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생은 거대한 천

by 류서연

2025년만큼이나 내 나이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며 보낸 연도가 없다. 정말 집에 있는 날에는 거의 하루 종일 '내가 25살이라니..25살..정말 오랫동안 살았구나..어렸을 때는 너무 크게 느껴진 숫자가 이제는 현실이구나..요즘 고등학생들은 나를 보면서 진짜 나이 많다고 생각하겠다..내가 어른인가?'의 생각으로 나의 마인드 맵이 도배된 하루를 보냈다.


그냥 어쩌다 보니 25살이 되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사회가 하라는 대로 학창 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하고 대학교도 열심히 다니고 칼취해서 직장 3년차인데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25살이 되어있었다. 당연한 숫자이지만 아직도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은 너무 많은데 막상 25살이 되니 어렸을 때는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다 해볼 시간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러하지는 않다는 것에 대한 슬픔이 컸던 것 같다.


고작 몇 년 전인 대학생 때만 하더라도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어서 뭘 하든 행복했는데 이제는 정말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아버려서 내가 내 인생이라는 영화의 주인공 자리를 빼앗겨버린 것만 같았다.


주변 사람들은 아직 25살이면 너무 어린 나이라고 말해주었지만 나는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 25살이 돼본 게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인생 선배들이 아무리 나에게 말해줘도, 나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부분이었다. 인생 조언들을 사람들이 정말 다 받아들일 수 있었다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다 실패가 적은, 꽤나 모범적인 인생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문득, "내가 만약 신석기 시대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해가 지날 때마다 1,2년이 지났다며 지나간 시간들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내 나이에 대해 생각하며 살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거울을 보니 25살의 내가 보이지 않았고 그냥 살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25살이라고 나를 부르는 순간, 나는 그냥 25년 산 사람이 된다. 시간처럼 만질 수도, 보이지도 않는 가상의 개념에 국한되어 실제로 1년일지, 2년일지 모르는 시간들로 나를 정의 내리면서 나를 슬프게 만들고 싶지가 않았다.


10년을 살아도 매일을 똑같은 인생을 살았다면 그 사람은 정말로 10년을 산 것일까? 3개월 안에 새로운 경험을 많이 쌓은 사람은 정말 딱 3개월치의 발전만 한 것일까? 1년, 2년, 이렇게 시간 단위로 내 인생을 계획하려고 하니 그 안에 1년 치, 2년 치의 성장은 무조건 해야 돼!라는 강박이 생겨버린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사람이 1년 동안 1년 치의 성장을 바로 보여준단 말인가. 오늘 한 운동이 내일 성과로 보이지 않고 최소 3년은 기다려야 하는 것처럼 우리의 시간은 happy new year!를 기준으로 끊어져있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순간부터 한 번도 끊기지 않은 거대한 천처럼 이어져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천을 돌이켜보면 생각보다 나는 멋있게 인생을 살아왔었다. 1년 전의 나만 해도 장롱면허에 운전을 기피했었는데 지금은 운전, 주차도 혼자 척척하며 원할 때 당일여행도 훌쩍 다녀오는 사람이 되었다. 고양이와 물고기를 키우는 것도 만약 어린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를 봤다면 다른 것은 하나도 바라지도 않았을 꿈같은 일상(그리고 실제로 그렇다. cats really solve everything)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을 할 테였다. 커리어도 너무 경험이 많아 우선 굶어죽을 걱정은 없다.


시간이라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개념이고 어쩌면 이 나이를 의식하기 때문에 우리는 사회가 정한 나이에 맞게 변하고 늙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큰 천이다. 단 한 번도 끊이지 않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거대한 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