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2008년 블로그가 한창이던 시절, 이글루스에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모임을 만들어 친하게 지낸 지 십수 년이 지났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오기도 하고 떠나가기도 했으며 블로그를 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친구의 꼬리를 물며 최종적으로 10인의 오타쿠만이 남았다. 그래서 이들과 함께 하는 단톡방의 이름을 '10덕방'이라 해놓은지도 수년이 지났다.
씨블모: CD를 좋아하는 블로거들의 모임
지금은 음반을 사는 사람이 거의 없고 음악도 그 시절만큼 열정적으로 듣지는 않을 텐데 애플뮤직에서 '공동 플레이리스트'라는 기능이 업데이트되었을 때 이런 걸 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리고 최종 열 명의 모임원들은 사실 최초의 모임때와 다르게 블로그를 하지 않았던 사람도 있었고 서로 모르는 관계였다가 갑자기 끌려와서 함께 모임을 이어가기도 했었는데 (말 그대로 그냥 잡탕이다.) 이 멤버들로 온라인으로나마 한 가지 테마로 관계를 다져보면 좋을 것 같았다.
10인, 매주 1회 1곡 선곡, 그 외에 규칙 없이 자유롭게 선곡해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갔다. 이제는 카세트에 녹음해서 믹스 테잎을 선물하거나 CD를 구워서 오디오 음반을 만들 필요는 없으니 서로 편한 시간에 자유롭게 선곡만 하면 동시에 음악을 공유할 수 있는 멋진 시대다. 매달 새로운 플레이리스트 링크를 만들고 있다. 현재 기준 26호까지 플레이리스트가 생성되었고 총 26개의 앨범 표지와 부록 3호, 그리고 공개하지 못 한 실패작 표지들도 존재한다. 1~2월호 때는 아직 컨셉이나 테마가 정해지지 않았던 시절인데, 표지의 주인공은 우리 멤버들로만 해야겠다는 생각이었고 3월호부턴 본격적으로 우리들이 좋아해서 알법한 음반 표지를 패러디하기로 했다. 그리고 12월호는 대단원의 전멤버를 전부 표지에 등장시키는 작업을 의도적으로 했고 나의 고양이들도 넣기로 해서 총 열 명의 인간과 세 마리 고양이를 등장시켰다. 이걸 다 욱여넣기가 어렵기 때문에 패러디로 희생될 표지는 비틀즈의 명반 후추상사가 되었다. 그리고 이 세상에 내 고양이들이 존재했다는 걸 어필하기 위해 '25년 월간 씨블모부턴 모든 표지에 우리 집 고양이를 등장시키고 있다. 우리 애들이 이제 노묘라 뭐라도 하고 싶기 때문이고 내 개인적인 욕망을 공동 플레이리스트에서 해소 중이다. 그리고 표지를 만들 때 한 가지 철칙은 최대한 대충 만들자 혹은 그렇게 보이게끔 만들자 이다. 이런 건 키치해야 정이 간다.(물론 각 잡고 만들 능력도 없다.) 작업의 8할은 그림판과 픽슬러 에디터를 이용했다.
3월호: 김현식 3집 (1986)
4월호: Elvis Presley (1956) or London Calling (1979)
5월호: Scenery (1976)
6월호: Purple Rain (1984)
7월호: The Dark Side of the Moon (1973)
8월호: Nebraska (1982)
9월호: Remain in Light (1980)
10월호: The Chronic (1992)
11월호: Axis: Bold as Love (1967)
12월호: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1967)
원래 인스타그램에 표지별로 월간 정리를 해 소회를 남기려고 했는데, 원래 글을 쓰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다 보니 영 별로였고 그곳에 정착하긴 힘(인싸력)이 부쳐서 앞으론 이곳에 연단 위로 기록해둘까 싶다.
2년 이상 선곡을 수집해 보니 이 친구한테 이런 취향이 있었네?라는 지점도 분명히 많았지만 더 재밌는 건 내가 심심해서 예상을 해볼 때 선곡자 적중률은 최소 90%가 넘는다는 것이다. 사람의 취향이란 참 재밌다.
회원들에게 남기는 한 마디
" 디지기 싫으면 선곡 제때제때 해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