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보다 약한 사람이란 걸, 식구들 중 누군가가 집을 나설때마다 깨닫는다. 항상 옆에 있을 것 같았던 사람이 즐거움이 담긴, 기대하는 미소로 밖을 향할 때면, 아, 내 울타리도 흔들리고 있다-고. 이럴 때면 내가, 실은 참 결핍된 사람이었구나 깨닫는다.
항상 곁에 있었으면, 하는 이들의 부재가 언젠가는 온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조만간 있을 수도 있음을 깨달으면 당연한 사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섬짓하다. 아무리 시간을 다른 데가 아닌 너에게만 쏟아도, 네가 간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혹 그게 머지 않았을까, 문득 서글퍼진다. 회피하고 싶던 것을 이렇게 또 다시 만나는 걸 보면, 결국 이 쓸쓸함이란 것은 곁에 항상 붙어있지 싶어 익숙해지려 해도, 나는 또 다시 서글퍼지는 나를 어쩔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