지적 게임
하트 - 참가자들 사이의 심리를 이용한 심리 게임
이렇게 4종류의 게임으로 나뉘고, 숫자(A~10)로 난이도를 표현한다.
이렇게, 게임을 거치고 거치면서, 우연찮게 알게 된 것이 '낙원'이라 불리는 '비치'. 그곳에 '답'이 있다는 메시지 하나로 믿음을 가지고, 서로 삶을 빚진 아리스와 우사기 두 명이 '비치'에서 이 게임 같은 세상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주요한 내용. 과연- '아리스'는 '비치'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과아여언-
추가로 더해보는 메이킹 필름. 시부야 역 앞 풍경을 어떻게 찍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 평가 : ★★★★☆
① 일본 드라마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연기' 혹은 '오버하는 연기'이다. 이 때문에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못 본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 그 말이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드라마와 비교해본다면, 우리나라 언어, '한국어'는 너무나도 다양한 표현이 있고 이에 따른 감정의 표현이 섬세한 편이라 다양한 언어 표현으로 돌려 말할 수도 있고, 직설적으로 말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연기에도 섬세함이 담기고, 이에 따른 각본의 설정이나 연기에도 조금 더 섬세하게, 자연스러움을 담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 보기에 일본의 영화, 드라마 류는 손발이 오그라들거나 오버하는 연기로 보이기 쉬울 것 같다.
다만,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말을 하거나 수동 표현이 많은 일본어의 특성이라던가 일반적인 일본 문화(표현 방법이나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 사람들과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 언어의 표현 강도 등)를 조금 이해하면, 그런 '오그라듬'이나 '오버'의 간극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연기가 꽝이거나 오그라들거나 오바하는 연기자가 많긴 함 특히, 문화가 담기는 언어 특성상, 다양한 표현을 담아내는 '한국어'와는 다르게, 평소 조근조근, 가만히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표현하던 일본어가 어떤 임계점을 넘어갔을 때 폭발하는 형태로 표현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런 연기가 다소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어쨌거나, 그런 면에서 '아리스 인 보더랜드' 연기자들의 연기는, 그런 측면이 좀 '덜'한, 그나마 좀 '자연스러운' 편이다. 물론 적절한 '항마력'은 필수로 갖추고 임해야
②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러움이 높은 작품이었다. 중간중간 설정의 빈 곳이 느껴지는 부분(왜 비자 얘기는 첨엔 엄청 중요하게 나오더니 뒤에선 얘기가 많이 없을까-라던가, 강력한 리더가 있음에도 왜 이 사단(?)이 났는가, 왜 구성원들은 아무런 생각 없이 '리더'를 무조건 따라만 가는가, 아니 히키코모리였던 사람이 저렇게 갑자기 몸을 잘 움직인다고? 와 같은 부분)도 분명 있지만, 그건 여러 작품에서도 있을 수 있는 평범한 일이니!
특히, 일부 리뷰에서는 개개인, 심지어 조연급까지도 과거 이야기를 그렇게 중요하게 다룰 필요가 있었겠느냐-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조연과 기타 주변의 사람들까지 관심 있게 지켜보는 내 입장에서는 그것이 오히려 몰입하게 만드는 이유였다. 다만 아쉬운 것이라면, 일부 인물의 경우 파편적으로 이야기가 다뤄지다 보니, 연결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 그렇다고, 연결을 위해 다시 찾아보거나 할 필요까지는 없을 정도긴 하다. 적절히 이어지고 적절히 끊어져 있는 느낌.
③ 이야기는 4화까지의 전반부와 나머지 후반부로 나뉠 수 있을 것 같다. 전반부는 아리스가 게임에 참가하고, 게임의 룰을 이해해 가는 과정, 후반부는 '비치'에 들어온 뒤, '비치'에서 답을 찾아가면서 혼란을 해결하려는 과정.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게임 자체에 대한 요소가 어느 정도 줄면서(이전엔 게임 하나가 한 편이라면, 후반부의 게임 자체는 메인 게임 하나 + 엑스트라로 줄어든다), 동시에 게임이 주는 어떤 긴장감 같은 팽팽함이 줄어들지만 한 편으로는 다양한 인물들과 엮이는 과정을 보다 보면, 넷플릭스가 시즌 2를 바로 발표한다는 것이 이해가 간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언제라고 말은 안 했지 시즌 1에서 다룬 내용이 원작 만화의 절반 정도의 이야기라고 하니까, 시즌 2에서는 나머지 절반을 다루지 않을까...?
▷ 내가 주목한 조연들 취향 나열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항상 주인공이 아닌 조연에게도 주목을 하게 된다. 엑스트라처럼 잠시 나온 사람도 있고, 거의 주인공처럼 이어져 나가는 사람도 있다. 이상하게 주인공은 알아서 잘해서 그런가(?) 딱히 내가 주목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듯. 리뷰를 쓰기 전에 여러 리뷰를 봤는데,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구이나 쿠이나인데
º 시부키 사오리(紫吹小織)
물론 죽(...)어서 나올 일은 없지만, 성공과 삶에 대한 애착으로 몸까지 던지는(!!) 캐릭터. 실제 인스타그램하고 드라마 속의 모습 하고는 뭔가 차이가 있어 잠시 갸우뚱(...)
º 쿠이나 히카리(水鶏光) & 치시야 슌타로(苣屋駿太郎)
이 쿠이나 때문에 본다는 사람이 많았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성별을 떠나 리뷰를 쓰신 분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 이유는 쿠이나가 스토리 상 트랜스젠더라서...? 뭔가 매력적인데, 뭔가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치시야도 처음에는 눈길 안 가는, 그냥 냉혈하고 음침한 이미지였는데 또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둘 다 알 수 없는 캐릭터지만, 내 눈길을 끌었던 두 캐릭터.
º 아구니 모리조노(粟国杜園)
냉혈한 사나이의 가슴속에 흐르는 순정...을 대표하는 인물. 폭주도 하지만, 결국 마음에는 따뜻함이 있는 사람인 듯하다. 전직 자위대원 = 살인 병기인데, 행동의 의도를 알기가 어렵다.
º 안 리즈나(安梨鶴奈)
아무리 봐도 헤어스타일까지, 지인을 닮았다. 물론 아님 뭔가 엄청나게 똑똑하다! 생각했는데, 역시 경시청 감식반이었다는 과거가. 살아남았으니, 아마 시즌 2에서도 뭔가 활약을 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이름을 나무위키에서 찾았는데, 주인공 이름들이 뭔가 흔치 않은 걸-하고 생각했더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나오는 캐릭터를 모티브 삼아 이름을 만든 것이라고 한다. 오오-
출연진의 정상적인 얼굴을 보자(...) 살아있는 동안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등장하는 게임 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Full 영상. 참고로, 한글 자막은 없습니다; 영어 자막으로
출연하는 사람들은 켄토 야마자키(山﨑賢人, 아리스), 츠치야 타오(土屋太鳳, 우사기), 무라카미 니지로(村上虹郎, 치시야), 미요시 아야카(三吉彩花, 안), 아사히나 아야(朝比奈彩, 쿠이나), 카네코 노부아키(金子ノブアキ, 모자장수), 나카 리이사(仲里依紗, 미라).
2020년 12월 10일에 공개되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아리스 인 보더랜드'는 벌써 시즌 2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자, 어서 다음 편을 내놓거라, 넷플릭스!
아마, 시즌 2가 잘 나온다면 개인적인 '일본 드라마 베스트'에 순위를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정말 몇십 년 만에 그 순위가 바뀔 수 있을 듯. 아직도, 나의 '베스트'는 '전차남'이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