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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쨌거나 글쓴이 Dec 03. 2015

늘 똑같은 날에 대한 단상

15.12.03

 

오늘도, 일어났다.


 아, 나가는 길 참 귀찮겠구나 싶어 눈을 찌푸렸다. 일어나니 쏟아져 내리는 눈이 보였다. 찬 바람에 몸을 웅크리곤 눈인지 물인지 모를 반투명한 길을 신경을 곤두세워 걸었다. 곳곳에 있는 은행도 피해가며 걷는 사이, 우산을 써도 외투와 모자에 눈이 얹혔다.

 

언제부턴가 기분이 변화없이 잠잠했다. 별 다른 곳에 가기 싫어 굳이 반기는 이 없어도 집에 일찍 왔다. 집에 와도 그릇만 보며 밥을 우적우적 집어넣고, 책이든 핸드폰이든 글자를 또 들여다 보았다. 그러다 잠에 들고, 다시 일어나면, 어제와 이어지는 기분에 오늘이 어제같고 또 그 전날 같았다.


 그런데 아침, 햇살이 창을 통과해 그대로 쏟아져 내렸다. 눈을 피해 겨우 막 수업을 듣던 중이었다. 한쪽 벽을 반절이나 차지한 큰 창을 보았다. 눈앞이 하얗게 부셨다. 온 얼굴은 따뜻해졌다. 고작 햇살 하나에 묘해진 기분이 꽤 심심한 위안이 되었다. 그래도 살아있으니 이런 것도 보고, 제법 좋다. 놓으라면 놓을 수 있을 것처럼 마냥 시간을 낭비하다가도, 이렇게 미미한 한 가지에 나는 다시 삶에 집착하고, 사랑하게 된다. 그래도 살아있음을, 나는 또다시 열망하게 된다.

(사진은 퍼온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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