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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서연 May 07. 2022

당신이 한 번쯤은 덴마크에 살다 와야 하는 이유 2

덴마크와 유모차


4. In Denmark, we trust each other. 덴마크와 유모차.


덴마크를 한 줄로 요약하라고 하면 이 문장이 될 것이다. 코펜하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가 길거리에 있는 유모차들이었다. 보통 유모차가 인도 한쪽에 있고 부모들은 카페 안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건물 안에서 볼일을 보는 식이다. 처음에는 이 광경을 보고 진심으로 초조해하면서 “누가 납치해가면 어떡해?"라고 말하니 돌아오는 친구의 말이 "In Denmark, we trust each other”+”와 너 방금 진짜 미국인 같았어"

유모차가 준 두 번째 충격은 '코펜하겐 도시 전시회'를 방문했을 때였다. 전시회를 둘러보는데 빨간색 유모차가 있어 처음에는 누가 곧 데리러 오겠지 싶었는데(그새 적응함) 전시회를 한 바퀴 돌아도 그대로 있어 다시 보니 유모차 옆 벽에 "In Denmark, we trust each other"라는 글이 써져 있었다. 이 유모차가 전시회의 일부였던 것이었다.(진짜 이 싸람들…) 이게 단순히 몇 부모의 안일함이 아닌 한 국가의 정체성임을 알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이 도시에는 또 역마다 개찰구(바리케이드)가 없었다. 버스를 탈 때도 카드를 찍고 싶은 사람은 찍고 안 찍고 싶은 사람은 안 찍으면 그만이었다. 가끔씩 rush hour에 경찰관들이 랜덤으로 탑승객들의 카드를 체크하지만 이 경우 이용권이 없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만약 카드가 없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냐고 친구에게 물어보니 벌금 없이 경찰들이 내려달라고 승객에게 부탁한다고 한다. “어째서?”라고 물어보니 돌아오는 답은 당연히 ”In Denmark, we trust each other”(of course)
이외에도 식당에서 코로나 패스를 보여줘야 할 때 폰을 반쯤 꺼내기만 하면 종업원이 “oh I trust you”라고 말하고 결국 안 보여준 경우가 허다했다.(근데 또 코로나 검사는 열심히 했다 because…we trust each other?)

덴마크 사람들이 행복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fyi:덴마크를 포함한 북유럽 국가들의 항우울제 복용률이 세상에서 가장 높다) 이 ‘we trust each other’ 문화가 가장 결정적인 이유라고 생각했다. 도시 내 바리케이드의 부재가 말하는 메시지는 단순히 교통 카드 체크의 여부를 넘어서 ‘우리는 누가 자잘한 실수를 하더라도 아무도 그를 무작정 쏘아붙이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포함하고 있다.




5. 아이는 부모가 안 볼 때 자란다.


덴마크에는 아이들이 어딜 가도 정말 많았다. 그리고 덴마크의 특이한 육아방식은 덴마크의 놀이터를 보고 알 수 있었다. 그 ‘놀이터’는 한눈에 보면 딱 무엇이라고 쉽게 추측할 수 없게 생겼다. 도시 한복판에 허허벌판인 공터에 철봉 같은 것들이 놀이터 바닥에 아이들 키를 훌쩍 넘게 수직으로 설치되어 있는 식이였다. "놀이터"라는 곳을 어른이 아이를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환경이 사회와 비슷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의 성장을 제한시키는 장치 중 하나로 인식하여 일부러 놀이터들을 최대한 덜 놀이터같이 만든 것이다.

덴마크 육아 방식은 아이는 부모가 만들어놓은 안전 지대(comfort zone)에서 벗어날 때 진정 자랄 수 있다고 믿는 목축식 육아를 지향한다. 미국식 엄마가 옆에서 일거수일투족을 다 감시/돌봐주며 아이의 인생을 운영하는 ‘헬리콥터 육아’와 정반대라고 느꼈던 부분.

또 덴마크 고등학생들은 대부분 졸업 이후 대학생이 되기 전 약 2년을 쉬며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 더 탐색해보고 대학교에 입학한다. 내가 이를 듣고 “보통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대학교 가는데 신기하다”라고 말하니 덴마크 친구가 너무 순수하게 두 눈 똥그랗게 뜨고 “우와 그거 정말 이상하다"라고 말하는데 역시 노멀의 기준은 언제나 상대적이다라는 것을 다시 느낀 순간이었다.



6. Janteloven: 너는 나보다 잘나지 않았고 나도 너보다 잘나지 않았다.



처음 덴마크 도착하자마자 친구가 우리 조금 로컬화를 하자며 내게 가르쳐줬던 것이 두가지가 있다. 1)너 목소리가 어딜 가나 제일 크다 2)덴마크 사람들이 그렇게 미국인/목소리 큰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3) 결론: 조금 톤 다운해서 말해주겠니. 이 말을 듣자마자 ‘Emily in Paris’ 시즌1에서 미국인인 Emily가 회사에서 맡은 첫 발표를 지켜보던 프랑스 직원이 “너 근데 왜 소리를 지르는 거야?”(why are you shouting?)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떠오르며 노력해보겠다고 했다.(왜 우리 애 기를 죽이고 그래요!)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 나는 “내가 내 나라의 다음 대통령이 되겠어!”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 치고 치이면서 이게 정상인 줄 알고 자랐다. (그리고 그랬던 사람들 다들 지금 인생무상 단계에 와서 다 같이 사이좋게 번아웃 극복 중이다^^ 역시 인생은 장기전 why do we all live the same life) 그래서 북유럽의 ‘Janteloven’(Law of Jante: no one is better than us 너는 나보다 잘나지 않았고 나도 너보다 잘나지 않았다) 정신이 나에게 인생을 보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었다. 거의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American Psycho처럼 “자, 주목! 내 아침 루틴 궁금하지 않아? 내 가방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지 않아? Link in the bio" "나만 바라봐!" "내가 최고야!" "내 이야기만 들어줘!" 라고 소리 지르는 것 같은 시대에 북유럽의 평등주의를 몸소 느끼며 과거 우리는 왜 그렇게 특별한 사람이 되기 위해 아등바등 불안해하며 살았던 건지 생각하며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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