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때 살았던 집들

캄캄한 방 우울하고 어깨 펴지 못한 내 사춘기

by 긍정

신기한 것이 어릴 때 살았던 집들의 느낌이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처음 기억으로 남은 집은 할머니가 직접 지으신 양옥집 주인세대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그 집을 팔고 아파트로 이사 가시고

그 주인세대에 우리 부모님이 전세로 들어가셨던 것이다.

내 기억 속 그 집은 마당도 넓고 마당엔 목련도 심어져 있었다.

계단을 조금 오르면 집 현관이었고 집 안 거실은 정말 넓었고 소파도 있었다.

거실 바닥은 원목마루가 네모 모양으로 시공된 집이었다.

친구들은 우리 집이 부자라고 했다. 나도 우리 집이 부자라고 생각했다. 친구네보다 훨씬 고급스러웠다.

그리고 그 집을 떠나게 되었다. 집주인이 돈을 모아 본인 집으로 들어온 것이다.


우리는 옆동네 신축 다세대 두 칸짜리 전세로 이사를 갔다.

알루미늄에 위아래 유리가 들어간 현관이 있던 집이었다.

집은 무척 좁았고 방도 두 개였고 해가 들지 않았다.

나는 내방이 생겼다고 좋아했으나 집이 좋지는 않았다.


그 집에서 2년인가 살고 바로 앞집으로 이사를 갔다. 그 집도 방이 두 개였지만 전에 집보단 조금 더 넓었다. 그 집도 해가 들지는 않았다.


부모님은 집의 상태에 대해 불평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윳돈이 있는데도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려고 하지 않았다.

결국 여윳돈은 사업으로 가정불화로 날아가고

나의 청소년기는 해가 들지 않는 집에서 평생 보내게 된 것이다.


집 때문일까?


어릴 때부터 내내 가정불화가 있는 가정이었지만 넓은 양옥집에서 살던 어릴 시절에 나는 자신감이 넘쳤고 그 시절 기억은 쨍한 볕이 드는 마당이 떠오른다. 친구들이 우리를 부자라 여겨줬던 당당함도 갖고 있다


그러나 10대 시절에는 어두컴컴한 집과 쭈그러진 내 청소년시절.

캄캄한 방에서 소설책을 읽던 내가 떠오른다. 우울하고 어깨 펴고 살지 못했던 내 사춘기.


지금 우리 아이들은 성년이 된다면 어떤 집에 대한 추억을 갖게 될지 궁금해진다.

나는 아이들에게 따뜻하고 해가 잘 들고 집안에서 엄마가 해주는 음식냄새가 풍기는 집을 유년의 성장의 기억으로 남겨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