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 추천] 내가 사랑하는 블랙코미디, 보잭 홀스맨

part 2

by 류서연





*Carolyn. the myth of doing it all.


현대인들이 이전 세대보다 더 힘들어하는 이유는 현재 직장에서 하는 일들은 원래 ”집에서 모든 집안일을 대신해주는 아내가 있다“라는 조건하에 주어진 일들이었기 때문에 그런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1인 1가구 현대인들은 당연히 항상 지쳐 있을 수밖에 없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실제로 본가 집에서 통근하는 지인과 자취하면서 일하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예 다른 나라 이야기 같다. 우리의 24시간은 같은 24시간이 아닌 것이다.


학창 시절 때부터 내 주변 여자들을 관찰하고 느낀 것은 참 '열심히' 산다는 것이었다. 참 꼼꼼하고 하나도 놓치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주변 사람들도 잘 챙긴다. Caroyln도 이렇게 열심히 사는 딸 중 하나였다.


1980~2010 시대에는 기존의 가부장제에 반하는 "Woman can do it all" "Super independent woman" 붐이 있었다. 아이도 잘 낳고, 잘 길러내고, 회사 생활도 잘 하고, 커리어도 쌓으면서 집안일도 하고, 소셜 라이프도 있고, 정말 모든 것을 척척해내는 여성의 모습이었다. Carolyn은 이를 이루기 위해 몸이 10개라도 된 듯 바쁘게 하루를 살아가는 현대 여성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But can women do it all? 저것을 정말 사람 혼자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Sheryl Sandberg의 책 Lean In에서도 다룬다. 열심히 사는 여성들에게 the myth of doing it all에 대해 말하며 인생을 잘 살기 위해서는 꼭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학교는 우리에게 계속 "여성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주입을 했지만 사회에 나와보고 느낀 것은 사회는 전혀 그럴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1인 가구인 현대사회에서 일은 늘어나기만 상황에서 내 삶이라는 것은 아예 없어졌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면서 사람들은 멍해진다. 퇴근 후의 삶이 없으니 부품이 되고 머릿속은 마치 100개의 탭을 오픈한 컴퓨터처럼 느려진다. carolyn은 이렇게 모든 것을 쥐고 살아가려는 현대인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pun.


언어유희가 굉장히 많다. 여기 나오는 동물 캐릭터들이 많은데 예를 들어서 “Your honor”를 말할 때 “your otter”와 같이 말하고 실제로도 판사가 otter로 나오는 경우다. pun이 많은 만큼 영어 버전으로 시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Diane. Writer’s dilemma.


노답 가족들 밑에서 빠져나와 가족 중 유일하게 성공을 한 어쩌면 굉장히 전형적인 이민자 출신, 베트남-미국인 작가다. 보잭과는 보잭의 자서전을 대신 써주는 유령 작가(ghost writer) 일을 맡으며 만나게 된다.


Diane은 불가능한 기준점, 너무나도 높은 도덕성을 모두에게 강요한다. 그래서 자신과 같은 도덕성을 가지지 않는 사람을 보면 “어떻게 그럴 수 있어“하고 엄청난 anxiety를 가지게 된다. 어릴 때 너무 극명한 악을 보았기 때문에 선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아는 것이다.


또한 노답 of 노답인 Bojack을 만나면서 가정에서 항상 남을 돕고 희생해야 했던 경험들이 그대로 다시 재발하게 된다. 스스로를 계속 낭떠러지에 밀어 넣고 누군가 구해주길 바라는 Bojack을 구하기 위해 가장 많이 도와주는 캐릭터이지만 결론적으로는 보잭을 떠나면서 행복을 찾게 되는 캐릭터이다.


Diane은 작가의 딜레마를 가장 잘 보여주는 캐릭터이다. Diane은 몇 번의 작가로서의 성공 후, 이번에는 본인 자서전을 쓰기로 다짐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을 책에 담기 위해 트라우마를 하나하나씩 두드려가면서 글을 쓰는 과정은 Diane을 더 갉아먹는다.


"작가들이 일찍 죽는 이유는 스스로를 파괴하면서 작품을 만들기 때문이다“라는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하게 되는 부분이다.(아무리 픽션이라고 해도 상상은 경험에 기반하기 때문에 모든 글에는 자서적인 부분이 들어가게 되는 것 같다.)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또 기억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경험을 다 기억하는 것은 “훌륭한 작가”가 되는 것에 도움을 주지만 본인에게는 가혹한 행위이기도 하다. 잊지 못하는 게 많아질수록 점점 무거운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작가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쉽게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되는 것이라고 믿는 이유)


왜 이렇게 자서전을 쓰는 것에 집착하냐고 묻는 carolyn에게 diane은 이렇게 대답한다.


“왜냐하면 이 책을 쓰지 않으면 내가 그동안 받은 고통들은 ‘좋은 고통’이 아니라 아무 쓸모도 없던 고통이 되어버리니까. 나는 어릴 때 이런 고통들이 다 나를 결국 특별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내가 커서 이런 책을 쓰면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어린아이들이 덜 외롭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으니까 나는 이 책을 써야 해.“


이 부분이 Diane의 사고방식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이후에 carolyn은 diane이 쓰는 것을 즐겨 하는 책들로도 충분히 어린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고 꼭 그 자서전을 써야 diane의 인생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Diane은 결국 그 자서전을 마무리 짓지 않는다.


