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바쁘고 피곤했을지라도, 하루 끝에 꼭 지키려는 루틴이 있다.
바로 남편과 나란히 누워, 유튜브 세상의 온갖 고양이와 강아지들 챙겨 보기.
그 누구도 시킨 바 없지만 방구석 랜선 삼촌과 이모 역할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
"내년에 큰 집으로 이사 가면 꼭 한 마리 키우자!"
"고등어*가 좋을까... 치즈*가 좋을까? 카오스*도 너무 매력 있어..!"
- 이하 무한반복.
이런 이야기를 할 때면 바스락거리는 이불 속에서 발가락이 꼼지락꼼지락 춤을 춘다.
그러나 새 식구를 맞이하려면 나에겐 설렘 말고도 필요한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용기. 다시 사랑할 용기가 필요하다.
부쩍 올해 들어서 하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책 읽기, 인테리어, 여행, 미용, 글쓰기, 그림...
나는 애초에 무언가에 마음을 온전히 쏟지 않고서는 시작조차 어려운 사람이라,
하고 싶은 게 많다는 것은 곧, 마음을 다하고 싶은 곳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마음을 다하기는커녕, 무언가를 채워 넣을 틀 자체가 흔적도 없이 무너져 내렸던 적이 있다.
약 3년 6개월 전에 15년간 함께했던 반려견, 반디가 세상을 떠났을 때였다.
그 아이가 떠난 후, 8개월가량 뾰족한 고통 속에 허우적거렸고 그중 2개월 정도는 불면증에 시달렸다.
겉매무새를 추스를 수 있는 정도가 되고 나서도, 한동안 은은하고 잔잔하게 퍼진 무기력감과
알 수 없는 죄스러움에 2년간 심리상담소를 드문드문 찾았다.
당시 나는 네이버 카페 '아반강고(아픈 반려강아지고양이)'에 짧은 글과 댓글을 쓰며 간간히 숨을 쉬었다.
그곳에는 수많은 내가 있었다. 서로 얼굴도, 나이도, 성별도 모르는 '우리'가 같은 소리로 울고 있었다.
나는 그들과 함께 그 시간을 버텨냈고, 결국 짓누르는 책임감과 고통도 사랑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도 어디선가 떠돌고 있을 마음에 이 글이 닿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그때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풀어보려고 한다.
*고등어, 치즈, 카오스 : 각각의 털 색으로 불리는 코리안 숏헤어의 별칭.