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nd of the F***ing World. 넷플 리뷰/추천
학교 도서관에 같이 간 친구가 The end of the f***king world라는 만화를 추천해주었다. 이후에 인스타에 만화 표지를 올렸는데 티비쇼로도 나왔다고 꼭 보라는 추천을 또 받아서 티비쇼도 보기 시작했다.
"I'm James. I'm 17. And I'm pretty sure I'm a psycopath"
"내 이름은 제임스. 나이는 17이고 나는 내가 사이코패스라고 확신하고 있다."
첫 번째 씬이 이렇게 시작되는데 듣는 순간 그냥 바로 꺼버릴까 생각하게 만들었다.
너무 중2병이어서 내 친구들이 정말로 누군지 한번 의심하게 되고 내 주변 인간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해 준, 지금도 저 라인을 듣는 순간 일어나서 뭔가를 해야만 할 것 같게 하는 인트로.
하지만 추천해준 사람들이 자신들도 처음에는 다 그랬다며, 하지만 꼭 끝까지 보라는 말에 한번 더 믿어보기로 하고 마무리를 지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질풍노도의 십 대를 보내고 있는 James, Alyssa가 학교에서 만나 James 아빠의 차를 훔치고 달아난다. Alyssa는 우선 오랫동안 못 본 친아빠를 찾아가려 하고 James는 Alyssa를 살해하려는 목적으로 동행하는 과정에서의 일탈이다.
이 쇼는 중2병 그 자체이다.
더 자세히 말해서 자신의 삶이 행복하지 않은, 하지만 그걸 고칠 수 없는, 자기 자신들도 자기가 뭘 하는지 모르는 '어른이들', 그리고 그들이 사회의 일원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부도덕적인, 거의 기괴한 사회의 모습, 이런 난장판에서 자신의 인생에서 선택권이 거의 없는 곧 어른이 될 청소년들이 느끼는 무기력과 그런 상황에서 느끼는 증오를 잘 표현해낸 시리즈다. 그들이 느끼는 것을 관객도 느끼게 하게 하는 쇼.
여기에 나오는 어른들은 다 불건강, 부서진 사람들(broken adults)이다.
엄마 - 새아빠가 딸 Alyssa한테 전혀 좋은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지만 방관한다. ex. 새아빠가 엄마가 안 본다고 생각할 때 Alyssa 다리를 만진다. 그와 쌍둥이 자식들도 있어서 좋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세뇌하면서 삼. 새 남편이 자신의 말을 항상 자르고 자기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그것에 대해서 말조차 꺼내지 못함.
아빠 - 미드에 자주 나오는 여기저기에서 애기 만들고 책임은 안 지는 의도적 가정파탄범. 많은 미드들이 이런 아빠들이 만들고 버린 자식들의 상처 받은 유년시절을 배경으로 많이 시작한다. 실제로 이런 스토리를 가진 해외 유투버들도 많다. ex. 가족이 가족답지 못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인터넷과 더 친해지고 결국 유튜브가 유년시절 친구가 되어서 유투버가 된 경우. 이런 경우가 너무 많지만 그래서 더 기괴한.
엄마 - 정확한 이유는 나오지 않지만 우울증으로 James가 보는 앞에서 목숨을 끊는다.
아빠 -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 일 이후 절대로 이전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James에게 좋은 보호자가 되지 못한다. 항상 웃고 있지만 절대로 자신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속으로는 울고 있는 그런 어른.
이전에 직장인 관계 이상인 무언가가 있었지만 어떠한 일로 2는 이제 1에게 정을 완벽해 땠다. 하지만 1은 자신의 마음을 정리할 줄 모르고 계속 여지를 남겨둔다. 2는 이것에 대해 매우 불쾌해한다.
이 쇼의 단비 같은 참 어른인 줄 알았는데 pedophile.
