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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miverse Feb 21. 2023

J02-가는 거야 마는 거야 싱숭생숭

애매한 할 일에 애매한 기분 

1월 12일, 도쿄로 가게 되었다는 글을 쓰고(https://brunch.co.kr/@ryumiverse/79) 많은 응원을 받았다. 축하한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괜찮겠냐는 사람들도 있고, 의외로 쿨(?)하게 그럴 거 같더라니-하는 사람도 있고.




그 이후의 기록을, 조금씩.


일단 Offer Letter와 Contract에 서명을 하고 나서는, 바로 정식으로 '체류자격'을 얻기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다. 회사에서 소개해준 비자대행사를 통해 CoE, Certificate of Eligibility를 발급받는 것이 첫 번째 스텝.


대략 이렇게 생겼다. (출처 : 시드니 일본총영사관)  


일반적인 '무비자'로 체류가 가능한 90일 이상 일본에 체류하는 경우, '이 사람이 어떤 목적으로 90일 이상 체류하는지', '체류에 대한 보증은 누가 하는지' 등이 기록된 문서라고 보면 되겠다. 이걸 가지고 가야, 해당 목적에 받는 비자를 받는 것이라고. 문서에는 신상정보와 함께, '목적'과 '소속'이 기재가 된다. 그래서 일본 내에서 체류 목적이 바뀌거나(워킹홀리데이 → 취업 or 유학 등) 소속이 바뀌면(이직 등) 이 CoE도 변경을 해야 한다고 한다. 복잡한 외노자의 삶  


암턴, 엄청나게 빽빽한 설문지와 졸업 증명서, 그리고 스펙에 맞는(...) 사진을 비자대행사에 전달. 몇 가지 질문 & 답변이 오가고 나서, '접수되었다'라는 메일을 받았다.


1월 18일에 보내고, 24일에 접수 완료.


이후의 기록을 조금씩 한다고 써놓았는데, 정말 '기록 조금'이다. 실은 이 이후 진행이 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


정확히 말하면, 2월 17일, 약 3.5주 만에 CoE가 발급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정말 Happy Friday 맞나요 + 스캔본으로 보내준 내 CoE


 그리고 놀라운 국제 운송, 그날 바로 DHL로 부쳐진 실물 CoE가 오늘(2월 20일) 도착했다.


놀라운 국제 운송시스템 + 'Aㅏ 일본이구만'을 느끼게 하는 안내문   




물론 그 사이, '쫌쫌따리' 준비는 하고 있었다. 필요한 것을 몇몇 가지 사고, 구글 시트에 필요한 것들을 리스팅 하고, 검색해보기도 하며, 유튜브에서 다른 사람들이 준비해 가는 것, 처음 도착해서 하는 것들을 보기도 했다. 여러 모임에서 송별회 아닌 송별회도 하고. 


하지만 진짜로 준비는 지금부터이다. 실물 CoE가 도착했기 때문에, 비자를 신청해야 하고, 살 것이라던가 쌀 것 등등,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문제가 생겼어!


... 생겼다기보다는 만들었다고 하는 것이 맞으려나. 마음이 참으로 싱숭생숭하다. CoE 발급을 위해 준비를 해서 문서를 보낼 때까지만 해도, '아 가는 거군!' 하는 다소의 실감이 있었는데 보내고 난 뒤 한 일주일 후부터 지금까지, 마음이 참 싱숭생숭하다. 일단 내가 추측하는 이유들은 아래와 같은 이유들이다.  


1. 나는 일본을 (어느 정도) 안다. 

비록 지금은 외국인 등록에 대한 시스템이 바뀌었지만(이전에는 입국 후 '외국인 등록'이란 걸 했는데, 지금은 저 CoE를 가지고 '재류카드'라는 것이 자동으로 나오는 듯하다) 어쨌거나 일본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일본에서 생활할 때의 부족함, 모자란 것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양말 같은 것들은 우리나라가 값이 싸고 좋다던지, 뭔가 '보온'을 할 것을 챙겨야 한다던지, 일부전자제품류는 오히려 한국이 더 싸다던지, 일본의 행정 시스템은 기다림의 연속이라던지-하는 어쩌면 잡다한 것들. 게다가 일본에 살았던 이후 우리나라가 급성장하면서, 일부 물건들이나 시스템은 이제 '일제'보다는 '한국제'가 더 좋아진 것들을 알고 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장기 거주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마음이 갈팡질팡이다. 


'아 몰라, 걍 놋북, 옷, 카메라나 들고 가고 다 현지조달!'


... 의 마음과, 


'그래도 이런 것들은 한국 것이 낫잖아, 좀 가져가자' 


... 의 마음이 대결 구도랄까. 하루에도 '가져가?' 생각했다가 '아냐 말아'가 여러 번, 너무나도 애매하게 관람차처럼 휘릭휘릭 돌고 있다. 


2. 해야 할 것들을 아는데, 실감이 안 나고 회피하게 된다. 

머릿속에서 해야 할 것들이 계속 오간다. 먼저 비자를 신청해야 하고, 일정을 정해서 통보를 해야 회사에서 거주지나 항공권을 준비해 줄 것이다. 그 외에도 필요한 서류를 뗀다거나, 여러 유튜브에서 본 '사전 준비물'들을 미리 준비한다거나, 필요할 수 있는 문서들을 뗀다거나, 필요 없는 물건들을 당근에 판매한다거나. 


하지만, But, However, 생각뿐


그런데, 실감이 나지 않다 보니 손에 잡히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 준비하는 영상 보다가 재미 들려서 그 사람 일본 초기 생활들의 영상을 보기도 하고 놀랄 정도로 시간이 잘 감 이것저것 '알아보기만' 하고 넘겨버린다거나 메모나 기록을 해둘 법도 한데. 일종의 '회피'라는 방어기제가 최대 모드로 동작하고 있는 느낌이다.


음, 커버의 턱을 괴고 눈만 굴리는 모습 - 저 모습이 딱 컴퓨터 앞에 앉아 유튜브를 보거나 글을 읽고 있는(기록은 하지 않는) 내 모습과 똑같다. 해야 할 것을 알고 있는데 완전 피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회피'의 최대치를 보여주는 모습.




하지만 이제 정말로, 긴박(?)하게 움직여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일하던 것도 일단은 마무리를 지어두었다. 이후를 간단하게만 생각하면, 비자를 신청하고, 비자가 나오면(한 5 영업일 정도 걸린다고), 짐을 싸서 들어가는 것만 남았다. 그렇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하게 될까?


어쩌면 이 '싱숭생숭함'에는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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