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덟

이여덟_4

by 여더리

엄마의 외출은 길지 않았다.

2025년 여름, 사람들마저 개구호흡하던 더운 여름 엄마가 돌아왔다.


나는 엄마를 차단했었다. '그 날' 이후로 엄마는 아무런 연락을 하지도 받지도 않았다. 외할머니는 치매증상에 섬망이 추가되었고 요양병원을 옮기기까지했다. 나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알바를 시작했다. 식비걱정보다 내 멘탈관리가 먼저였다. 사엔 어두운 내 안색을 걱정하는 이들이 있었고, 그들에게 나는 소문이라는 맘편한 가십거리를 주지 않기위해 빠른 퇴사를 결정 것이다.


메세지앱 오른쪽 상단에 점 세개를 누르자 '차단된 메세지'가 생겼다. 평소엔 없다가 생기는 그것은 내가 차단한 누군가가 문자를 보냈다는 신호였다. 는 소중한 것들을 차단하곤 했다. 그것에 붙잡히고 놓아주기를 반복했지만, 이번은 달랐다. 마에겐 붙잡힐 생각 없었다. 역시 그 메세지는 내가 떠난 사람의 이었다.


약 1년 동안 나는 나대로 마음정리를 끝냈다. 엄마는 자식보다, 치매걸린 본인 엄마보다 시를 더 좋아한 사람이었다. 전남자친구는 나보고 멋대로 마음정리 하지 말라했지만, 그냥 내 기질이 방어적인 것을 엄마는 알면서. 알면서도. 어쩌면 모를 수도 있었을까? 자꾸 생각이 꼬리물면 그냥 엄마를 내 방식으로 꾸며대는 것이 맘 편했다. 누군가 지독한 회피형이라 말했지만 나는 나대로 맞서는 중이었다.


엄마는 소리없이 집에 와있었다. 3시 반이면 끝나는 알바를 마치고 마침내 아무도 없는 집에 익숙해졌을 때 엄마의 샌들을 봐버렸다. '그 날'에 신었던 검정 끈 샌들. 버켄스탁을 따라했는지 멋지게 닳아 진갈색이 되어버린 바닥을 가졌지만 사실은 낡디 낡아 코르크가 부서지던. 엄마를 보면 하고싶은 말이 많았다. 상상은 상상뿐이었다. 그렇게 나온 말은 결국


"잘 지냈어."


감히 물음표 붙일 생각하지 말라는 듯이. 생략된 주어는 '나'였다. 엄마는 더 마른 눈빛으로 대답했다. 함없는 공기도 마찬가지였다.


며칠동안 엄마는 내게 미안해하는 기색이 없었다. 내가 만든 엄마의 모습보단 마르고 탔지만, 안타깝지않기위해 자꾸만 엄마를 가상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엄마는 표독스러워보였고 욕심이 가득해보였다. 내가 옆에 있어도 밥을 가득 퍼 먹는 모습이 못돼보였다. 에어컨도 안켜고 그저 반팔이나 가뜩 접어입고는.


"엄마"


갑자기 나온 부름에 나도 놀랐고, 엄마도 놀랐다. 엄마는 긴장한듯 목을 움츠려 내 쪽을 바라보았다.


"왜 놀래. 왜. 뭐 죄지었어?"

엄마는 여전히 어깨를 움츠린 채 나를 보았다. 는 울고있었다. 엄마의 눈썹은 앞머리에 가렸지만 볼 수 있었다. 그 날 땀을 가득 안은 검은 눈썹. 무화과나무가 그리 싫었지만 내내 그 큰 잎 그늘 아래서 실외기바람 맞던 그 눈썹이. 그 눈썹 아래 눈이. 눈물이.


옛날에 과외했던 아이네는 강아지를 키웠다. 그 강아지는 처음엔 경계였고, 이후엔 반가움으로 변했다. 점점 수업시간엔 짖지않았고 문제풀이시간에 와서 내 손을 핥았다. 강아지는 내가 오는 줄 몰랐을 것이다. 몰라서 짖었고 반가워서 핥았다. 몰라서 짖었음에 미안해하지 말길. 큰 소리로 짖어 나를 놀래켰어도 후회하지말길. 손을 핥은 것이 미안함보다는 반가움이었길. 도. 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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