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장기록] 와플 먹으러 올게요

새로운 곳이 좋아 보여도 내가 살고 있는 곳이 현재는 훨씬 좋다.

by 긍정

언니 이동네로 이사 오면 언니 보러 와플 먹으러 올게요.


토요일 아침 좋은 검은콩미숫가루와 연두부에 발사믹 소스를 뿌려서 먹으면 맛있을까 생각하는데

반가운 지인의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그러데 지인의 남편분의 목소리라 순간 놀랬다.

“아 안녕하세요. 어느 지역 아파트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 거구나.


“아 오늘 이쪽으로 오실건가요? 저도 그 동네 아파트 궁금했는데 같이 보러 가요.”

이 지인부부는 내가 결혼한 뒤 4번째 이사 간 동네에서 만난 사이인데

아직도 이렇게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아직도 그곳에 살고 있다. 내가 11번째 이사를 다니는 동안

지인 남편이 관심 갖고 있는 지역은 전 국민이 다 아는 유명한 지역인데 우리 동네와 가깝다. 나도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이사든 뭐든 계획대로 되는 건 없지.


어느 지역의 부동산을 보러 가는 것을 임장이라고 하는데 갑자기 유명지역 임장을 가게 된 것이다. 순두부와 발사믹소스가 어울리려나 생각 중에.


막둥이만 데리고 지인부부의 차를 타고 우리는 유명한 동네로 향했다. 그곳은 지대가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우리 동네에서는 고속도로 연결된 도로를 따라 위로 올라가면 나왔다.

우리 막둥이는 영혼이 맑은 어린이므로 아직 평수와 집값을 모르고 그냥 보이는 대로 좋다 싫다가 말하니 임장 때는 사실 이런 어린아이의 의견을 듣는 것이 잡음 제거에 도움이 된다.


지인은 막둥이를 데리고 동네 편의점을 들러서 음료와 과자를 사주고 부동산으로 향했다. 이런 오늘이 노는 토요일이라니.

부동산 앞에는 전월세매매 가격을 붙여놓아서 집은 못 보지만 가격은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단지를 일단 둘러보기로 했다.


이 지역은 약간 고지대에 있어서인지 공기가 좋았고

나는 속초의 어느 리조트 단지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횡단보도에는 초등학생들이 걸어 다니고 아이들 비율이 높다는 것이 느껴졌다.

상점은 술집보다는 학원과 빵집 카페 아이스크림 가게가 보여서 주민들이 이용하는 상권중심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이렇게 우리는 학교를 중심에 두고 시계방향으로 단지들을 돌아봤는데


언제나처럼 모두 마음의 일치되는 단지가 가장 비싸더라.


그곳은 학교 바로 옆단지에 단지 내가 평지였다. 단지 사이즈도 작지 않았고.

막둥이는 여러 놀이터 투어를 신나게 했다.


“선생님 이거 보세요”


막둥이는 왜 지인을 선생님이라 부르는 걸까? 우리는 웃었는데

집에 오는 길에 막둥이에게 물어보니

아줌마라고 부르면 싫어할 것 같아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단지투어를 끝내고 이제 상가를 둘러보다가

내가 좋아하는 와플가게가 보였다.

이곳은 먹으려고 하면 주변에 없어서 아쉬운

내가 좋아하는 곳인데

여기 상권에 있다니!


나는 기본와플과 바나나누뗄라와플을 주문해서

나눠먹었다.


“언니 이곳에 이사 오면 언니 보러 와플먹으러 올게요”


막둥아 넌 여기로 이사오고 싶어?


“어 엄마 나는 여기로 이사올래.”

“어디 아파트?”


“응 나는 다 좋아”


나도 이곳이 마음에 들더라.

막둥이는 오늘 투어 한 새 아파트들의 외관과 놀이터들 그리고 편의점에서 사준 간식과 와플까지

이 동네가 다 좋았겠지.

근데 우리 막둥이가 모든 곳을 다 좋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지역 아파트는 이사를 가자고 하니 울면서 반대했다.

지인부부는 돌아가며

지금 살고 있는 집이 팔려야 이사를 올 수 있고 지인은 현재 사는 곳도 좋은데 떠나려니 서운하다고 했다.

이렇게 이사는 어렵다.


새로운 곳이 좋아 보여도 내가 살고 있는 곳이 현재는 훨씬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