*쇼의 유한성. 삶의 무한성.


쇼는 깔끔하다. 기승전결이 있고 고난에도 캐릭터들은 교훈을 배우고 쇼는 헤피엔딩으로 깔끔하게 끝난다. 떠오르는 예시로는 하이킥 시리즈. 결국 쇼는 인생을 2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끝난다. 이 쇼도 그렇게 끝난다. 하지만 삶은 그렇지 않다. 삶은 짧다는 말은 모순인 이유는 삶은 우리가 경험할 가장 긴 경험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 전날 힘들어도 다음날 눈을 떠야 한다. 또다시 일상을 반복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참으로 잔인하고 고된 일이다.



*Philbert 에피소드



이 쇼의 작가들의 의도와 달리 한때 몇몇 시청자들이 "보잭은 아무 잘못 없어, Bojack은 그저 삶의 피해자일 뿐이야"라는 식의 반응을 온라인상에 보였고 그 모습을 보고 쇼 제작자들이 Philbert 에피소드를 넣는다. 한마디로 쇼에 쇼에 넣은 것이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상처를 이유로 대면서 50살 넘어서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인생을 망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으며, 용서받을 수 있는 사유도 될 수 없다고 정말 대놓고 설명한다.



*아무 대사도 없는 에피소드, S0304 Fish out of the water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다. 대사 하나 없는 에피소드인데 메시지가 그만큼 더 세게 와닿았다. bojack이 underwater world에 일 때문에 갔다가 갑자기 본인 아이가 아닌 미아를 찾게 되고 그 아이의 부모, 집을 찾아주는 여정을 담는다.



어느 날 내 집 앞에 신생아가 놓여있다면 그것은 내 책임이다. 그 신생아에게 우선 먹을 것을 줘야 하고, 아이의 입양처를 찾을지, 그 신생아를 고아원에 보낼 것인지, 병원에 보낼 것인지, 내가 키울 것인지, 내가 부모를 찾아줄 것인지, 이 선택을 내리는 것조차 내 책임이다. 인생은 어느 날 내 집 앞에 이런 짐들을 툭툭 던져놓고 나는 그 짐들을 내게 아니더라도 하나하나씩 처리를 해나가야 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show directors들이 이 세상의 많은 bojack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던 것 같다. 아무리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더라도, 아무리 이 세상에 어리고 힘없던 나에게 상처를 많이 줬더라도, 내 인생은 결국 내가 책임을 지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그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에피소드에서 대사 하나 없이 이런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을 보면 단어란 어쩌면 정말 쓸모없는 것들이라는 것을 다시 하여금 느낀다. words are futile devices.




“We all have a responsibility to become better than what society has made us to be.”


It’s one of my favourite quotes of all time because it directs us where to go in the time of hardship.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고통받은 사람들에게 방향성을 알려주는 말이기 때문이다. 내가 당한 일들을 계속 빤히 쳐다보며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사회가 만든 우리의 모습보다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꼭 현재 버전의 우리보다 발전하기 위해 계속 노력을 해야 하는 걸까? 왜 그냥 주변 환경에 물들리면 안 되는 걸까? 왜 타락하면 안 되는 걸까? 왜 '쉬운 선택'을 하면 안 되는 걸까? Does Karma even exist? 뭔가 웅장한 답이 어느 날 내 문 앞에 나타나길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친구가 어느 날 이러한 나의 질문에 한 마디로 나를 단순에 설득시켰다.



“난 그런 사람들이 좋아. 그래서 나도 그렇게 되고 싶어.”



하나도 웅장하지 않았지만 충분했던 대답이었다.






이 쇼를 보면서 참 많은 위로를 받았다. 학교를 떠나 마주한 세상은 참으로 잔인하고, 말도 안 되는 일들은 매일같이 일어나며, 때로는 정직, 성실함, 노력과 같은 가치들은 당연한 듯 잊히고 이기적이고, 목소리 큰 사람만 떠렁떠렁 사는 것만 같기도 하다. 나는 하루가 다르게 세상의 폭력성에 무력해져만 갔다. 뉴스만 봐도, 내 주변만 봐도, 역사에서 답을 찾으려고 역사를 들여다봐도, 그냥 단 하루도 슬프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하루가 없다.


내 마음은 항상 벙쩍었다. 어이가 없었다. 이 쇼는 이 세상의 부조리라는 부조리는 다 나열을 해가면서 이 세상은 '말이 안 되는 곳'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어째서 그런 것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답은 주지 못하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숨기지 않으려고 이야기한다는 것에 대해서 위로를 받았다.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구나 싶어서 위로가 되었다.



그냥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 백그라운드 소음용이 아니라 정말 보기 위해 보는 쇼. 하나하나 디테일에 신경 쓰는 쇼. 그냥 버려도 되는 클립 하나 없는 그런 쇼. 사회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순수한 영혼들에게 정말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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