위에 옷도 잃고 히치하이크를 하려는 James를 보고 Alyssa가 "네가 셔츠를 안 입고 있으니까 모든 차들이 지나가는 거잖아. 너같이 이상한 애를 보고 차를 태워 줄 사람은 이상한 사람들밖에 없어." 한 게 복선.
교수라는 포지션을 악용해서 여자 대학생들을 상대로 물리적 폭력+성폭행을 저지르고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기며 보관.
집을 자신의 사진과 책으로 도배하는, 정말 진심으로 그 어떤 사람보다 자신이 최고라 생각하는 나르시시트.
자기 자식이 저지른 끔찍한 악행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직접 보고서도 감추려고만 함. 피해자들에 대한 공감능력 부족.
자식이 나르시시트임을 보아서 이 사람도 나르시시트일 확률이 높다.
"a person cant be an answer"
사람은 답이 될 수 없다.
Alyssa는 결국 오랫동안 못 본 아빠와 재회하게 되지만 행복도 잠시 그 아빠는 딸이 경찰로부터 도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신고금이 탐나 Alyssa 몰래 신고를 하려다 걸린다. 마지막에 Alyssa가 왜 자신에게 생일 카드를 매일 보냈냐고 추궁하고 결국 매년 자신의 삶에 그나마 소소한 행복을 준 그 카드들은 매번 엄마가 아빠가 보낸 것처럼 보낸 사칭 편지였고 심지어 아빠는 자신의 생일이 언제인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Alyssa가 망연자실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그 사람을 잘 모르고 멀리 있으면 멀리 있을수록 그 사람이 대단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잘 모르기 때문에, 멀리 있기 때문에 완벽해 보인다. Alyssa가 결국 자기 인생에서의 모든 해답을 한 사람에게서 절대로 찾을 수 없다는 걸 배우는 씬.
Black Mirror - Nosedive
이 쇼와 비슷한 쇼로는 블랙 미러(Black Mirror) 시즌 3 'Nosedive' 에피소드가 있다.
미래에는 개개인들이 더욱더 상품화가 되어서 5점을 만점으로 서로를 물건 등급을 매기듯이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서로에게 싫은 말을 하지 못하고 모두가 웃어야 하는 사회에서 결국 주인공이 이성을 잃고 감옥에 가게 되는 이야기다. Nosedive 에피소드 마지막에 감옥에 갇힌 주인공과 다른 죄수가 서로에게 욕설을 퍼붓는 장면에서 드는 '솔직함에서 오는 쾌감'이 있는데 그걸 여기서도 느낄 수 있다.
The end of the f****ing world은 제목부터 강렬해서 한번 들으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제목만큼 시리즈 내에서도 욕설이 많이 나오는데 거기서 위에서 말한 '솔직함에서 오는 쾌감'을 관객은 느낀다.
외담:
쇼에서는 Jessica Barden, Alex Lawther 두 배우 다 엄청 어려 보이지만 놀랍게도 각자 만 27, 25세다. 특히 Jessica Barden은 쇼에서 거의 중학생처럼 보였는데 30대인 나이가 정말 충격적이었다.
Jessica Barden은 코로나 때문에 세계가 다 자가격리할 당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상담사와 전화 통화하는 사진과 함께 mental health에 대해서 이야기할 정도로 이 쪽에 대해서 매우 vocal 하다.
Alex Lawther는 한국에서 셜록홈즈로 유명한 Bennedict Cumberbatch와 비슷한 점이 많아 같이 자주 언급된다. 둘이 주로 맡는 역할들이 약간 사회성이 부족한 천재 역할들. 실제로 Imitation Game(2014)에서 Bennedict의 아역을 맡은 적도 있다.
바로 꺼버리고 싶었던 인트로와 달린 끝까지 보면 정말 잘 만든 드라마다. 4화까지만 버티면 그 이후로는 괜찮아진다. 욕쟁이 할머니처럼 쓰는 말이 다 욕이지만 삶이 힘들 때 보면 은근 위로가 되는 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